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16,17일의 궤도를 이어가는 공연이었다. 관객이 받아들이는 엘과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엘 사이의 간극이 맞물리며 수렴을 이루어 간다. 16일에 처음 도입되었던 연기적, 노래적 변화들은 오늘 밤공에서 '완성되다'시피 도약했다. 당장 생각나는 것으로는 정의는 어디에 reprise의 '악'마의 본성. 변함없는 진실의 '정복해버려.'
그리고 오늘의 밤공은 첫 번째 '완성형'이었다. 무엇보다도 변함없는 진실이.
*
낮공은 망원경으로 본무대를 보았을 때 전신이 꽉 차는 자리였다. 덕분에 보았다. 그의 걸음걸이. 발등이 휘어지는 모양과 발끝에 실리는 힘. 그럼에도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 무중력적인 신비함.
멈추어 설 때는 언제나 한쪽 발꿈치를 섬세하게 들어올린 자세 그대로 멎는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에서 야가미 소이치로가 그를 불러 세울 때(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 사탕과 소이치로의 신에서 소이치로를 돌아볼 때(만약, 있다면요?). 테니스 시합 도중 나답지 않다며 무대 중앙으로 나와 설 때, 정의는 어디에 reprise에서 난간 앞에서 멈추어 설 때, The Game Begins에서 고등학생이라 말하기 전 우뚝 멈추어 설 때. 언제나.
테니스 시합에서도 발을 보았다. 발이 보였다;; 발끝까지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그러나 중력에 전혀 구애되지 않는 날렵함. 발등을 세워 발끝을 끌면서 바닥을 노니던. 라켓을 쥔 손보다도 바쁘고 민첩하던 발목. 무대 바닥을 쓰다듬듯 노닐던 발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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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Begins. 16일을 기점으로 하여 17일에 완성한 후, 이제는 완전한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이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늘 그 '다음'이 있어왔던 그이므로.
고요한 도입부. 골몰하며 탐색하는 눈에는 깜빡임 대신 흥미로움이 가득 감돌았다. '구세주 행세를 하고 있어.'에서 괘씸한 듯 웃더니, 횡단 추리의 순간에 이르러 삽시간에 치밀어오르는 분기. 지옥을 보여주겠노라, 하며 끌어내는 광기.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요즘 게임의 시작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얼굴은 갓 태어난 아이의 것 같은 '게-임이야.' 그 무구함이 무섭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아이의 얼굴로, '밟힌 순간 죽게 되는 게임이야'라는 가사가 흐르는 노래나, 목숨을 기꺼이 게임 한 판에 내던지는 비범함이 무서워.
밤공. 약간 잠겨있다고 느꼈던 낮공의 목소리보다도 가라앉은 음성. 특히 숫자들'과' 데이터에서 그의 의도와 달리 잠겨 드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목격했다. 소리의 상태에 귀 기울이며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그를. 내가 좋아하는 순간의 그를. 고도의 집중력으로, 자신의 소리에 공명하듯 호흡했다. 시시각각으로 소리를 어르고, 밀었다가, 잡아당기기도 하며 절대 궤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이런 게 바로 시아준수적인 멋짐이지♡
밤공의 '고등학생이야'는 평소처럼 밀어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안으로 동그랗게 말려 들어오는 발음이었다. 신기하게도.
비밀과 거짓. 오늘은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의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 기색으로 미루어보건대, 노래할 당시ㅡ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ㅡ에서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을 빠트렸는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외부로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는 산뜻하게 웃었다. 원체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에 한심해 할 필요도 따로 없다는 듯이. 밤공에서도 모자람을 이해한다는 아량 어린 얼굴이었다.
라이토가 류크, 를 부르는 순간 그와 류크가 동시에 라이토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타이밍이 낮공에서 절묘했다. 딸기를 입에 문 채 내내 라이토를 눈으로 쫓던 그가, 그 순간 얼마나 라이토의 생각에 접근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았던 동작이라 더.
