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얼추 가닥이 잡혀간다고 생각해도 될까. 재차 라이토를 겨누며, 떨리는 입술과 진동하는 팔. 그러나 고요하기 그지없는 굳은 동공. 어제와 같았다. 노트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였을지언정 자신 몫의 죽음을 고아하게 받아들였다. 드높은 자존감으로, 고요하게.


*


비밀과 거짓. 한 편의 드라마. 유독 생동감 넘치는 얼굴로 여러 표정을 보여주었다. 첫 대사부터. 미묘한 음률이 있는 대사가 꼭 노랫소리 같았다. 리듬에 맞추어 휘젓는 잔을 든 팔도 그림 같았고.

범죄자들의 얼굴이 공개되었는지도 확인해달라던, 평소보다 약간 단호하고도 분명한 어조에는 이미 일정한 확신이 있었다. 그래. 처음부터 다 보였던 것이다. 오늘의 그는, 당장은 정확히 이름할 수는 없는 '그것'을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사신의 눈 대화 직후 고개 숙일 때는 처음으로 엄지를 입에 물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얼굴로.
'학생이라는 사실은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는 왼쪽 눈썹과 눈을 순간적으로 부풀리며 반응했다. 과연 그럴까? 되묻는 얼굴. 

네가 날 죽이길 원한다면~ 의 음성은 유난히 나긋하고 속삭이는 마무리였는데, 그 소리의 변화만으로도 그가 키라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단서를 캐내어 퍼즐을 맞추는 그가 얼마나 섹시하고, 멋있고, 저릿하게 다가왔는지.

그런데 어김없는 귀여움 포인트: 아랫입술의 오른쪽에 딸기가 묻어서 ㅎㅎ 노래가 끝날 때까지 빨갛게 반짝였다. 처음에는 못 보던 상처가 생긴 줄 알고 놀랐는데 딸기의 흔적이었어 ㅎㅎ 귀여웡 ㅎㅎ


The Game Begins. 정확히 어떤 느낌이었다고 적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오늘의 게임의 시작은 굉장히 멋있었다. 도입부가 특히 그랬다. 자기 영역을 침범당한 어린 야수가 그르렁대며 적의 목덜미를 조준하기 전에, 온 신경을 모아 집중하는 모습 같기도 했고. 동시에 앞으로의 이 위험한 싸움을 그저 놀이라 칭하는 대범함도 멋있었고.

고등학생이라 말하기 전. 멈추어설 때. 들린 채로 멎는 오른쪽 발꿈치가 늘 그림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에야 쓴다. 한쪽 발꿈치만 든 자세가 더없이 우아하다. (더해서 정의는 어디에 rerpise에서 미사가 데스노트 줍기를 기다리며 정지할 때의 자세도 한 폭의 그림.)

고등학생은 어제보다도 깊고 낮은 어조로, 역시 회심의 말투였다. 
노래를 모두 마친 후 퇴장하기 위해 돌아서기 직전에는, 아주 약간만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려 곧 잡으러 갈게 하는 듯이. 


키라는 당신의 아들. 내내 상당히 강한 엘이었다. 톤이 그랬다. 특히 맺는음의 처리가 빠르고, 다소간은 공격적이기도 했다. 높낮이도 평소와는 다르게 사용한 부분이 있었고. 당장 기억나는 건 40퍼센트에 실었던 악센트.
'이 사건에서 삼 퍼센트는 아주 높은 수치에요.'에서가 특히. 어느 때보다 강한 확신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깃장을 놓지 말라는 단단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캠퍼스에서 라이토를 감시할 거라던 말투도 유난한 선언조였다.
(그리고 어제 이상으로 많이 웃는 얼굴이었다. 어느 한 장면을 꼽을 수 없게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


죽음의 게임. '완-벽, 하지만.' 쉼표로 방점을 찍는다. 첫공 언저리에는 없었던 박자의 밀당. (사실 이 밀당이 있은지는 꽤 되었는데 적는 건 처음)
저놈을 죽일 수는 없을까, 시점의 라이토를 보는 옆얼굴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한 웃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순간. '그러면 어디 한 번 맞춰 봐.'에서. 눈썹 앞머리를 휘어 올리며, 두 눈은 자신감을 형형히 빛내며 노래하던 얼굴. 멋있었다. 진짜 멋있었어. 잘생김 폭발. 황홀함에 울먹울먹해버렸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순간적으로 내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의 멋있음을 발산하여, 감격인지 벅참인지 행복인지 혹은 공황인지 모를 수렁에서 허덕이고 말았어.


