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얼굴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예뻤어. 예뻤다. 어제도 예쁘고 그제도 예뻤지만 오늘 정말 예뻤다. 테니스 시합 이후부터는 특히나 눈부시게 예뻤다. 유독 더웠던 날씨 때문인지 비 오듯 흘린 땀으로 세수한 얼굴이 말갛고 뽀얘서 숨넘어가게 예뻤다.
유난히, 쉼도 없이 턱선을 타고 흐르던 방울들. 약간의 움직임이라도 가미되면 자극받아 더더욱이 후두두 흩트려지던 물줄기. 맺힌 것도 모자라, 아예 쇄골에 자리를 잡고 고여 있었던 웅덩이.
취조신에서는 특히나, 어스름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눈망울 위로 눈꺼풀에 맺혀 달랑이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보석 같았다. 얼굴 보느라 연기를 못 볼 뻔..는 실제로 놓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얼굴만 지금도 어른어른.
*
변함없는 진실. 허상'인'가. 나의 무의식'은' 몸부림치고 있다. 판단하'는' 건 인간이지. 삼종셋트☆는 이대로 가는 건가 보다. 후후.
어제의 변함없는 진실이 극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양방향의 감동을 선사해주었다면 오늘의 울림은 온전한 극 안에서의 것.
그래 좋아, 인정하지. 게임의 방향을 흔쾌히 틀어 놓으며, 웃음이 사르르 피어나는 얼굴로 그가 몸을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현실도 받아들이겠노라. 그렇지만 변함없는 진실만은 포기 못 한다는 선언의 순간, 그 안의 나르시시즘이 격폭하는 광경을 보았다. 사신의 존재가 불러일으킨 착오와 혼란에서도 '찾아낸다'는 의지와, 찾아낼 것임을 확신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그것으로 게임의 다음 장을 예고하던 모습. 정말, 말도 못하게, 뼈저리게 나르시시스트로구나 당신.
이 자존감은 변함없는 진실 reprise에서 그럼에도 진실이 떠오르리라던 확신과, '나는 틀리지 않았다'던 대사와도 일통했다.
동일한 맥에서 변함없는 진실 reprise. 시작부.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걸이와 희미한 음성이 유난히 그의 것이 아니었다. 인형 같았어. 도입부의 노랫소리는 꼭 써진 대로 따라 읊는 것처럼 보였다. 라이토가 꼭 그대로 마련해둔 것만 같은 가사.
반면 약절정에서는 그였다. 노트의 격류로도 어쩌지 못하는 것. 사신의 그림자 뒤에서 떠오른다는 변함없는 진실에 대해 확신하는 건 정해진 운명 위로 떠오른 본연의 자의식이었다. 그래, 흔들림 없는 진실이 말하는 바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바로 틀림이 없었던 그 자신. 키라의 정체가 중요했던 게 아니야. 키라의 정체를 꿰뚫어 본,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진실'이 게임의 목적이었다.
마지막 순간. (라이토는 오늘도 약 올리는 말투였다. 그리고 난 감사했다. 이제 이 말투가 좋아.. 사람 참 재밌어.)
게임이 끝나면 허무함뿐이라던 그를 보며 혹 게임의 시작에서 이러한 엔딩을 알았더라면 이 놀이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질문해보았다. 결론은, 오늘의 그라면 역시 게임에 임했으리라는 것. 확연한 웃음에 다소간의 흐느낌을 곁들였던 것이 분명했던 마지막의 얼굴로도 그가 답해주었다. 게임은 끝났다. 죽음의 목전에서 목적은 완수되었고, 생의 갈림길에서 '진실'을 확인했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음을 품은 눈동자로, 승패를 떠나 게임의 끝을 받아들인 최후의 얼굴로. 명백한 희열 속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음을 품은 눈동자로, 승패를 떠나 게임의 끝을 받아들인 최후의 얼굴로. 명백한 희열 속에서.
'게임 한 판 즐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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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Begins. 내내 아이컨택을 했다. 그러나 아이컨택이라 할 수 없는 눈맞춤이었다. 분명 이쪽을 보고는 있으나, 상이 맺히지 않는 듯한 초점 없는 눈동자. 엘의 것이었다. 철저하게.
단 한 번. 생명력이 돌아와 생기가 감도는 순간이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선언에서. 최면에서 풀린 것처럼 생기를 품고, 확신을 머금은 눈동자로 그가 정면을 응시했다. 똑바로 보고 있었다. 눈앞의 분명한 진실을.
전반적으로는 호기심 반, 괘씸함 반. 양손에 올려놓고 어느 쪽의 감각이 우위인지 그 자신도 저울질하는 느낌이었다. 8일과 같은 분노는 절대 아니었고, 그렇다고 9일처럼 즐기는 모습도 아니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차분하게 열 받는 것 같았던.