'그런데' 거래는 할 수 있어. 낮공에서, 브이자 자세를 유지한 채 오른 발가락을 웨이브 하듯 까딱-까딱. 검지를 부드럽게 까딱이는 대신 발가락으로 표현했다는 느낌. 맨발이니 이런 장점도 있다ㅎ
사신의 눈. 손가락을 펼쳐 내었다가 검지만 빼고 차르륵 접는 순간, 발견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밤공. 마지막 듀엣. 팽팽하게 각진 손가락. 꼭 양손에 거짓과 비밀을 움켜쥔 것처럼. 여기, 이 마지막 듀엣에서의 탄력적이면서도 쨍하고, 또 웅크린 맹수 같은 느낌은 나날이 무르익는다. 구부정한 등을 움츠렸다 펴내며 포효하는 코너로 몰'아'주지, 가 특히.
정의는 어디에 reprise. 밤공. 정확히 내가 바로 '정의'에서 내리꽂는 시선처리가 너무 좋다. 데스노트에서는 그의 자신감이 날섰다 느껴질 정도로 팽팽하게 전해져오는 순간이 많은데, 그게 너무 좋다. 짜릿하달까...
키라는 당신의 아들. 밤공. 상냥하게 질문 하나하나 대답해주는 그가 문득ㅋㅋ 그들과 놀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오늘이었다. 특히 수사관들 사이를 빙그르르 반원 그리며, 이제 내 정체를 밝혀도 되겠다 생각했죠라 하였을 때.
추리의 강한 톤은 어제처럼 시간 낭비 하고 싶지 않다는 투로 들렸다. 빠르게 연사하는 와중의 유일한 쉼표는 '죽기 직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에서. 특히 밤공에서의 쉼표가 또렷했다.
지독히도 유치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 에서는 여유를 품고, 운율을 실었다. 무엇보다 이게 중요하다는 듯이.
이어지는 노래는 점점 1막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생각나게 한다. 섬세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결. 홀려드는 음성. 속내를 숨길 듯 숨기지 않는 것까지.
라이토를 키라로 지목한 후엔, 낮공에서는 다소 끽끽거리며 웃었다면 밤공에선 살그머니 웃음을 그리기만 했다.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 오늘은 대사를 모두 마친 후, 뒤돌아서며 쌩하니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은밀히'의 눈썹은 요즘 출타 중이신 듯 ㅜ
죽음의 게임. 밤공. 내가, 엘이야. 의 대비가 이렇게 명료핬던 날이 있었나. 처음이다.
마이크 단상에서 돌아 나올 때 내리깐 시선으로 라이토를 스캔하는 각도가 못 견디게 좋다. 집요하고도 민첩하게 상대를 살핀다. 라이토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는 여유로움까지 숨 막히게 멋있다. 게다가 밤공에서 특히나 고혹적으로 비추어졌던 옆모습.
'표정도 변하지 않고'에서는 싱긋, 웃었다. 썩 마음에 든다는 것처럼.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해두었으면서도 정작 그 자신은 흥미 본위로 움직이는 것 같은 그 여유로움이 좋았다.
라이토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돌출로 나아가는 순간. 올해 특히 기대된다는 사회자의 말에 반응하는 것 같은 타이밍으로 피식 웃었다. 이어서 라이토에게서 시선을 떼어내는데 슬로우 모션처럼 차르륵 돌아가는 고개가 그림이었다. 멋짐의 향연.
'죽여야 하는 게임'에서는 16일, 17일과 마찬가지로 웃었는데 특히 밤공에서 '찡긋'. 온 얼굴로 웃었다.
또 밤공의 특별했던 모습으로는 회전 본무대에서 '속여야!'에서 가볍게 오른쪽으로 고개를 털어냈던 것. 시아준수적으로 멋있었음.
