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Begins. 시작하기 전, 웃었다. 그것도 소리를 섞어서! 숨연기처럼 나직한 호흡이 웃음기를 머금고 흘렀다. 이제 시작할까, 하듯이. 고등학생이라 선언하기 전에도 나직이 숨을 흘려냈다. 중대한 발표를 앞두고 뜸을 들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처럼.
그리고 정말 선명했던 내가 상대해주지의 스타카토♡


비밀과 거짓. 얼굴이 공개되었는지도 확인해주세요. 조사를 부탁한 후 고개 숙이며 웃는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조사결과 자신이 발견하게 될 사실을 이미 예감하고 있는 것처럼 확신에 찬 눈이었다. 

그런데, 류크. 라이토의 목소리에 두 눈을 부릅떴다. 앙 문 입매가 고집스럽게 맞물렸다. 꾸짖는 것도 같고, 따지는 것도 같은 표정. 이런 걸 감추고 있었군? 하듯이. 곧이어 류크의 형상을 어루만지면서도 웃음과 흥분, 투시 섞인 날카로움이 뒤범벅된 얼굴이었다.

(+) 오늘도 오물오물.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정신병자 사이코패스는 어제의 강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진정한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의 차례 직전 잠시의 시간. 흥분되어 견딜 수 없다는 듯 쌕쌕 오르내리던 가슴. 그렇게 좋아요? 오늘의 그는 마치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나기만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것 같았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 한동안의 강한 톤 대신 이제는 웃음기 가득 묻은 말투. 죽기 직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에서의 쉼표는 물론 경찰의 수사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ㅡ에서도 다소간의 웃음을 섞어 넣었다. 어제처럼. 
그걸 어떻게 알지? 수사관의 질문엔 검지를 일으켜 세웠다. 이 손끝에서 피어나는 발견을 보라는 듯이.

엘. 불러 세우는 목소리에는 눈썹을 끌어올리고 미간을 모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표정으로 돌아보았고. 


죽음의 게임. 라이토는 웃지 않는구나. 그는 생글생글 자꾸만 웃는데.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내내.


변함없는 진실. 표정 없던 얼굴에 금세 피어나던 미소. 혼란 같은 건 없다. 의기소침한다거나 풀죽은 것도 없어. 즐거울 뿐이다. 혼돈에 빠져버린 이 상황이 못내 짜릿한지, 자꾸만 사르륵 그려지는 미소를 보았다.

찾아낸다ㅡ씨익ㅡ어깨축ㅡ횡단추리. 이 일련의 과정은 이젠 하나의 스킬 같아. 중요한 순간 그가 꺼내어 드는 비장의 카드. 그리고 이 카드를 꺼내게 한 키라에 대해, 화가 나기보다도 즐겁고 기뻐 보였다.

그리고 오늘 시아준수가 흠뻑 엘이었다고 느꼈던 지점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포착해ㅡ에서 꺾은 돌출로 몸을 트는 시점이 튕겨져 나온 듯한 엇박자가 되었던 순간. 노래에 깊이 몰두하여, 엘의 자아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한 무아의 지경에 있구나.. 순간적으로 그런 느낌이 마구 전해졌다. 구상된 연기가 아니었다. 본능으로 끌어올리는 노래였어.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라이토가 키라라는 단서는 없다는 말에, 미간 가득 주름을 그려 넣었다. 이어 고개를 스윽 도리질하듯 좌우로 한 번 저어냈어. 과연 없을까? 묻듯이.
충격적이었던 건 모키 형사의 비보를 전하기 전에 그려 넣었던 입꼬리의 웃음. 모키형사님, 까지 맺은 입매에 쉼표와 함께 살그머니 스며들던 미소를 보았다. 순직하셨어요. 일전에도 이 비보를 전하기 전에 웃은 적이 있었는데... 봐도 봐도 소름이 끼치게 해. 


캠퍼스. 나한텐 처음 생긴 친구니까. 오늘은 진의처럼 들렸다. 넌지시 건네오는 라이토의 질문, 내가 정말 키라라고 생각해? 에 웃던 그는, 마치 네가 키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친구일 수 있는 거라 대꾸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오늘의 그는 키라를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끼고 있었다. 키라를 잡는 것도 즐겁고, 키라와 대적하는 순간의 스릴도 즐거우며, 키라의 존재 자체가 그를 자극하고 기쁘게 하고 있었다. 마치 오랜 무료한 삶의 끝에 마침내 바라보는 지점이 같은 말벗을 만난 것처럼.

