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폭풍 같은 혼란이 덮쳐드는 얼굴이었다. 그 크기가 낯설 정도라 새로우면서도, 엘이 겪었을 혼란은 필시 그런 것이었겠지, 납득했다.
라이토를 쏜 직후, 특히. 자기 손을 내려다보는 얼굴의 동요가 극렬했다. 주먹이라도 시원하게 쥐었으면 좋으련만. 차마 제대로 된 주먹을 만들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텅 빈 왼손이 어찌나 아프던지.
무엇보다 무력감과 절망이 몰려드는 그 얼굴이 오늘ㅡ왼블 극사이드에서는 정면이었다. 옆얼굴로도 충분한 타격이었는데 정면의 얼굴은 그야말로 명치를 건드려왔다. 재차 총을 겨눌 때는 더했다. 분노로 얼룩진 얼굴(이런 얼굴은 처음)에서 잔뜩 일그러진 눈가. 악문 채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입술을 이렇게 가만두지 못하고 글자 그대로 '바들바들' 떨어댔던 것도 오늘 처음). 총을 떨어트려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던 손의 떨림까지.
죽음이 덮쳐들기 직전. 절망과 분노에 잠식된 얼굴이 경직된 채로 웃었다. 오늘처럼 웃음의 존재가 희미했던 적이 있었나.
쓰러진 후에는 처음으로, 얼굴을 보았다. 잠자는 것처럼 평온하게 감은 눈가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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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신. 볼수록 엘이 아니라, '샤엘'이구나 싶은 장면. 잔인하고, 정 없고, 칼같이 정확하다. 눈앞에 명확한 진실을 바로 두고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는 '인간다움'이 그에게는 없다. 오히려 그것을 비웃지. 아들을 감싸는 소이치로의 눈먼 부정을, 연인을 지키려는 미사의 맹목적인 사랑을. 이 순간의 그를 보다보면 그가 사람들과 어울리려고조차 하지 않는 이유가 혹 그 자신도 저런 정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 싫어서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사신의 눈에 관한 대화를 들으며 오늘 역시 웃었다. 흥미진진한데, 점점 재밌는걸. 하는 얼굴로. 미간을 모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얼굴도 좋았지만, 놀이에 사로잡힌 듯 웃는 얼굴도 좋다. 왼쪽 돌출 앞으로 나와서도(라이토가 "경찰이 엘을 찾아낼 거야" 하는 즈음에) 너의 수를 다 꿰뚫었다는 듯 웃었을 때, 아 멋있었다.
또 멋있었던 건 죽음의 게임에서 미사 파트가 되었을 때. 겉옷을 확 젖히고 주머니에 손을 꽂는 동작. 코트가 홱 젖혀지는 효과음이 날 것만 같은 만화적인 동작이라고 생각했다. 절도 있고 멋있음.
죽음의 게임에서 이상할 정도로 눈동자가 반짝인다. 그야말로 안광이 쏟아진다 해야 하나. 특히 돌출로 나아가며 라이토의 등을 노려볼 때. 못 박아둔 듯 라이토에게 고정된 눈빛에서 마구 광채가 난다. 머리카락 한 올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요하고도 흥미로운 그 시선. 좋겠다, 라이토. 그런 시선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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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빤스에 이은 두 번째 애드립은 "씬플레이빌 3월호에 나왔었죠?"
치사빤스는 단어에 강하게 힘을 주어 발음하니 더 귀여운 듯하다.
사탕은 둘 다 샛노랑. 혀끝에 대고 사탕을 마구 굴렸다. 그리고 오늘은 왕딸기였당.
스트레칭은 직각 펴기를 열성적으로 한 후, 잠시 정지상태로 있다가(끝난 줄 아라찌?) 두어 번 더 내쳤다. 새삼 놀랐던 건 그의 균형감각. 한 다리로 선 채, 오른 다리를 그렇게 세차게 움직여대는데도 휘청 한 번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