연속 4회 공연의 그 시작.
낮공에서 가장 좋았던 넘버는 Loving You Keeps Me Alive와 The Longer I Live. 밤공은 Life After Life과 At Last.


1. Solitary Man
낮공. 유난히 고독했다. 마디마디가 평소보다 훨씬 외로웠어. 특히 2절. ‘애써 지켜왔던 수많은 사람들. 더 이상 의미 없으니..'


2. Underscore

예의 그 질문을 할 때가 왔다. 시아준수는 왜 얼굴만큼 목소리도 잘생겼어요? 소리를 움켜쥐었다가 톡 놓아 퍼트리는 방식으로 노래하는 목소리. 시아준수 목소리의 섬세한 결을 잔뜩 들을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넘버.


3. Fresh Blood

25일과 27일에도 쓰려다 말았지만 오늘은 꼭 써야 하는 말. 변신 전후의 목소리 변화가 대단히 두드러졌다. 눈을 감고 목소리만 들어도 변신 전후를 구분하겠다 싶을 정도로, 변신 후 목소리에서 젊음과 생기의 회복이 또렷했다. 소름이 끼쳐서!

그런데 난 왜 항상 그가 흡혈 후 침대 기둥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오는 모습이 귀여울까? 변신 후가 좋은 건 당연한데, 변신 전에도 멋있고 귀여운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두 상태가 계속 공존하면 좋겠다는 모순적인 생각마저 든다. 

밤공에선 변신 후 이마의 테이프가 살짝 뜯기는 바람에 얼굴에서도 귀여움이 달랑달랑.


4. 윗비

퇴장하며 오늘 낮공과 같이 루시를 찬찬히 훑어본 건 처음이다. 물론 그래야 순식간이었지만. 그래도 그 찰나의 집요한 시선이 ‘네 얼굴을 기억해두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5. Lucy & Dracula 1

혀로 입맛 다시는 모습은 볼 때마다 써야지. 낮공에선 혀로 입술을 축이고 + 입꼬리를 부드럽게 사사삭 올려서 + 기대감에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의 풀코스였다. 밤공에선 혀는 쓰지 않았고.

흡혈하려다 미나를 발견하고 멈출 때. 루시에게 뻗었던 손길을 홱 거두는 동작은 매우 뱀파이어적으로 멋있다. 흡혈귀적 움직임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하는지 놀라울 정도. 뛰어나다.

대사연기도 항상, 너무도 좋다.
‘내 혈관의 모든 피’에서 고조되는 그의 벅참. ‘이건 기억할 수 있을 거야.’ 할 때의 유혹적인 박력.

그러나 돌아오는 단호한 거절에, 밤공에선 루시를 깨문 후, 일을 저질러놓고 상처받은 표정으로 황급히 자리를 뜨는 얼굴을 다시 보았다. 야단 맞은 것 같은 아이의 얼굴.


6. 삼연곡

이쪽으로 오는 기차 탈선을 오늘따라 당당하게 말해서ㅋㅋ 소심한 ‘농담입니다’와의 갭 차이가 컸다. 아아 귀여워.

신에게 분노하는 순간. 어느 가사에 분노의 강세를 두는 지가 매번 달라진다. 그래서 매번 짜릿해. 노래의 골격은 프리뷰 때 완성된 상태로 늘 같지만 그날그날의 감정과 분노에 따라 톡톡 튀는 강세 덕분에 참 라이브를 보고 듣는 이 기분. 그가 인터뷰에서 말했던 ‘무대 위의 진짜’를 만나는 이 벅찬 느낌.

She에서 비주얼이 가장 폭발하는 순간은, 개인적으로는 ‘아파하고 아파해도 그녀에게 갈 수 없죠. 내 고통의 삶 끝내주소서.’ 하며 무대 가장자리까지 나와 절규할 때.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온 힘으로 온 얼굴로 노래하는 데, 고통과 절망으로 범벅된 얼굴이 너무도 예쁘다.


At Last.
피눈물이 돌아왔다. 최근엔 투명 땀이었는데 오늘 양볼과 눈가가 잔뜩 붉게 물들었어. 발그레진 얼굴이 참 예뻤다. 절묘하게 흡혈귀적이기도 했고. 나참.. 붉은 땀도 이렇게나 예쁜 그대.

이때 시아준수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정면에서 보고 싶다. 미나와 마주하고 부르는 넘버라 어디에 앉든 내내 옆모습만 보게 되는데, 정면에서 보면 어떤 얼굴일지 너무도 궁금해.

항상 우는 이 넘버에서 낮공보다는 밤공에서 더 많이 울었다. 심지어 잘 울지 않는 조정은 미나의 왼 볼에서도 눈물 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이 이마를 맞대고 하염없이 울었어.

그래서였나. 밤공의 입맞춤은 대단히 애절했다. 평소보다 길기도 했고, 엄청 아리고 소중한 느낌으로 두 사람의 영혼이 이제야 가까스로, 겨우겨우 만난 듯한 느낌의 입맞춤이었어. 내 마음이 다 아팠다.

