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부연은 없었다. 그는 곧장 노래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노래는 사랑의 세레나데였다. 어제와 다른 점이 또 있다면 드라큘라가 아닌 '그'의 세레나데였다는 것. 그랬다. 처음으로 미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노래였다. 나는 마치 이 노래 속 주인공으로 초대된 듯한 미망에 사로잡혔다. 아니 분명 그랬다. 그와 그녀의 노래가 아니라 그와 우리의 노래였다. 그렇게 들렸다. 그렇게 불렀다.

모두를 향한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진실한 세레나데였다. 모순이라면 모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순간의 목격자라면 알 것이다. 그라서 가능하였던 이 세레나데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였는지.

짚어 부르는 가사의 마디마디가 마음을 에워쌌다. 나는 이 노래를 생전 처음 듣는 사람처럼 울먹였다. 전주부터 새로웠다. 의미가 달라지니, 완전히 다른 차원의 노래가 되었다. 드라큘라와 미나만이 존재하던 유리벽 너머의 세상을 깨고 그의 노래가 내게로 돌진하는 것만 같았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했다. 그가 너무나 진심이었다.

 

그는 마치 내 사랑에 화답하듯이 노래하여 왔다.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도닥여 주었다. 정말로 기이한 순간이었다. 단 한 번도 그에게 돌려받고자 건넨 사랑이 아니었는데, 그 이상의 사랑까지 모두 되돌려받고 말았다. 

나의 울음에 그의 노래가 삼켜지지 않도록 나는 필사의 힘을 다했다. 그의 노래를 들어야 했다. 그 순간 그로부터 발하여지는 마음이 어떤 빛이고 어떤 따뜻함인지, 그 마음의 수신인인 나는 똑바로 보고 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보았다. 몇 번이고 각별함을 밝힌 바로 그 노래로 그가 전해온 것 전부.

그것은 그가 나의 사랑을 향하여 마주 건넨 인사. 내 사랑을 소중하다 여겨주는 그의 마음. 아무 가공 없이 그 마음만을 곧장 담은 노래로 내 사랑을 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형태의 사랑으로 만들어주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사람 자체였다.

어떡하지. 나는 도저히 갚을 길 없는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아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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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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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4.20

이러다간 세상 모든 노래가 우리의 노래가 되겠어. 그것도 좋겠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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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4.20

이 순간이 자꾸 생각나. 드라큘라의 세레나데로 참 많이 사랑했었던 이 노래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입던 그때의 그 풍경,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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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4.21

시아준수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오빠 얼굴의 유일한 라이벌은 오빠 목소리 뿐이에요. 이 목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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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4.21

제 목소리가 저보다 잘생겼죠? 하고 물었으면 아주 조금은 고민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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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4.26

들어도 들어도 좋다. 들어도 들어도 덜어지지 않는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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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3

미나, 미안해. 하지만 이제 이 노래는 나의 것. 이 목소리, 이 마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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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7

사랑해 시아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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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7

사랑해 사랑해

말로도 다 할 수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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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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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준 사랑 천천히 갚아 나갈게요. 이 마음 한 줌이나마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아끼고 아껴서 오빠를 향하여 피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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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7

이 목소리, 이 마음이 꼭 내 마음에 이불을 덮어주는 것 같아. 소리 반 마음 반 엮어 만든 시아준수의 품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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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7

'이제 내게 돌아와' 함께 춤춰요 새벽을 향하여

돌아와에서 버럭하듯 긁는 소리가 너무 좋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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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07

나비에도 이런 소리 있어 말미에, 말미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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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5.25

비교적 오랜만에 들었더니 심장이 감당 못하게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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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6.13

사랑이여, 안녕.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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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6.13

영원을 약속하게 되는 동시에 섣부른 맹세조차 그 진실됨에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 지고 마는,

그래서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이 순간 사랑하고 있노라 고백하게 되는

이날의 시아준수

어제와 오늘의 시아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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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04.19

이날이었다. 나에게 이곡이 나는 나는 음악의 반열에 오른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