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마지않는 죽음의 게임 도입부를 보지 못했다. 총장님 나랑 싸울래요? "내가 엘이야" 하고 말하는 얼굴을 가리다니. 사탕 무는 얼굴이 야가미 국장님에게 가렸던 것보다도 더 충격적이었어. 그래서 시아준수가 돌출로 나올 때도 약간 정신을 잃고 있었던 듯. 정체를 밝히는 샤엘을 놓치다니.. 놓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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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라 말하며 오늘은 웃지 않았다. 자신의 추리에 스스로가 사로 잡혀버린 사람처럼 확장된 동공으로 미동도 없이 말했을 뿐. 섬뜩하면서도 비범한 무표정. 시작의 선언으로 노래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늘 그랬던 것처럼 씩 웃어 보였다. 왜, 예언가들이 진짜 예언을 할 때면 확 돌변했다가 예언이 끝나고 자의식이 돌아오면 온오프되는 것처럼.
오늘의 걸음걸이를 보며 느낀 부분인데,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내민 이 특유의 자세가 유난히 그의 쇄골을 돋보이게 한다. 쇄골이 도드라져 나오니 항상 눈이 가고, 조명을 받게 되면 절묘하게 음영지는 탓에 시선을 뗄 수 없게 해. 그는 쇄골미남이셔.
수사팀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종아리를 긁적, 긁적긁적긁적. 어제 맛보기만 보여준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아주 본격적으로.
여기서 '키라'를 발음할 때 찡긋하는 콧등이 좋다. 정확히, 키라는 당신의 아들이라며 야가미 라이토를 키라로 지목하는 대사에서 그랬다. 이 분명한 사실을 왜 보지 못해? 하는 뉘앙스로.
테니스 시합 전, 스트레칭의 시간. 오늘은 고개를 한 바퀴 반 돌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당. 골반을 뒤로 쭈욱 빼면서 일어나기에 깜짝. 시합 종료 후 신발은 도움 없이 무사히 신었으나, 왼발의 앞코를 콕 찍고 발목을 빙빙 돌리며 발을 끝까지 완벽하게 구겨 넣는 철두철미함을 보여주었다.
사탕은 어제와 같았다. 두 번 모두. 과일맛, 너를 놓치지 않을 거야☆
유일하게 심정을 밝히는 대목의 대사는 오늘 역시 '나도 괴로워요.'였다. 어제보다 조금 더 느리고, 천천히, 진심처럼 말했다.
그리고, 얼빠적으로. 그가 턱을 살짝 들고 눈을 내리뜰 때마다 기쁘다. 사탕을 물고 야가미 국장과 대치할 때도 내립뜨는 시선을 볼 수 있지만, 미사를 수사할 때 이 모습을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도록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시부야에 갔었다'고 말하며 미사를 내려다보던 서늘한 얼굴이 너무 좋았어. 테니스 시합 직후라 흠뻑 젖은 얼굴이 어슬한 조명 아래 은은하게 반짝이며 미모를 과시했다.
야가미 국장이 내 아들은 키라가 아니라며 못 박고 퇴장한 후, 혼자 남았을 때 삐죽이는 듯하던 표정도 좋았다. 그러시든가 말든가 하는 느낌이라 왠히괜지 통_쾌☆
야가미 국장이 내 아들은 키라가 아니라며 못 박고 퇴장한 후, 혼자 남았을 때 삐죽이는 듯하던 표정도 좋았다. 그러시든가 말든가 하는 느낌이라 왠히괜지 통_쾌☆
오늘의 엔딩. 라이토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 동요하는 듯한 느낌의 숨소리가 강해졌다. 최후의 대사에서는, 처음에는 분명 흐느낌이 더 강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웃음이 그 전부를 잠식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 마지막 웃음의 강렬함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오늘의 그는 기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엔딩의 그가 어떤 마음인지 최종 단원이 내리는 순간까지도 이 극 하에서는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경기에 집중을 해야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두 팔을 살짝 벌리며, 내 잘못 없음. 니 탓임. 하며 은은하게 웃는 얼굴에서 묻어나는 약올리는 느낌이 너무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