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왼쪽 눈에서 시작해 눈가에 맺혔다가, 고개의 움직임과 함께 볼 아래로 떨구어졌던 그것은 눈물이 맞았다. 단 한 방울이었으나 틀림없어. 아직 이 장면에서의 눈물을 소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그냥 이마를 타고 흘러 눈가에 절묘하게 맺혀 떨어졌던 땀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또 진짜로 그랬을 수도..)


*


수요일에 바짝 올려세운 머리에서 결을 더 다듬어, 굉장히 단정하고 가지런하면서도 엣지가 살아있는 오늘의 머리 맵시. 어린내를 폭발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짧고도 단정한 가닥들. 너-무 예뻤다. 정말 예뻤다. 처음 본 순간, 숨조차 쉴 수 없었어.

봐도 봐도 예쁘기에 내가 허상을 보나 싶어 눈을 씻고 봐도 그대로 예뻤다. 굳이 비견하자면 2월 22일의 죽음과 1월 22일의 지욱을 떠올리게 했다.

극을 통째로 삼켜버릴 정도의 예쁨이었어. 마치.. 도무지 수습할 길 없는 사고를 친 사랑과 악동의 신을 창조신이 잠시 인간계에 소유 보낸 것만 같은 예쁨이었다. 인간으로 갓 깨어나 인간적인 감정이나 사회적 관계에 대해 무엇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흥미 본위로 세상에 접근하는 어린, 미성숙한 소년신. 위에서 내려다보는 창조신이 기가 찰 정도로 본능적인 위험과 스릴을 향해 가감 없이 내딛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결하고 예뻤다. 

게임의 시작에서 웃던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맞수에 오히려 더 즐거워 보이던 죽음의 게임에서의 얼굴, 자신의 상식을 비켜난 도발에 더욱 타오르던 변함없는 진실, 테니스 시합 내내 참지 못하고 새어 나오던 즐거운 웃음(특히 방어를 하지)까지.

그래서 나한텐 처음 생긴 친구니까ㅡ는 보다 넓은 의미를 담은 대사처럼 들렸다. 단어 그대로의 친구를 떠나, 나와 대등하고도 나란히 선 존재는 네가 처음이라는. 존재론적 인정. 악의나 질투와 같은 인간적인 감정에서 자유롭기에 맞수를 이렇게 순수하게 인정하는 것도 가능했겠지.

장면 장면, 사회화가 부족함이 드러나는 부분들도 소년신다웠다. 수사관의 시선에 잠시 멈칫, 곧이어 깨달았다는 듯 아.. 그거구나. 하던 (하지만 잘못 짚은) 얼굴. 국장의 아들을 수사관들 앞에서 대놓고 키라로 지목하면서 그 어떤 거리낌도 없이 오히려 즐거워 보이던 모습.

엘과 소이치로의 신에서도 소년신미가 유난했는데, 내 아들 얘기하지 말랬지! 따지는 소이치로에게 죄송해요, 하는 음성에는 정말로 그 어떤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국장님을 모욕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 그의 말은 사실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오히려 그쪽이었다. 사실을 말하는데 왜 화를 내지? 인간이란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군. 하는 듯하던 얼굴. 동료의 죽음을 전하며 한 손으로는 사탕 놀이를 하던 모습까지.

소년신 가설은 취조신에도 꼭 맞는다. 인간의 규율에서 이탈한 존재이기에 가능한 수사방식. 거리낄 것이 없으니까. 용의자 신문을 꼭 놀이로 여기는 것 같던 얼굴. 소년신에게는, 한 세상 놀러온 것일 뿐이니까. 상대가 덫에 걸려들면, 잡았다. 하듯이 생글 감돌던 미소. 덜 여문 인간성에서 시시때때로 엿보이던 그 잔인함.

이렇게 분방하고 덜 여문 존재가 변함없는 진실 reprise에서 그 자신 아닌 얼굴로 등장할 때의 모습이 어찌나 마음을 자극하던지...

는 이상은 얼굴만 본 (그리고 정말 얼굴만 본 것이 느껴지는...) 오늘의 감상....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맛있는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샛노랑, 오렌지.

그리고 오늘은 처음 집었던 딸기를 내려놓고 다시 골랐고, 의자에 앉을 때도 살짜기 콩했으며, 취조신에서 소이치로와 대립각을 세우기 직전 사탕을 빼낼 때의 달그락소리와 쭈압 빨아들이는 소리가 선명했당.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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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25

3집의 오빠는 청년신이 어울리는 분위기 물씬이었는데, 오늘의 오빠는 '소년'이었다는 거. 요정의 서른이란 이토록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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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25

정말 아름다웠어. 에로스와 헤르메스의 유년기를 한데 모은 것 같은 세상 너머의 예쁨이었다.

ㅇㄲ

15.07.25

아. 이걸 안 썼어. 가지런하게 빗어내린 앞머리가 시합 후 흠뻑 젖어 살짝 흐드러진 모양이 정말 정말 정말 그림이었다. 어떤 붓으로도 그려넣지 못할 자연스러운 흐트러짐에 심장이 콩닥콩닥. 

ㅇㄲ

15.07.25

그리고 오늘 시합 후, 그럼 이만. 하며 계단 올라갈 때 손으로 눈가를 훔치는 뒷모습이 또 너무 귀여웠다. 뒷모습인데도 막 정면의 귀여움이 훤히 보이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