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토의 위장죽음 후였다. 주먹을 쥐었다. 엄지로 나머지 손가락을 감싸 쥐며 꽈악. 그렇게 모든 발견을 잠시 그러쥐었다가, 도로 그 모든 것을 펼쳐냈다.

최후의 순간. 까맣게 빛나는 왼쪽 동공으로 물기가 들어찼다. 촉촉하게 차오른 그것이 눈 끄트머리에 방울로 맺히더니, 총성과 함께 치솟은 고갯짓에 의해 볼 위로 똑 굴러떨어졌다. 시간이 멎어버린 그의 얼굴을 라이토가 가만히 들여다보는 동안, 볼에 닿았던 물방울은 점차 포물선을 그리며 턱 끝에 닿았다. 그리고 그의 신체가 무너짐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박혔다. 


*


감정적이었다. 인간적이고 즉각적인 감정들로 가득했다. 내내 그랬다. 

유치한 살인마가 최후의 심판놀이를 한 거겠지! 숭고한 심판이라는 라이토의 논리에 버럭 쏟아진 즉각적인 역정이었다. 이와 같은 강도의 일갈은 처음. 키라의 자만을 되받아치는 단계에 머물렀던 평소의 어조와는 달랐다.

취조신에서도. 잔인한 얼굴로 사탕을 괴롭히는 얼굴에 가득한 즐거움에서 아이의 천진함이 엿보였다. 단어의 발음발음마다 얽힌 웃음기와 정색이 그 천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특히 '살인은 살인일 뿐이죠! 형사를 죽였잖아요! 라이토를! 도와줬잖아요.'에서 한 차원 더 강력해진 사나움. 그리고 '자기' 자식의 죄를 탓하세요의 파열음 튀기는 것 같던 높고 히스테릭한 소리. 

광기마저 품고 있던 인간적인 감정은 캠퍼스에서 이미 태동하고 있었다. 미사를 캠퍼스에서 쫓아내며 몸을 일으킬 때, 살그머니 내립뜨며 뒤를 곁눈질하던 시선이 날카롭고도 차가웠다. 평소의 덤연한 빛과는 거리가 먼 인간적인 경멸을 품고 있었어.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라이토의 뒷모습을 향해 이글이글 불타던 눈동자 역시. 야마네 미사가 제2의 키라인 단서를 나열하며, 그르렁거리던 목소리(옷의 실'밥'! 밥에서의 이런 강세도 처음.)도 마찬가지였다.
미사가 정말로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해? 라이토의 물음에 필요 이상의 실소를 숨처럼 내뱉으며 약 올리는 것 같던 '글쎄요'에서도 감정의 농도를 이어갔다.
그리고 '나도 괴로워요.' 직전 고개를 살짝 젖히며 눈동자를 하늘로 꽂았다, 내리떴다. annoying 하다는 듯이.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짜증 나네. 눈썹을 끌어올려 으쓱했던 모습이 꼭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휘몰아치는 감정들은 마지막 순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격하게 그를 둘러싸던 혼란과 깨달음의 조각들. 두 손과 바닥, 라이토를 번갈아 쓸며 갈피를 찾던 눈동자. 마지막으로 라이토를 겨누었을 때, 떨림을 감추지 못하는 팔과 손목. 

스스로를 겨누게 되었을 때, 격하게 흐트러지던 숨결. 아래로 떨구어지며 동요하던 동공. 이윽고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 모든 혼란이 잦아들고 고요해진 얼굴에서 한 줄기 흘러내렸던 눈물까지.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의 변화였다. 근래 내내 강하게 이어왔던 노선의 정점을 찍은 것인지, 아직도 진행 중인지는 내일 알 수 있겠지. 그의 변화가 멈추지 않으니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다. 


*


게임의 시작. 씨익, 정면을 보고 웃더니 시작은 나직하게 속삭이듯이. 
횡단추리에서 어깨에 축을 두어 회전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강해진다. 팔랑, 몸을 돌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아. 심지어 오늘은 '시작할까' 이후 퇴장하며 몸을 틀 때도 어깨축으로 회전을!