변함없는 진실. 고요했다. 섬세했다. 나직하고도 느릿하게. 사태로부터 한 걸음 물러 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의 프로다움부터 눈물 나게 멋있었다. 이윽고 허상'인'가를 통해 불러일으키는 전환은 역시 절묘할 정도. 뇌의 형상을 딛고 일어서, 살포시 웃었다. 도전을 받아주지.
이어지는 횡단추리는 신중하고도 진지하게. 생각을 끌어다 모아 '정복해버려'에서 한숨처럼 토해냈다.
밤공에서는 횡단추리 앞소절에서 주머니에 꽂은 오른손을 마구 흔들었다. 운명이랄지, 키라랄지. 그런 것들을 움켜쥐고 조이는 것처럼! 사실 낮공에서도 주머니 속 움직임을 포착하긴 했는데, 너무 찰나여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걸 밤공에서는 확실히 보았다.
그래, 좋아, 인정하지. 돌출 입구에서의 선언. 자기 앞에 놓인 미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마주 보는 얼굴. 당장에 정확한 명칭으로 명명할 수는 없어도, 형형한 두 눈이 정확하게 적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포착해
사느냐 죽느냐 갈리는 경계선
적의 형상을 그리고 있기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아슬아슬한 지경으로 게임이 치닫기 시작했는지 본능적으로 예감한 걸음걸이. 조심스럽게 능선을 타는 어깨. 그리고는 마침내 꽈악 그러쥐고, 다시 한 번. 그래 좋아 인정하지. 사신의 존재.
사신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말 그대로 사신인 류크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의 차원을 넘어, 초현실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었다. 모든 가능성으로 범위를 확장시키며 그의 천재성도 증폭되는 것을 보았다. 아아. 멋있어서 원.
사신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말 그대로 사신인 류크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의 차원을 넘어, 초현실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었다. 모든 가능성으로 범위를 확장시키며 그의 천재성도 증폭되는 것을 보았다. 아아. 멋있어서 원.
절정. 변/함/없/는 진실. 다짐하듯이, 선언하듯이 고개로 찍어누르던 순간의 카타르시스.
폭발의 여운이 남아있는 퇴장의 걸음걸이로는 벼르고 있었다. 다음의 전개를.
그리고.. 벅찼다.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또 울었네. 울먹울먹도 아니고 또르르.. 신기하다. 혼을 쏙 빼놓는다고 느꼈던 프레시 블러드에서도 황홀해서 울었던 건 딱 두 번뿐이었는데, 변함없는 진실에서는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츄~한 상태로 눈썹 끌어올리는 거 귀여우면서 섹시하면서 한꺼번에 다하기 있기 없기?
테니스 시합. 기습서브 후 몸을 뒤로 젖히며 왼쪽 어깨로 흘러내린 소매자락을 걷는 건 이제 아예 동선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리고 '지금 그 마음이 너인 거야'에서의 표정. 처음 보는 얼굴. 매섭게 치켜세운 눈썹이 분명했는데, 웃음기가 있었다. 비웃음도 아니고, 목적을 숨긴 가면 같은 웃음도 아니고 정말로 웃는 얼굴. 찰나였지만 순수하게 그 상황을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 정확하게 라이토에게로 박힌 채 흔들림없는 동공에 분명 그런 빛이 스쳐갔다.
이건 진심인데, 본론을 꺼내기 전에는 웃음이라기보다.. 슬슬 시작해볼까? 하듯이 한쪽 눈썹만 끌어올려 보였다.
나에겐 처음 생긴 친구니까. 는 확실한 비진의적 어조. 하지만 가능성은 열어둔 느낌이었다. 키라로 만나지 않았으면, 어쩌면. 테니스 시합에서 살짝 스쳐갔던 그 웃음을 생각나게도 하였고.
키라로 보이느냐는 물음엔 역시 선명하게 웃었다. 곧이어 걸려들었다는 듯이 화악 굳힌 얼굴로 라이토에게 시선을 꽂으며, '네.'
