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서 그가 라이토를 겨누는 것은 총 세 번. 처음 두 번과 마지막 한 번의 총을 들어 올리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인지했다. 처음의 두 번. 팔부터 수평으로 올린 후 총 든 손목을 꺾어 올려 겨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 끌어올려 지는 마리오네트처럼. 마지막은 그 반대. 총-손목-팔이 꼿꼿한 수평의 각도를 유지한 채 라이토를 향한다. '자의'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동작이었다. 덜덜, 떨리는 팔의 요인은 두려움도 분노도 아니었다. 노트의 지배력에 맞서는 반동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임을 알았을 때. 동시에 그 스스로 총을 겨누게 되었을 때. 그의 미간으로 호숫가의 안개처럼 내려앉던 고요함을 보았다. 내뱉던 숨소리도, 팔의 떨림도 덩달아 잦아들었다. 오로지 단 하나의 변함없는 진실에 몰두한 채, 맞이한 최후.
난 틀리지 않았어.
*
낮공에서도, 밤공에서도 검지만을 노트에 허락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라이토와 수평의 반원을 그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꼭 자신의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 같았다. 비로소 이 게임의 끝에 자신의 죽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11시 방향에서 1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이해를 마친 두 눈에 가라앉은 무섭도록 고요한 빛에 마음이 아팠다.
모든 게 끝났다는 순간의 얼굴은 고요함을 넘어 단호하기까지 했다. 그 '모든' 것 안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 아득해질 정도로.
라이토의 위장죽음 후. 운명이 정해졌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노트의 지배하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 자신의 통제를 잃은 신체를 내려다보는 눈에 얼마간의 충격과 분노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더없이 차분하고도 단호한 얼굴로 선택했다.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최후를.
*
정의는 어디에 reprise. 낮공. 보여주겠어,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평소의 수직으로 내리꽂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평으로 넓게 뻗어내는 소리.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부터의 빛이 점차 다가오는 것처럼 퍼트려지던 음성. 그러나 의도된 변화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밤공에서는 수직의 소리기둥이 돌아왔다. 그것도 여태까지의 소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형태로.
The Game Begins. 낮공. 살짝 낮은 톤. 더불어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소리의 섬세함이 특별했다. 자잘하고도 세세하였던 음의 강약. 변함없는 진실도 그렇고 게임의 시작도 그렇고, 도입부의 섬세함이 날이 갈수록 풍부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의 시작. 이 넘버 하나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소리의 파편을 끌어다 노래로 담금질하는지. 이 단조로운 노랫가락에서 어떻게 소리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또 느낌상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것 같은, 오늘과 같은 폭발력의 '게임!' 그가 두 번에 걸쳐 게임을 선언하듯 내려찍으면 기분이 참 묘하다. 이 게임의 끝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밤공. '알려주지'에서 사르륵 웃음을 머금더니, 지옥을 보여주겠노라 하며 투지를 한껏 불태운 후, '주사윈 던져졌다'며 동공 가득 광기를 희번덕였다. 무엇보다 밤공에서 정말 선명했던 스타카토♡
고등학생(밤공)은 또 오랜만에 회심의 어조였다. 마치 씨익, 하는 웃음을 머금듯.
비밀과 거짓. 류크, 부르는 라이토의 목소리에 그와 류크가 동시에 돌아보는 장면이 요즘 정말 좋다. 타이밍적으로, 그림적으로 좋아. 그들의 사고로 침투한 그를 보는 느낌. 특히 오늘 낮공의 자리는 류크, 직후 그가 라이토를 뚫어져라 투시할 때 그와 라이토가 동일한 시야에 잡히는 곳이었다. 투샷이 한눈에 보이니 그의 시선의 끝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기분이라 더 좋았당.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는 산뜻하게 웃는 얼굴이 돌아왔다.
자신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죠. 근래는 슬렁슬렁 웃으며 되받아치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얼마간의 정색을 포함하고 있었다. 아 성가셔~ 하듯이. 수사관 전원이 퇴장하고 그 홀로 되어서야 웃었다. 이제 좀 나아졌네. 추리에 방해되는 것들이 사라져 개운하다는 양.
마지막 듀엣. 절정. 바들바들 떠는 팔에서 그의 흥분이 느껴졌다. 양손의 무기ㅡ비밀과 거짓말을 이렇게 제대로 활용하는 건 오랜만이야. 시작하고 싶어 좀이 쑤시는 듯하던 전신.
키라는 당신의 아들. 여기 목숨을 바치겠다는 분들만 남았으니, 이후 쉼표가 점점 길어진다. 말은 상냥하게 했지만, 수사관들의 진심을 떠보는 얼굴이었다. 어디까지 각오가 되어 있는지. 동시에 자신이 타인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 상황이 어이없으면서도 처음 겪는 사태가 제법 흥미롭기도 한 얼굴을 보았다.
