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겼다'는 말로 오늘의 그를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었다. 게임의 시작부터 그랬다.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시선으로, 경계심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움을 품고 가득 반짝이던 동공이 첫머리에 있었다. 즐거움과 분노를 양손에 올려두고 저울질하는 것 같았던 10일과 흡사했다. 흥미로움과 분노가 나란히 축적되어 가다, '인정사정없는 게임!'에서는 마침내 1차 폭발했다. 음을 찍어누르는 강렬한 소리로 예고했어. 널 잡아주겠노라고.
고등학생이라 돌아보기 전에는 늘 스르륵 몸을 돌려 보였던 것과는 달리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처럼 한 차례 고개를 멈칫했다. 마치 그 순간 고등학생이라는 단서가 스쳐 가, 그것을 꽈악 움켜쥐는 듯이.
비밀과 거짓. 사신의 눈 대화를 듣고 주저앉으며, 오랜만에 명확하게 웃음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신이 난 듯, 즐거운 듯.
마지막 듀엣. 두리번거리는 시선 처리. 경계심과 함께 즐거움이 엿보이는 얼굴. 키라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흥분이 더불어 느껴졌다. 이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 변함없는 진실의 비장함과 마지막 순간의 공허함과 겹쳐지며 기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나에게).
그런데 반전. 강약의 차이는 있어도 늘 일정 정도의 비장미가 있었던 변함없는 진실이 여느 때와 달랐다. 평소와 같은 좌절이나 분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네가 처음이야, 하는 기색이 엿보였어. 더욱 자극을 받은 듯한, 불타오르는 얼굴로 투지를 불태웠다. 그래, 원한다면 전력으로 다가서 주겠노라ㅡ의 선언. 오늘의 그는 마치 이렇게 자신이 전력을 쏟을 수 있는 순간과 상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았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에서의 대사톤도 전투적일 정도로 강했다. 빠르고 강했다. 사족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기세로.
그걸 어떻게 알지? 라는 물음에 동공을 부풀리며 미소를 머금기 시작하는 얼굴은 캠퍼스에서 라이토가 키라 이야기를 꺼낼 때 번뜩이는 눈동자를 그대로 닮았다. 이제부터가 기다려온 본론이라는 듯 약한 흥분을 머금은 어깨에 웃음기가 있었다.
'당신의 아들'이라 지목한 후엔 급기야 웃었다. 그것도 '낄낄'대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재미있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변함없는 진실 reprise. 다이코쿠 부두로 터덜터덜 떨어지는 걸음걸이. 그 자신의 것이 아니며, 수동적인. 이끌려 오는 듯하던 인형 같은 모습. 그조차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스스로를 위한 레퀴엠.
그러나 문득문득 비집고 나오는 눈동자의 광채에서 노트의 종이 틈새로 그가 느껴진다 싶었는데, 약절정에서 곧 그의 것으로 전도되는 걸음걸이를 보았다. 그였다. 죽음의 창고로 향하는 걸음의 의지조차도 오늘은 그의 것이었다. 이 걸음의 끝에 죽음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각오를 마친 것 같던 오늘의 그.
죽음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마지막 순간. 경계심이 극에 달했다. 두리번거리는 고개와 일정한 곳에 멎지 못하는 시선. 노트를 향해 뻗어지는 손이 그 정점이었다. 검지와 중지만을 뻗어, 그것도 한두 마디만을 겨우 노트에게 허락했다.
라이토가 키라임을 증명하는 단서들로 모든 퍼즐을 꿰어맞추고, 마침내 그가 키라임을 확인했을 때는 약 희열에 찬듯한 웃음기가 목소리에 맺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창고로 향하는 걸음에서도 예감했듯, 본능적인 직감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읽어내고, '받아들였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의 혼란ㅡ노트의 수렁에 갇혀버린 자의 좌절은 7월 초반만큼 강하지 않다. 그마저도 짧다. 총구를 스스로에게 겨눈 얼굴로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죽음을 소화해낸다. 그리고 선택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환희 속의 죽음을.
*
그리고:
비밀과 거짓.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는 눈썹과 검지를 동시에 휘어 올렸다. 오늘따라 그 얼굴이 정말 새침하여 예뻤다. 감탄스럽게.
브이자 자세로 앉을 때는 처음으로 톡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은 레어일 것☆
키라는 당신의 아들. 뒤에서 두 번째로 브라우니를 방해받았을 때, 몸을 일으키며 살짝 입맛을 다셨다. 쩝, 하고 야무지게 다물었던 입술이 그랬어.
죽음의 게임. 일정한 거리감으로 라이토를 뒤따르는 동작에서 스르륵 소리가 날 것 같았다. 연기 같기도 하고, 뱀 같기도 하고. 숨 돌릴 틈만을 간신히 주면서 라이토의 숨통을 바싹 조여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어쩔 줄 모르게 즐거워하고 있다는 느낌도.
테니스 시합. 진짜로 안무가 되어가고 있당. 특히 안무 같은 동작은 둘. 무대 왼쪽 구석에서 점프 스매시를 날린 후 앞으로 휙휙 돌아 나오는 동작과, 정면을 향한 절정에서 우아하게 내뻗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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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맛있는데.. 는 점점 대사화 되어간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대사인 듯, 어떤 위화감도 없다.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잠을 설쳤어요.
그리고 스트레칭. 오늘은 버티고 선 다리의 발목에 시선이 꽂혔다. 가늘고, 얇고, 예뻐. 발목이..
사탕은 두 번 모두 오렌지와 하양의 1/2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류크가 사과를 놓친 것은 오늘이 네 번째. 천연덕스럽게 한 번 더! 를 외쳤다.
선 채로 멎어버린 그 동공을 보며, 이 모든 것이 그에게 그저 놀이였으면 하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