‘당신은 이미 결혼했어!'
밤공은 반말, 낮공은 애매한 존댓말? 반말? 이었던 거 같은데.. 반말과 존댓말 사이에서 애매하게 잦아드는 목소리 때문에 현장에선 분간이 어려웠다. 이렇게 애매하게 처리하는 방식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러빙유
미나의 도입부. 조나단을 향하며 ‘꿈같은 삶, 완벽한 인생’을 부르면 그도 따라 조나단 쪽을 한 번 보는데 이 시선이 슬프다.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 간신히 버티고 선 모습이라 더.

특히나 낮공에서 1절 앞부분 ‘당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와요. /나의 곁으로/’의 강약이 평소보다 가련하고 애절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절하게ㅜ 고운 가성으로 두 손을 꼭 붙들듯이. 그렇게 소중하고 절절하게ㅜ 나라면 갔을 텐데.. 못난 미나.. 

2절은 언제나 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부른다. 허공에 내맡긴 손을 절레절레, 울먹이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도 보다가, ‘그대를 처음 본 숨조차 쉴 수 없어서.’와 함께 두 팔을 착 펼쳐 호소하는 모습에서 최고조.

여기서 (시아준수에게는) 당연한 건데 새삼 감탄스러웠던 것. 노래와 제스처의 연결이 정말 자연스럽다. 이 부분을 부르면서는 이 동작, 저 부분에는 이 동작 하는 식의 계산된 제스처가 아니라 그야말로 노래로부터 배어 나오는 몸짓들.

부케는 오늘도 성공적으로 받았다. 낮밤 모두. 양옆으로 야무지게 머리를 넘긴 만면에 무서운 미소를 띠고. 역시 이 장면은 A블록에서 보는 것이 좋다. 그가 루시의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꼭 내 앞으로 강림하는 것 같은 짜릿함. 표정까지 무섭고 서늘하여 강렬함이 두 배.


7. Lucy & Dracula 2

슬레이브가 어깨에 얹은 손을 느끼며 내적 한숨을 쉬는 모습은 정말 섹시하다. 나~른한 섹시함. 낮공에선 유난히 루시를 가볍게 안아 들었던 느낌.


8. Life After Life

폭 안기는 루시를 홱 떼어내어 돌려세우는 동작이 점점 거칠어진다. 정말 홱! 소리가 나도록 돌려세워. 엄격한 창조주다.

그리고 음.. 27일 공연부턴가. 내가 이 넘버에 자체적으로 사연을 덧씌워 보는 건지 자꾸 미묘한 느낌을 받는데, 그것을 적어본다.

'함께 런던을 삼킨 뒤 굴복시킬 거야’
‘순결한 피를 마셔봐’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려는 듯 보였다. 이렇게, 이렇게나 아름다운, '금보다 귀한 영원한 (자신의) 생명’을 긍정 받고자 하는 것처럼. 그럼으로써 영원한 삶을 거부하는 미나에 대한 화풀이를 함과 동시에 속 쓰림과 아픔을, 외면당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보였다.

노래 마지막에 따라붙는 루시를 제치며, 끝내 묘지 문을 루시의 눈앞에서 닫아버리는 모습에서 이 느낌이 더 강해졌다. 처음으로 만든 자신과 동등한 뱀파이어. 자신의 첫 창조물. 그러나 결코 자신과 동일 선상에 놓지 않고 묘지 안에 가두는 모습이,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긍정하려던 자신의 존재를 끝내 스스로도 외면하고야 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가 안쓰러웠다..

큰일이다. 이 극 곳곳마다 그가 안쓰럽지 않은 곳이 없다.


9. The Master’s Song (Reprise)

낮공에서 대단한 사건이 있었다. 렌필드 볼에 댄 손 엄지로 입술을.. 헐..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져 주었다. 헐. 헐. 헐. 시아준수.. 이 짧은 장면, 이 찰나의 동작에서도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더) 남길 수 있다니.. 헐..

밤공의 사건도 그 못지 않았지. 또 한 번의 깐준수! 입술은 낮공만의 것이었지만, 깐샤큘이 돌아왔다. 

오늘 밤공의 깐머리는 가르마가 없어 덜 강해 보이는 대신 감미롭고 유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인가 봐. 이때부터 얼굴만 본 건..


10. Mina’s Seduction

이 달콤한 쇳소리에는 대체 언제쯤 면역력이 생길까.

미나가 이끌림-혼란-이끌림-혼란을 거듭하는 동안, 미나에 보조를 맞추는 그의 연기 변화가 어쩜 이렇게 섬세한지. 그의 온 세계가 온통 그녀를 향하여 곤두서있다. 그녀의 반응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관찰한다. 표정이, 특히 동공과 미간이 시시각각 변해. 오직 그녀 하나로. 오직 그녀에 의해서만.