비밀과 거짓. 두 번째 점프에서 콩-콩. 발 구르듯 한 번 더 약하게 점프하여 착지했다. 자세를 바로잡는 느낌의, 순간적으로 덧붙여진 동작. 주머니를 찾지 못했던 손가락도 그 틈에 갈무리했고.
어깨의 활약은 오늘도 이어졌다. 이제는 서 있을 때도 쇄골이 드러난다. 어깨선도.. 셔츠의 요정이 정말 열일 하시는 듯ㅎ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는 비교적 부드럽게 웃었다. 그들의 모자람을, 차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한계를 이해한다는 것처럼. 혹은 애당초 기대도 없었다는 듯이. 비웃는 것보다 이게 더 잔인한 것 같다.
코너로 몰'아'주지. 어제는 눈과 눈썹만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치의 그르렁을 이끌어 내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여 버럭 했다. 더욱 전력인 느낌. 시작부터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 선언하는 것 같던 싸움의 시작.
참, 브이자 자세에서 고쳐 앉을 때 프리뷰에 근접할 정도의 깃털 같은 몸놀림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요정가루가 움직이는 줄.
키라는 당신의 아들. 오늘의 등장은 어제 같은 선전포고까지는 아니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는 언질을 위함이었던 느낌. 감시할 '겁니다'던 어미도 정중한 예고장이었다. 그로서는 말이야.
그리고 어깨. 의자에 앉은 채로 노래할 때, 움츠려 모으면 동그랗게 강조되던 어깨선이 정말이지 위험하다. 내가 이렇게 위험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어..
'은밀히'는 어제처럼 유혹적으로. 이 표정 그려서라도 간직하고 싶다.
테니스 시합. '나 불꽃처럼 타오를 거야,' 두 팔 동그랗게 벌려낸 후, 손목의 반동으로 라켓을 한 번 더 가볍게 휙 돌려 잡았다. 아 멋있음.
그리고 오랜만에 신과 씨름을. ㅋㅋ 왼발이 특히 말썽이었고, 오른 신도 수월하지는 않았다. 일단 어떻게든 다 구겨 넣은 후엔, 왼발을 바깥으로 한 번 차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뽁 소리 날 것 같던 그 찰나의 발차기가 귀여워서 참.
그리고 캠퍼스에서 웃음기가 있었던 대사. '당신은 정말' 운이 좋네요, 라이토. 문맥 그대로의 진의와 숨겨진 비진의가 동시에 엿보이는 톤이었다.
'나한텐' 처음 생긴 친구니까. 는 그끄제부터 계속 숨에 먹히는 식으로 부딪히는 발음이 나는데, 이쯤 되니 이 어절에서 그가 그런 발성을 유도해내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숨에 먹힌 발음이 묘하게 진의와 비진의의 경계에 놓여 있어 처음 들었을 때부터 참 묘한 느낌을 준다 여겼는데.. 숨과 호흡으로도 연기하는 시아준수..
미사가 정말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묻는 라이토에게 나도 괴롭다며, 살포시 웃던 얼굴은 외려 되묻고 있었다. 몰라서 묻는 거야? 알면서 왜 그래? 암전되기 전 어깨를 으쓱함과 동시에 눈썹 앞머리를 휘어 올리는 얼굴로도 그런 물음이었다.
취조신. 검지를 까딱이는 건 시험대에 올려둔 미사를 가늠하고 위협하는 동작임과 동시에 그 자신의 참을성을 재단하는 동작처럼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위에서도 썼지만 어두운 조명 속에서 보석처럼 빛났다. 너무 예뻤어ㅜ
퇴장하기 직전엔 미사를 내려다보던 몸을 틀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미사와 소이치로, 수사관 전원을 아우르는 고갯짓이었다. 역시 이 사람들은 안 되겠어,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기대할 바 없군. 하는 것처럼.
오늘의 그는 특히나 타인과의 접점이 전혀 없어 보였던 지라.. 철저히 혼자였지만, 그가 의도한 고독이었음이 부각 되어 보였다. 나와 같은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나는 내 길을 가겠다.. 란 느낌이었다고 하면 될까. 이마저도 참 나르시시스트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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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 뽕인가요? 오늘은 확연하게 '뽕'이라 발음했다.
맛있는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완전 팬됐어요.
사탕은 두 번 모두 핑크와 하양의 1/2
그리고 어제부터 스트레칭 마무리에 팔과 다리를 동시에 내리면서 대사를 시작한다. 오늘은 말미에 고개 반원만큼만 돌리기도 추가.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오늘도 천천히 걸어서 퇴장. 몸을 내릴 때도 서두르지 않았다. 분명한 동작으로 읏-챠 하며 쉼표와 함께 착지.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수사관 한 명이 바뀌었다. 내심 수사관 넘버의 새로운 합을 기대했는데, 바뀐 분이 부르는 부분은 딱 한 소절이었다.
항상 후기 잘보고 있습니다ㅠㅠ 좋은글과 사진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