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프다. 아파도 열은 잘 나지 않는 체질인데 열도 나고, 그래서 아 이번엔 본격적으로 아프려나 싶어 일찍 병원을 찾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많더라. 그러나 실내는ㅡ그렇게 사람이 많아도ㅡ고요했다. 간헐적인 기침 소리, 콧물 훌쩍이는 소리, 간호사들이 바삐 오가는 소리와 기계 신호음이 없었다면 적막함마저 느껴질 것 같았다. 그 틈에서 자연히 기분마저 가라앉으려는 찰나,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병원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음량이 딱히 낮았던 것도 아닌데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우습도록 노래가 귀에 콕 박혔다. 아는 노래였다. 아니, 좋아하는 노래. 오빠의 노래.
널 사랑한 시간에.
반가움과 함께 물음표에 사로잡혔다. 누가, 어떤 경위로 재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드라마에서 듣고 알게 된 걸까? 아니면 팬일까? 적어도 음원 사이트 차트에서 무작위로 재생되는 것인지, 병원 측의 선별된 플레이리스트인지 정도는 알고 싶었다.
처방전을 받을 때까지도 궁금함과 씨름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이 노래 누가 트시는 거예요?"
"네? 멜론에서.."
"아.. 실시간 차트 같은 거 트시는가 보구나."
"아 아니요. 저희가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서 틀어요."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나, 대답해주던 간호사의 눈동자가 약간 부푼 것이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의 호의와 반가움, 그리고 고마움을 담아 인사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서요."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산뜻하여 치유의 병원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상에서 맞닥뜨린, 그래서 느닷없는 선물 같았던 오빠는, 오늘도 나의 치유의 요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