밤공에선 머리를 곱게 빗어넘긴 깐샤큘이라선가. 작정하고 유혹하러 온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진심으로 아름다워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침대의 흡혈의식 때는 조정은 미나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어 그가 가슴 긋는 연기를 할 타이밍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었다. 이때 그의 결연하면서도 엄숙한 그 표정이란. 바로 이 얼굴 때문에 섹슈얼함보다 슬픔과 먹먹함이 공기를 지배한다. 성결스럽기까지 한 두 사람만의 의식.

(+) 중간에 미나의 허리끈에 손이 살짝 감겨서 멈칫했지만, no problem. 연출한 것처럼 유혹적인 분위기만 한층 고조시켰다.
(+) 키스할 때 고개를 꺾길래 으아닝 싶었는데 그게 입술이 안 맞아서 그랬던 거구나.


11. It’s Over

불청객의 난입. 침대에서 경쾌하게 몸을 튕기며 일어나는 순간은 이 극에서 그가 가장 섹시한 순간. 몸놀림이 어쩜 저렇지. 

그리고 밤공. 커튼의 대란 again. 나갈 때는 커튼을 젖히니 베란다 문이 닫혀 있어 그걸 밀치고 나가야 했고, 들어올 땐 커튼의ㅋㅋ 습격으로ㅋㅋ 위로 이케이케 제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미나에게 상처받고 뛰쳐나갈 때는 진짜 멋있게 커튼을 양 갈래로 챠르륵 젖히고, 멋있게 퇴장에 성공!


12. Train Sequence

망원경을 내려놓고 무대 전체를 본 건 프리뷰 이후로 처음이었는데(밤공), 드라큘라와 미나의 감응이 이렇게 짜릿한 것이었다니!

넘버가 새롭게 보이고,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눈을 뜨는 그나, 그의 목소리에 감화되어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를 향해 손을 뻗는 조정은 미나나, 대단했다. 그녀가 마치 조종당하는 것처럼 한 발자국씩 그에게로 다가서며 점점 더 광기에 사로잡힐 땐 소름이! 이렇게 팽팽한 주고 받기라니! 앞으로 무대 전체를 볼지 시아준수 얼굴을 볼지 좀 고민되겠어..

그리고 조정은 미나의 연기 디테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전에 뱀파이어적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오늘은 인간적이었다. 그에게 송두리째 동화되었던 최면이 풀린 후에, 그 정신적 감응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처럼 괴로워했다. 호흡조차 버거운 듯이 쌕쌕 숨을 몰아쉬었어.

 

반 헬싱과의 거리 두기는 여전히 정선아 미나보다는 분명한 느낌이었지만, 나른한 미소를 흘리며 ‘조롱’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오히려 오늘은 반 헬싱 쪽에서 조정은 미나를 더 경계하고, 거리 두는 연기가 명료했다.



13. The Longer I Live

이 넘버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데는 내가 그 소리의 풍부함을 어제보다 오늘 더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들을수록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 탁 트인 넓고 풍부한 소리, 귀를 찌르는 시원한 고음, 허무의 모래성 같은 소리, 회한에 잠겨 바스러질 듯한 소리..

마지막의 '그대 없다면 내 세상 멈추네’는 날마다 모아서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편집할 수 있으면 좋겠네.

근데 오늘ㅋㅋ 문이 닫히지 않았다. 관이 뒤로 넘어갈 때에서야 스르륵 미끄러지며 닫혔어ㅋㅋ.. 관 좀 수선해주세요..


14. At Last

등장하면서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은 항상 먹먹한데 오늘은 그 고개를 떨구기까지 했다ㅜ 아아 그러면 애틋함이 배가 되잖아요ㅜ

한쪽 무릎을 세워 꿇는 왕자님 자세는 오늘도 나와서 기뻤다. 낮밤 모두. 이 자세 너무 좋아요. 디셈버 때 로미오 지욱도 생각나고, 참 좋아요.

그리고 오늘의 모든 기억을 차지하게 될 밤공의 At Last.

오늘의 조정은 미나가 100%를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자아내는 드라큘라의 미나로서의 호흡과 감정선은 가히 최고였다.

오늘의 이별이 얼마나 생생하고 절절하였던지.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리던 그의 왼볼. 이마를 마주 대고 나란히 울던 그와 그녀의 얼굴. 감정이 차오르는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음을 삼키던 촉촉한 눈. 그리고 토혈하는 듯한 호소(‘차가운 암흑 속에 저주받은 내 인생’)와, 눈물의 이별.

엔딩은 27일 밤공과 같았다. 입맞춤한 상태에서,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그녀의 손 안에서 맞이하는 죽음.

기억에 남는 것은 그녀를 향하여 뻗어졌던 그의 길고도 외로웠던 생의 마지막 손길. 그 위로 싸늘하게 드리워지던 붉은 조명. 남겨진 그녀의 억누르지 못한 오열.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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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4.07.31

그런데 예술의 전당 너무한 거 아닌가. 어떻게 자리에 따라 소리가 이렇게까지 천차만별로 다를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