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넘버는 변함없는 진실
오늘의 연기는 취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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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토를 죽이기 전의 류크가, 엘을 그렇게 오래 지그시 바라보았던가? 생각해보면 엘의 죽음 이후부터는 항상 일정 정도는 생각을 놓고 있는 상태라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류크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었는데 엘에게로 내리꽂은 시선이 짐짓 오래 유지되기에 의외였다.
마지막 순간은 여전히 알듯 말듯, 닿을 듯 말 듯하다. 분명한 것은 점차 흐느낌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 입꼬리는 여전히 확연할 정도로 올린 얼굴이나, '웃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표정이 되어간다. 일그러진 눈가에는 원망도 있고 공허함도 있고. 언뜻 절망이 비추어지는 듯도 했다. 결코 기뻐 보이지는 않았어. 적어도 오늘의 그는.
차라리 그가 죽음의 공포를 집어삼킬 만큼의 희열만을 안고 죽었더라면 이 먹먹함이 덜할까. 공연을 거듭할수록 기쁨의 크기를 그 반대의 감정이 집어삼키는 듯한 모습이다. 왜 마지막에서야 그토록 인간적인 감정을 동공 가득 담고 있는지.
취조신의 서스펜스는 압도적이었다.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미사의 열변이 토해지는 동안 변해가는 표정은 그중에서도 으뜸. 부푸는 동공, 입꼬리로 스며드는 웃음. '그래, 바로 그거야. 더해 봐, 더 말해 봐' 하는 듯이 반짝이던 눈빛. 먹잇감이 덫에 걸려드는 모습을 숨죽인 채 지켜보는 얼굴에는 희열마저 감돌았다.
'라이트?'라 되묻던 목소리에 감돌던 웃음기와 미사가 약간의 틈이라도 더 보이기만 하면 곧장 낚아채 주겠노라 벼르는 듯하던 눈빛의 이글거림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범죄자에 대한 정의의 단죄보다, 키라를 향한 개인적인 승부심에 온통 휘어 잡힌 채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는 그가 안타까우면서도 좋았다.
굳어버린 채 소름이 끼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수사관들의 눈빛에서, 그가 얼마나 철저히 혼자인가를 절감하였을 때도 반반의 마음이었다. 안타까우면서도, 그를 괴물 보듯 하는 그 시선이 싫으면서도, 철저한 고독 속의 그가 좋았다. 마음 아리게 하여 더 좋은 거, 그런 거, 왜..
소이치로와 대치한 후에는 어깨를 털며 잘게 웃었다. 어쩜 웃는 얼굴마저도 그렇게 차갑던지. 비웃음과 함께 자조가 흐르던 얼굴이 미사에게로 시선을 내리꽂으면서는 조금 더 빙그레한 웃음을 머금는가 싶더니 곧장 무섭게 굳힌 얼굴이 되었다. 이 순간 음영진 눈 밑이 예쁘면서도 섬뜩했다. 다크서클도 오늘 한층 진해져서 더욱 그림 같은 음영이었네.
테니스 시합. 처음부터 마이크가 말썽이었다. 첫 번째 서브 후 만지작, 반투명 벽 뒤로 돌아갈 때 다시 만지작. 틈만 나면 왼손으로 손보기에 아, 말썽이구나 했는데 결국 숨돌리는 틈에 스태프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자연스럽고도 재빠르게 테이프를 덧대어 주고 사라졌으나 원래의 테이프와 덧댄 테이프 모두 떨어져 끝까지 달랑달랑.
끝까지 말썽이었던 마이크는 결국 미사를 신문할 차례가 되어 일단 사탕을 꺼내어 문 그가 그대로 잠시 사라졌다 돌아온 후에야 일단락되었다. 재등장하는 그를 보는데, '무대 위에서 마이크 볼륨을 높여달라는 이야기도 하기 싫었다'던 말이 떠올랐다. 무대 위의 배우가 자꾸만 마이크를 고쳐잡는 모습에 몰입을 방해받을 관객을 생각했겠지. 눈을 뗄 수 없었던 찰나의 프로다움에 오늘의 멋짐 하나, 너무도 태연하게 마치 원래 퇴장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것 같처럼 대처하던 순발력에 멋짐 둘. 샤엘을 보러 갔다가 프로배우 김준수도 만났던 오늘은 일타이피.
기억에 남는 대사는 "국장님을 모욕할 생각은 없었어요." 굉장히 영혼리스했다. ㅋㅋ 다른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진의가 느껴지는 응대였는데, 오늘은 소이치로의 타박을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과 함께 해명 아닌 해명도 옛다 인심 써준 느낌.
사탕은 두 번 모두 핫핑크.
스트레칭은 오른 다리 직각펴기만 여러 번, 빠르게 하는 것으로 끝냈다. 신발은 벗을 때는 무리 없었지만 신을 때는 오른 신이 다소 애를 먹게 했다. 하지만 끝까지 구겨 넣는 집요함으로 그의 승리.
참 비밀과 거짓에서는 바짓단이 정말 많이 올라가서 (거의 무릎까지) 종아리가 다보였당.
마지막으로, '내가 그런 살인마로 보여?'라 물어오는 라이토에게로 천천히, 눈동자부터 또르르 굴려 고개 돌리던 옆얼굴의 잔상이 아직도 눈앞에 남아 있다. 대답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나긋한 어조였다. 여느 때가 단호하게 맺는 투의 "네."였다면 오늘은 "네에."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1. 자켓을 입지 못했던 라이토. 소매를 못 찾았던 건지 입는 데 실패하고는 성질 내며 자켓을 내려놓는데, 누가 봐도 '옷을 못 입고 있는' 상황인데 천연스럽게 라이토답게 성질 내는 것으로 넘어가서 그 상황 자체가 그럴듯하면서도 재미있었다. ㅋㅋ
2. 류크의 애드립이 늘었다.
3. 음향팀 왜 그래요. 하루 쉬었다고 원래대로 돌아가기 있기 없기? 소리 진짜 너무 답답해. 걸러 듣는 것 같고, 뭉치지도 않고, 하염없이 흘러만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