숫자들과 데이터의 소리는 어제의 변화를 이어갔다. 쉼표 없이 이어지는 음표. 방대한 양의 정보가 몰아치며, 틈 하나 없이 견고한 생각의 장벽을 형상화한 것만 같은 소리.


비밀과 거짓. 사신의 눈. 오늘도 부들부들 떨며 류크를 매만질 것처럼 까딱이던 손가락. 검지를 포함하여 부드럽게 오므렸다, 펼쳐냈다. 이후 내려앉으면서는 양 검지로 양쪽 관자놀이 지그시 눌렀다. 발견을 되짚어가는 듯이. 그런데 여기서 고개 숙이면서, 입안에 남은 딸기를 갈무리하는 것 같은 오물오물이 너무 귀여웠다. ㅋㅋ

돌출 입구로 나와선, 어제와 흡사하게 쌕쌕 웃었다. 기쁘게, 기뻐서 가쁘게.

참, 1차 듀엣의 조사에서 굉장히 긁는 소리가 있었는데. 딱 한 음절에서 그랬는데 들어봐야 알겠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오늘은 전체적으로 조망했다. 역시 망원경을 들지 않을 때 그의 소릿결을 덜 놓치고 듣는 듯해. 찬란할 정도의 풍부한 결과 파동에 황홀황홀. 이 넘버에서 그가 부르는 절정이 더 많았으면 싶었을 정도로.
그리고 미사가 데스노트를 줍기 전에 중앙 전광판으로 노트가 떨어지는 영상이 나오는구나. 처음 알았다.


죽음의 게임. 류우가 히데키, 호명되고 등장할 때 계단에 발코가 살짝 걸렸당. 귀.여.워.
내가, 엘이야ㅡ는 흥분 섞인 발음. 특히 후반부에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에서조차 나직하지만 기대감 섞인 떨림이 느껴졌다. 이 부분에서 이렇게 선명한 파동은 처음.

그리고, 잘생김. 잘생김. 잘생김. 움질일 때마다 잘생김이 뚝뚝 떨어져. 잘생김의 바다에서 돛을 띄운 것마냥. 잘생김.. 잘생김. 얼굴 때문에 노래가 안 들려요. 이를 어쩌면 좋죠?


변함없는 진실. 웃음기가 확연했다. 어제는 다소 정색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 특히 혼란에 빠져버렸다는 대목에서 씨익, 웃었다. 할 만하다는 듯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이 모든 걸ㅡ하면서는 두 손을 뻗어 이 '모든 것'을 어루어만지듯 만작였다.
그리고 '받아들인다'에서 확장되던 결. 들어도 들어도 좋다. 바야흐로 막이 오르는 느낌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찾아낸다' 하며 살짝 고개를 숙인 각도로 두 눈을 부릅뜨고 씨익 웃으면, 멋있어 쥬금.

횡단 추리에서 어깨축의 회전은 오늘도 강! 력! 하게.
무엇보다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포착해ㅡ가 정면이라 행복했다. 이 순간 살짝 어둠에 잠긴 각도의 얼굴로 떠오르는 여러 표정이 좋아. 진지하고도 심각하며,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다소 조심스러운 기색이 공존하는 얼굴에서 엿보이는 긴장감과 자신감이 정말 좋다.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맛있는데.
이것 좀 드세요. 오늘도 다소의 쉼표와 함께.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오늘은 책망의 말투보다는 이랬다~하는 느낌?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오늘은 아주 가늘게만 '쪽' 소리와 함께 사탕을 빼냈다.


*

염색하고 #찡 #긋♡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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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30

28일의 캠퍼스에서의 그는, 새롭다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감정적이면서도 사납고, 본능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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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30

곱씹을수록 28일의 공연이 좋았다. 이날의 공연에서 그의 노선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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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30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마무리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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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30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빠스노트를 선물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