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이미 '적혀있다'는 라이토의 대사가 이끌고 온 혼란이 오늘처럼 거셌던 적은 없었다. 그는 풍랑을 만난 배처럼 동요했다. 두 손을 번갈아 내려다보고, 흔들리는 동공이 필사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자 했다. 그리고 해석해냈지. 게임의 끝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라이토를 쏜 직후, 쓰러진 육신을 향해 다가서다 실기한 웃음소리에 그의 눈빛이 재차 격침을 겪었다. 양손으로 떨군 고개가 망연했다. 노트의 운명 앞에서 무력해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얼굴에, 체념한 듯한 기색이 비추어졌다.
게임의 끝. 그는 웃었다. 흐느끼듯 웃었으나, 오늘의 그는 차라리 기뻐했던 것 같다. 삶과 죽음이 이렇듯 허무하게 종이 한 장으로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자신은 그 누구보다 그 허무한 진실에 근접했던 자이니. 그는 죽음 앞에서 차라리 그것을 위안 삼은 것처럼 보였다.
그가 안타까워 울게 되는 나는 그런 오늘의 그가 좋았다. 어차피 사신의 손끝에 달린 인간의 생사라면, 그래. 당신은 그렇게 끝까지 자신을 사랑해라. 목숨을 건 게임 끝에 자신을 내던지고야만 건방진 멍청이와는 달리, 생명의 가치를 그저 심심풀이로만 여기는 짓궂은 방관자와도 달리, 당신은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자기 자신을 안고 돌아가라. 죽음 앞에서도 꽃피웠던 자기애가 당신의 날개가 되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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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는 변함없는 진실과 죽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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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귀여움:
The Game Begins. 왼발에 시선을 강탈당했다. 자꾸만 귀엽게 꼼질꼼질하여 시선을 앗아가. 귀엽게. 안 그래도 짧아진 앞머리 때문에 미취학 아동같은 얼굴인데,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비밀과 거짓, 첫 번째 점프. 오른손이 주머니를 찾지 못해 유난히 갈팡질팡했다. 착지할 때까지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손가락이 훤히 보이는 찰나, 자연스럽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주머니 안으로 감추어버리는 모습에 미소 지었다. 그래요 시아준수.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딸기는 어제처럼 작은데, 또 그걸 야무지게 세입에 나누어 먹고도 남아서. 아아, 정말로 심장 아프게 귀엽다니까.
V자 착지는 글자 그대로 완벽한 브이꼴이었다. 글자의 완성도보다 놀라웠던 건 중력감이나 부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팔랑이며 접히던 몸. 지나치게 가볍다. 발등을 세워, 발끝을 끌며 걷는 걸음걸이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일상적인 동작들도 전부 이 세상 너머의 것.
스트레칭. 어제처럼, 작정하고 웃어라! 하는 다리놀림(점점 빨라지고, 점점 많아진다). 샤엘의 개그욕심 좋아요. 사랑스러워.
오늘의 귀여움은 "잘생김 특화 장면"인 죽음의 게임에서도 숨겨지지 않았다. 오늘은 가을신사 같다기보다는 형아 옷을 빌려 입고 나온 동생 같았어. 가지런한 앞머리와 반듯하게 드러난 이마, 비죽비죽하지만 묘하게 단정한 머리 덕분에 옷이 커 보이는 현상이. ㅋㅋ 돌출로 나아가는 라이토를 뚫어져라 볼 때의 간파하는 듯하던 눈빛은(오늘 유난히 분석하는 듯, 꿰뚫어보는 듯 깊고도 고요하게 고정된 눈빛이었다), 그 와중에도 위험하게 섹시했지만.
또 섹시했던 건, 키라는 당신의 아들에서 의자에 기본자세로 내려앉을 때. 왼쪽으로만 쏠려 내려간 라운드넥 덕분에 드러났던 예쁜 어깨선. 하얗고 맨드랗던 살결.
섹시함 한 가지 더. 취조신. 미사의 긴 대사에(부모님 어쩌구, 세상 어쩌구) 걸려들었다! 는 눈빛을 반짝이며 사탕 든 손으로 부추기던 손짓. 라이트? 하며 즐기듯 비웃는 듯하던 얼굴. 뜻대로 미사를 유도해내고 있는데 딱 끼어드는 소이치로의 음성에는 언뜻 짜증을 느끼는 것 같던 얼굴.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외면하려고만 드는 야가미 소이치로를 얄궂게 비웃어주던 어깨의 너털웃음. 마무리는 어제와 같이 무섭게 굳힌 표정으로 미사를 내려다보는 눈. 이 얼굴이 정말 잘생겼다. 짙어진 다크서클과 고개 숙여 음영진 얼굴선이 조각 같아.
사탕은 첫 번째는 연분홍과 하양의 1/2. 두 번째는 핫핑크. 아무래도 핫핑크가 가장 입맛에 맞으시나 봐요. 그리고 오늘처럼 명확한 사탕 츄는 오랜만.
그리고, 브라우니 봉지의 엘 글씨가 검정색으로 바뀌었다.
또한 음향이 커졌다. 그러나 드럼 소리도 만만치 않게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