그리고 16일부터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 숨소리. 미사의 등장에 들이마시는 숨소리는 진짜로 위험신호처럼 들린다. 마지막 순간을 제외하면, 극중에서 그가 가장 동요하는 순간이자 동시에 최고조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순간. 맥심 3월호 이야기로 미사를 캠퍼스에서 쫓아낸 후에 내립떠보는 시선은 '계획대로군.' 하는 얼굴이었다.
취조신. 포식자의 얼굴. '형사를 죽였잖아요!'는 유난한 위협조였다. 낮공에서.
밤공에서는 미사의 하는 양을 지켜보다, 키라는 신이 아니야! 에서 기민하게 포착해냈다. 미사가 키라를 알고 있음을. 키라가 곧 라이토임을. 미사가 제2의 키라임을. 다시 한 번 그 모든 진실을 확인한 만면에 사르륵 웃음이 피어났다. 그리고 물었다. '라이트?'
변함없는 진실 reprise. 갈수록 공허해진다. 약절정조차도 노트에 쓰인 노랫말처럼 들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의 의식이었을까. 여기서 그의 의식이 온전한 부분이 있긴 할까. 심지어 마지막에는 설핏 웃어서... 당신이 지금 왜 그곳에 왔는지 당신 정확하게 당신의 의식으로 알고 웃는 거예요? 모른다면 몰라서 아프고, 안다면 알면서도 웃는 그 알 수 없는 속마음에 아프고.
마지막 순간. 역시 네가 키라였어. 확신의 기쁨이 확연한 건, 곧이어 찾아오는 깨달음과 대비되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네 이름과, 네가 할 행동까지! 에서 정확히 왼손을 내려다보는 그의 고개가 어찌나 무력해 보이던지. 곧이어 다른 사신ㅡ렘ㅡ미사의 연결고리를 간파해내며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시선이 무거웠다. 그랬군. 그래서 이곳의 사신은 한 명뿐이었어. 모든 파악을 마치고, 상황을 전부 이해한 눈이 고요해지는 순간 시작되는 노래. 처음부터 다 보였어.
2차의 깨달음. 더는 2차의 혼란이라 쓸 이유가 없다. 혼란은 더는 없다시피해. 라이토를 저격한 후의 동요는 자각의 과정이다. 실제로 그 자신이 노트의 조종하에 의식도, 신체도 넘겨버렸다는 것을 통감해내는 과정. 머리로 앞서 이해한 것을 몸으로도 완전히 납득한 그가, 왼손을 차르륵 펼쳤다가 약한 주먹을 쥐었다. 그것을 내려다보고, 라이토를 번갈아 보다 시험해보기로 한다. 이 마지막 순간에 노트에 적혀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자의로 관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겨누는 것까지. 노트에 가로막힌 한계를 몸소 절감하고 이해하자, 탐색은 끝났다. 남은 것은 죽음뿐.
죽음 앞의 얼굴은 언제나 고아하다. 오늘의 웃음은 길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전까지의 것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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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귀여움: 뒷목 부분이 한껏 늘어나서 몸을 숙이면 접히는데, 자체 후드 효과. 귀여웠다.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이거나 드세요, 밤공은 오랜만에 이것 좀 드세요.
맛있는데. 는 밤공에서만.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다크서클 생겼어요. 는 낮공.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육감 몸매 보다가 잠을 설쳤어요. 는 밤공.
사탕은 낮공의 처음은 핑크와 하양의 반, 다음은 샛노랑.
밤공은 주황과 하양의 반. 다음은 핑크와 하양의 반.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낮공. 류크는 두 번째 사과를 캐치한 후, 큰 박수를 받았다.
밤공. 엘의 수사방식에 그레이존이 많아, 그래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 라는 대사가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처럼 들렸다. 특히 그레이존이라는 억양에서부터 못마땅하다는 뉘앙스가 팽배. 저는 댁이 마음에 안 듭니다만.
역시 밤공. 사유의 나의 히어로는 여태껏 가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