미사를 쫓아내며, 오늘은 두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떴다. 섹시하게. 요즘 이 부분에서의 표정 연기에서 잘생김이 흘러넘친다.

옷의 실'밥'! 에서의 강세는 오늘도 (살짝 작아지긴 했지만) 존재했고, 나도 괴로워요. 전 두 눈동자를 끌어올려 천장을 한 번 쓸고는 안 되겠군, 하듯 라이토에게로 내리꽂았다.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굴어? 제대로 받아치란 말이야.


취조신. 라이트? 이후 현격히 격양되었던 숨소리. 숨연기가 시작된 걸까? 사신은? 형사을 죽였잖아요, 미사를 옭아매는 내내 흥분이 감추어지지 않는 숨결이 연이어 흘렀다. 

렘. 헛것을 보나? 수사관의 대사에 꼭 대답하는 것 같은 표정은 '헛것일 리 없잖아?' 하는 듯했다. 미사의 중얼거림에서 단서를 포착하고 몰두하는 찰나. 끼어드는 소이치로에 심기가 지극히 불편해진 얼굴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역시, 어제와 같은 강한 파열음. '자기' 자식의 죄를 탓하세요.

대립 후에는 두 눈꺼풀을 무겁게 감았다 떴다. 화를 짓누르는 것처럼. 그리고 생각에 잠긴 걸음걸이로 퇴장. 


28일에서 정점을 찍은 요즈음의 그는 내내 너무 즐거워하기에, 리프라이즈에서 텅 빈 인형 같은 모습이 더욱 눈에 밟힌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 거지? 당신 자신의 의식은 얼마나 남아있나요? 지금은 어디까지 인지하고 있어요? 묻고 싶어. 그리고 혹 그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대로 어깨를 돌려 되돌려보내고 싶어진다.


마지막 순간. 유치한 살인마가 최후의 심판놀이를 한 거겠지! 오늘 역시 즉각적인 역정으로 쏟아냈다. 역시 네가 키라였어, 에는 어느 때보다 큰 희열이 존재했다.

이윽고 드러난 진실에 찾아온 1차의 혼란은 대단히 짧았다. 마치 예감하고 있었던 것처럼. 잠시간 왼손을 내려다보던 눈동자를 들어 라이토를 바라보았다. 꼭 그의 하는 양을 두고 보듯이. 지긋한 시선이 고요했다. 

위장죽음 후. 급격하게 체감하는 노트의 무게. 무겁게 주먹을 꽈악 쥐었다 펴내는 왼손 손가락 사이사이로 삶이 모래처럼 흩어지는 순간. 분노와 결의를 품은 얼굴로 그가 최후의 선택을 내렸다.

라이토를 겨눈 팔의 떨림은 꼭 진동처럼 격렬했다. 노트에 맞서는 반동처럼도, 죽음을 앞에 둔 자의 마지막 발악처럼도 느껴졌어. 그 스스로 겨누게 되었을 때에서는 잦아들곤 하였던 숨소리는, 오늘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길고도 잦게 뱉어 흩어지는 소리가 가쁘게 흘렀다. 들리지 않는 시계초 침과 그의 조용한 숨소리만이 존재하였던 최후의 공간.

시간이 멎은 눈동자에는 마지막 순간의 감정들이 채 사라지지 않고 뭉쳐있는 것만 같았다. 그 언젠가의 공연에서처럼. 인간적인 감정을 소거해낼 시간조차 충분히 주지 않고 서둘러 덮쳐온 죽음 앞에 삼켜진 육신이 그곳에 서 있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변함없는 진실을 안고.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달달한데
이것 좀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샛노랑, 분홍과 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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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7.31

일곱 살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호감을 표시할 때 되려 툭툭 치고 도망가는 짓궂은 장난을 한다면, 요즈음의 그는 딱 그런 느낌이다. 친구를 만나서 너무 좋은데, 같이 으샤으샤 너도 즐겁고 나도 즐겁게 논다기보단 전심전력으로 괴롭히면서, 그걸 놀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당하는 상대는 얘는 대체 나한테 왜 이래? 싶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