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래는 변함없는 진실. 그러니 시작도 이 노래부터.
건조한 얼굴. 중간 소절에서(정확히 어디더라..) 사르륵 새어들기 시작한 웃음은 분기를 동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한 웃음의 형태로 머금지는 않았다. 스며들었다, 사그라지기를 반복하는 입 끝의 곡선이 등불처럼 명멸했다. 무의식에 이르기 전까지.
나의 무의식은 몸부림치고 있다ㅡ자세를 고쳐 일으키며, 끝이 말려 올라간 눈썹과 입꼬리. 현실인지, 허상인지 분간되지 않는 이 사태에 대한 간파를 끝마쳤다는 듯이 미세하게 끄덕이던 고개. 그래 좋아, 인정하지. 마침내 선언하는 정면승부. 규칙도, 중재자도 없는 이 게임의 진정한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횡단 추리를 마치고 돌출에 이르렀을 때, 별안간 눈물이 차올랐다. 날개처럼 펼쳐내는 두 팔. 어깨를 한껏 수그려 자세를 낮춘 상체.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걸음걸이. 돌출 앞에 이르러 확신을 찍어내는 고개. 작은 날갯짓과도 같은 그 움직임이, 그가 다가옴과 함께 몇 배의 크기로 증폭되더니 급기야는 공간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대를 오롯이 가득 채워내는 그 존재감.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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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Begins. 웃음이 선연한 얼굴. 그러나 즐거움만큼이나 분기가 처음부터 엿보였다. 양 볼에 또렷하였던 웃음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하더니, 타오르는 분노에 그 영역을 완전히 내주었다가도 금세 다시금 발그스레 감돌곤 했다. 단 한 번의 전환점, '구세주 행세를 하고 있어'에 이르러서야 분기가 웃음을 치고 수면 위로 올라와 만면 가득 흐드러졌다. 일순간에 건조하게 굳어버린 얼굴이 조용히 화를 삭였다.
그리고 오늘의 돌아온 스타카토(밟힌 순간 죽게 되는 게임이야)! 약하지만 톡톡 튀는 음절에 귀가 황홀했다. 또 오랜만에 본 '게'임이야의 명확한 찡긋.
비밀과 거짓. 조사를 부탁한 후 엄지를 물고 숙인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조사 결과 자신이 발견할 사실이 무엇인지 이미 감지한 얼굴이었어.
사신의 눈. 발견의 순간, 또렷하게 웃었다. 비틀거리며 내려앉아, 고개를 잔뜩 숙이고 머리의 위치까지 두 손을 끌어올려 물결치는 움직임으로 발견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1차 듀엣. 소이치로와의 듀엣에서보다 빠르고 강하게 내딛는 소리. 발견의 흥분을 그대로 담은 목소리였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신세계의 신! 라이토의 목소리에 비웃음을 내리꽂던 얼굴. 그래, 어디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봐 하듯이.
'악'마의 본성과, 도입부의 낮고 연기처럼 깔리는 음성은 오늘 독보적이었다. 시아준수 목소리 진짜 보물이야.
키라는 당신의 아들.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주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 대답이 그들을 탁탁 쳐내는 느낌을 주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부류. 특히 '여기 모-든 걸 희생하겠다는 분들만 남았으니'하며 반원을 빙그르 그리는 부분. 끝음절의 억양과 걸음걸이가 꼭 그들을 놀리는 것 같았어.
추리. 강하였으나 물 흐르듯 부드러웠던 오늘의 어조. 여기서 강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진 건 처음이다. 꼭 그의 사고의 흐름처럼 유려했다.
라이토를 키라로 지목한 후 음소거로 낄낄 웃던 얼굴은 물론, 야가미 국장에게 되받아치면서도 짙게 톡톡 내뱉던 웃음은 결코 친화적이지 않았다. '이미'에서부터 잔뜩 깔린 웃음기는 꼭 놀리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잠시였다. 오래 상대해줄 가치가 없다는 듯, 말을 채 맺기도 전인 야가미 '국장님'에 이르러 웃음이 정색으로 변했다.
테니스 시합 후. 류우가, 히데키예요. 평소와 다른 쉼표로 중간에 방점을 찍었다. 그 어조가 마치 미사를 떠보는 듯했다. 너라면 본명이 아닌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겠지? 너는 제2의 키라잖아.
쌍코피 터졌어요는 말투 자체에서도 탓을 하는 억양의 공격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썩 꺼져.' 처럼 들렸어. ㅋㅋ
취조신. 내 사랑을 막지 못한다는 미사의 노래에 피식 웃었다. 이 와중에 사랑 타령이라니, 하는 느낌. 소이치로와 대립 후 으쓱하는 고개는 오늘은 경멸의 빛보다는, 역시 별수 없군. 하는 얼굴이었다.
마지막 순간. 오늘은 검지만을 허락했다. 극대화된 경계심이 빤히 보였다. 끝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일까. 라이토의 웃음소리에 위험을 알아차린 눈이 본능적으로 탐색에 들어갔다. 자신의 양손에, 라이토에게로, 그리고 정면의 허공으로.
라이토의 위장 죽음 후. 자신이 노트의 조종하에 행동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가 왼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현재, 어디까지가 나의 의식인가? 노트의 지배와 자의식의 경계선을 찾고 있었다. 그가 답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떠한 각오를 한 것만은 분명했다. 라이토를 겨누는 것으로 노트에 적힌 운명을 시험하였으므로. 덜덜 떨리는 팔은 마치 노트의 지배력에 맞서는 이가 감수해야 하는 고통처럼도 보였다.
최후의 순간. 스스로에게 총을 겨눈 자세가 되어, 정면으로 던진 시선이 잠시 깜빡였다. 여기까지구나.
난 틀리지 않'았어.' 겉은 웃음, 안으로 말려든 발음은 흐느낌인 것만 같은 미묘한 억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맛있는데
맛있는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다크서클 생겼어요.
사탕은 오렌지와 하양, 샛노랑.
그리고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사탕즙을 쯔읍 빨아들이는 소리와, 목으로 꼴깍 넘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취조신에서도 라이트? 하기 전 입에 문 사탕을 뽀각, 빼내는 소리가 또렷했고.
아, 이걸 안 썼네. 키라는 당신의 아들. 그가 노래를 시작하며 일어서는 순간 둘레의 모든 것이 페이드아웃 되는 경험을 했다. 그에게만 핀 조명이 내리쬐는 것처럼, 그 이외의 대상이 전부 색을 잃었어. '바로 당신의 아-들'의 순간이 되었을 때는 실제로 그에게 은은하게 비추어지는 오렌지빛 조명으로 페이드아웃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