야가미 라이토를 키라로 지목한 후 낮공에서 상큼하게 웃었다면, 밤공에선 입 모양을 그르렁거리는 모양새로 마주 다물었다.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대사 직전 끌끌 차는 웃음으로 시작해 국장님이 되기 전에 사악 굳힌 채 정색으로 변하는 표정이 좋다. 특히 밤공. 명석한 두뇌에서부터 웃기 시작하여, 국장님에서 명확할 정도의 굳은 얼굴.
참 오늘의 브라우니 탑은 진짜 완벽했다. 그걸 보니 어제 마지막 브라우니가 위태롭게 기울었던 게 생각났어.
죽음의 게임. 왼블에서 좋아하는 각도는 인사하고 나서 물러나며 곁눈질로 라이토를 볼 때, 그 옆뒷모습의 얼굴. 눈동자가 라이토를 보는 듯 아닌듯한 시선 처리가 아주 멋있어.
내가, 엘이야. 그 언젠가의 흥분이 깃든 어조. 특히 내가에. 돌출로 걸어 나오면서는, 라이토에게서 시선을 떼고 정면으로 옮겨가는 찰나에 품었던 달콤하고도 독을 담은 미소가 글자 그대로 치명치명했다.
변함없는 진실. 도입부가 정말이지 너무 좋다. 프리뷰에 비해 확연히 느릿느릿 뜸을 들이며, 섬세하게 들어가는 강약. 그렇게 담금질한 노래가 예열의 단계를 지나 폭발하기 시작하면 견딜 수가 없다. 좋아서. 특히 오늘 생목으로 터트려내는 것 같던 '받아들인다'의 폭성은 (낮밤 모두) 최고. 그 직후 숫자들과 데이터의 동공이 되었다가, 씨익. 살그머니 웃음을 그리는 얼굴이 자신감으로 빛났다. 곧장 횡단 추리로 돌입하는 그는 마치 미궁을 향해 돌진하는 것만 같았어.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밤공. 야가미 국장이 말을 채 맺기도 전에 끼어들었다. '그건 이제 힘들겠네요.' 듣기 싫다는 투.
테니스 시합. 낮공. 자, 따/라/와/봐. 음절마다 고개를 박아넣던 움직임. 아.. 뭐야.. 충격적으로 멋있었어.
밤공. 라켓을 놓친 것은 처음. 그리고 그 순간부터였다. 노래가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 시아준수의 실수는 레어이고, 레어는 레전드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더 신기했던 건 라켓을 놓쳤다는 사실 자체도 그 장면에 어울렸다는 것이다. 라켓을 다시 주워든 직후의 장면이 '안돼 정신을 차리자, 나답지 않잖아' 하는 가사였어서, 승부에 쫓기기 시작한 엘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느낌도 들었고. 애당초 라켓이 떨어진 순간, 어떤 당황의 표출도 허락하지 않던 그의 본능적인 순발력이 믿기지 않을 만큼 멋있었다. 마치 오늘 공연부터, 승부에 쫓기기 시작한 시점에 '엘이 라켓을 놓친다'는 디테일이 추가된 것처럼. 의도된 연기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
친구니까, 이후 내가 정말 키라로 보이느냐는 라이토의 물음에 웃는 얼굴은 마치 그래, 그래서 우리가 정말로 친구일 순 없지. 답하는 것 같았다.
취조신. 낮공. 살인은 살인일 뿐이죠! 는 버럭. 평소가 친절하게 짚어주는 느낌이 있었다면 오늘은 화를 냈다. 그건 살인이라니까? 니가 한 짓을 모르겠어?
그리고 라이트? 하기 직전 이거야, 하는 듯한 얼굴로 사탕 빼내는 이 동작이 너무 좋아. 사탕 빼내는 방식도 여럿인데 그 하나하나의 느낌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게 신기할 정도.
소이치로와 대립각을 세울 때는 성수가 두 줄 정도 연이어 흘렀다 (낮공). 밤공에서는 혀로 오른쪽 볼을 볼록하게 만들었다. 참나, 하듯이. 퇴장할 때의 표정과 걸음걸이는 그 가사를 생각나게 했다. '하찮은, 벌레 같은 인간들.'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낮공은 달달한데. 밤공은 맛있는데.
낮공은 이거나 드세요. 밤공은 오랜만에 이것 좀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다크서클 생겼어요.
사탕은 낮밤 모두 오렌지, 분홍과 하양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밤공. 사탕을 쮸압~ 하고 꺼내어 뺄 때, 소리가 정말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