변함없는 진실. 오늘의 음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1막의 드럼 소리가 심장을 위협하는 정도라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2막에서 지나친 피드백으로 드럼은 물론 음향 자체가 소거되어 버렸다. 프리뷰 이상의 답답함. 라이토에 대적하는 샤엘과 함께, 음향을 뚫어내는 시아준수를 보았다. 그 음향을 책임지고 완주해내는 그가 경이로웠다.

외부적 여건 외에 순수하게 노래적으로는, 초반에 처음 듣는 소리가 있었다. 정확한 지점은 들어봐야 알겠는데 끝음을 밀어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소리였어.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전에 없던 긴장감이 증폭되어 소름이 끼쳤다.
'판단하는~'의 마무리가 부드럽게 사그라지도록 처리한 것도 오늘이 처음. 시아준수의 강약을 사랑합니다.


엘과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일상적 어조로, 사탕의 각도를 이리저리 재어보는 결코 진지하다 할 수 없는 태도로 사람의 죽음을 전하는 태연함. 취조신과 더불어 그의 엘에게서 비인간적인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
라이토는 모키의 이름을 모른다! 는 소이치로를 돌아볼 때는, 이지러지는 눈썹으로 딱하다는 듯 웃었다. 눈먼 부정을 애잔하게 여기는 것도 같았고. 의외로 데스노트에서 시아준수가 다양한 표정으로 상대를 비웃는 얼굴을 많이 본다.

테니스 시합. 유난히 그림 같았던 장면은 기습공격 후, 상체를 뒤로 젖히며 몸을 일으켜 세울 때의 순간적인 각도. 그 찰나가 참 예뻤다. 섹시했고.
시합 후의 대사. '나에겐', 처음 생긴 친구니까. 에서의 첫머리가 호흡에 잠겼다. 목 메어 부스러지는 소리가, 시아준수적으로는 멋있었고 샤엘적으로는 상당히 진의에 근접한 듯한 소리처럼 들려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캠퍼스. 미사에게 다가섰을 때, 렘이 미사를 감싸며 그로부터 멀어지면 그의 눈동자가 먼저 도로로 미사를 따라가고 그 후에야 몸을 움직여 다가서는 순서가 좋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좋아.

취조신. 앞에는 미사, 다리 위에는 수사관들. 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비켜난 지점의 난간에 몸을 실듯이 기울여 쪼그려 앉은 엘. 이 구도가 새삼 그림 같았다. 그 자체로 완전한 부조화. 결코 섞여들지 않는 모습.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

미사가 키라를 옹호할 때. 무섭게 굳힌 얼굴이 꼭 화가 난 것 같았다. 감히 그런 게 정의라고? 노려보던 얼굴. 그러다 미사의 이야기가 '라이트?'라는 구심점으로 좁혀질 때는 그래, 그거야. 회심의 미소가 머금어지던 입매.

여기서 늘 아이의 얼굴로 웃는데, 천진한 곡선을 품은 눈과 입매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한 기색을 자아낼 수 있을까. 라이토도 정상은 아니지만 엘도 결코 인간답지 않다.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간성 자체가 부재했던 죽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장면의 그는 비인간적이야. 태연히 사탕을 음미하는 모습이 흡사 먹잇감을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미사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심지어 오늘은 상당히 버럭했다. 그 언젠가, 포효한다 싶었던 날처럼. "라이토를!! 도와줬잖아요."


*


오늘의 애드립은:
치사빤스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웃음소리가 역대 가장 컸다.) 육감 몸매 보고 완전 팬됐어요.

사탕은 처음은 샛노랑과 하양의 1/2. 두 번째는 연분홍과 하양의 1/2

스트레칭의 마무리는 오늘도 대사와 함께였다. 그런데 오늘은, 학자세에서 일자로 곧게 뻗은 발등에 시선이 꽂혔다. 발레리노의 자태라 해도 손색이 없던 자세와 균형감각.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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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10

7일과 8일, 변함없는 진실에서 끌어당겨 온 소리는

나의 무의식'은' 몸부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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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10

7일과 8일의 후기를 정말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바로 끄집어와 적어버렸는데.. 다시 읽으니 그래도 완전히 못 읽을 수준은 아니라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