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Begins.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잘난 척을 하면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것 같은 단계적 저음이 좋았다. 선명하고도 또렷하게 음을 타던 소리.
'죽'게 되는 게임이야는 다시 원래의 발음으로 돌아왔다. 그날그날의 판단에 따라 유동적인 걸까? '게임'이야의 찡긋도 돌아왔어. 명확하고 길게. 오랜만에.
그러나 오늘 게임의 시작의 이미지는 '주사윈 던져진 거야.' 날갯짓하는 것처럼 부풀던 몸과 음성. 시각적, 청각적 타격으로 적을 위협하는 것만 같던 순간의 그. 그의 존재가 더없이 거대하게 느껴졌다. 비상하는구나, 그 순간 그렇게 되뇌었다.
그래서 노래가 끝나자마자 오늘 최고야! 를 외쳤는데, 비상하는 게임의 시작을 향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변함없는 진실이 말했다. 여유롭게 웃으며, 미안하지만 이곳은 나의 무대야.
변함없는 진실. 연기처럼 흩트려지던 사실들'조차'의 음성. '무의식은 몸부림치고 있다'부터 마치 동굴 속의 진동처럼 울림이 증폭되던 소리. '받아들인다'에서 늘 그랬듯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던 강세. 어제보다도 훨씬 강한 대사 톤으로 변모한 '증식을 하면.'
그리고 경-계-선.
자연히 숨을 멈추게 된다. 바로 이 절정을 위해 이 극이 존재하는 것만 같아. 돌출 밖으로 튕겨 나올 기세로 수그렸던 상체가 용솟음하는 순간, 그에게로 수렴하던 모든 공기.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던 그의 존재감. 눈물이 마구 났다. 멋있어서. 시아준수적으로 너무하게 멋있어서, 그만 대성통곡을 했어. 그 폭주해버린 마음에 그가 쐐기를 꽂았다. '드/러/내/는' 너의 존재. 이 싸움의 다음이 더없이 기대된다는 것처럼 웃음을 찡긋이는 것으로, 그랬어 그가.
*
비밀과 거짓. 얼굴이 공개되었는지도ㅡ낮고도 강하게, 또박또박 힘을 주어 발음했다. 누가 듣더라도 이 대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끔.
소이치로와의 듀엣. 마지막 소절. 살짝 펼쳐내던 팔, 웃음을 머금던 얼굴.
아, 류크. 라이토를 돌아보는 얼굴에는 오늘은 웃음 대신 이죽거림이 피어났다. 무슨 속셈이야? 캐묻듯이. 의자에 누워 딸기를 먹으면서도 오늘은 유난히 싸늘하게 얼굴을 굳힌 채였다.
마지막 듀엣. 가면을 벗겨내면, 소절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돌출 끝에 도달한 그가 소리를 밖으로 꺼내어 히힛, 웃었다. 기대되어 죽겠다는 듯이. 근래의 듀엣에서 가장 격렬한 광기가 빛나는 얼굴로.
정의는 어디에 reprise. 키라가 정의라고, 착각하지마. 구절 사이에 오늘도 쉼표를 넣었당. 의도한 변화였던 모양이야. 쉼표가 삽입됨에 따라 착각하지마는 내뱉는 것처럼 빠르게 발음하게 되었다.
내가 바로 정의ㅡ에서부터는 오늘따라 왜 그리 아이처럼 보이던지. 내가 옳다는 것을 선언하고 싶어 안달 난 어린아이 같았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 등장하며 오늘은 브라우니 모퉁이를 갉아 먹었다. 오물오물♡
모-든-걸 희생하겠다는ㅡ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미세하게 놀리는 듯했어. 우쭈쭈 우리 경찰님분들 대견해, 이런 느낌으로. 깨달음의 아, 는 그제와 어제의 아... 가 아니라 아! 하는 감탄사로 내뱉었다.
당신의 '아-'들. 어제처럼 맺는 느낌의 강함이 아니라 이음줄을 타는 강한 억양으로 아-에서 들까지 이어갔다. 소프트한 듯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굉장히 좋았어. 이어지는 대사처리도 좋았다. 진짜. 쉬폰 케이크처럼 눅신하게 부드러우면서도 골자는 정확하게 전달하는 그의 억양이 정말 너무 좋다구요.
그리고 마무리.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에서 정확히 웃음을 거두어들이며 정색했다. 흑흑. 제일 좋아. 샤엘의 대사톤 전부가 사랑이지만, 이 순간이 오면 심장이 덜컹덜컹해.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단서가 없다는 말에 입술에 가볍게 츄~♡ 하듯이 꽂아둔 사탕을 쪽 소리 나도록 빼냈다. 이 장면에서 가장 처음 쪽 소리가 났던 날은 분명 의도하지 않았던 건데, 오늘은 그가 의도한 소리라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그때그때의 돌발적인 상황마저도 흡수하여 디테일로 승화하는 프로 배우셔.
또 프로 배우다웠던 부분은 캠퍼스. 미사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들 때. 주웠다는 그의 말에 처음으로 객석에서 웃음이 나왔는데, 그것을 캐치하고 관객이 준비될 때까지 잠시간의 틈을 주었다. 그리고 되었다 판단하자, 곧장 이어갔던 대사. '여기 떨어져 있던데요.'
다시 사탕신으로 돌아가서, 오늘도 웃었다. 이제 그건 힘들겠네요, 소이치로의 말을 끊고 허리를 곧게 펴며. 아주 엷게 입꼬리로만 웃는 곡선을 머금었다 풀어냈다. 피식, 분명하게 웃었을 때와는 또 다른 얼굴로. 하지만 어떻게 웃더라도 여기서의 웃음이 비인간적으로 잔인한 것만은 같다..
이어서 캠퍼스. 당신이 이겼어요 라이토. 승부를 인정하기 직전 살짝 웃었다.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마저도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것처럼. 하지만 앞으로 몸을 틀어 돌아 나올 때 실룩이던 입술에선 다소간의 분함도 느껴져서, 귀여웠다. ㅋㅋ
미사의 체포. 돌아온 옷의 실'밥!'의 강세. 이어 '미사가 정말 사람을 죽였을 거라 생각해?' 묻는 라이토에게 숨소리를 섞어 선명하게 내뱉었던 웃음으로는 그럴 리 없지, '네'가 죽였잖아?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취조신. 라이트...? 그럼 사신은? 몰아가기는 점점 강해진다. 잔뜩 날을 세우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몰아붙여. 끝내 미사가 입을 다물자 괘씸하다는 듯 그르렁거리던 입술만 보더라도 자비가 없다.
마지막 순간. 다른 사신놈들은 어디에 있지? 직후 작지만 그의 웃음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최후의 결판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 경계심도 평소보다는 약했던 것 같고. 성큼성큼 노트에게로 다가서서, 오늘은 검지와 엄지를 허락했다. 심지어 꽤 다급하다 싶을 정도로 손가락이 노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장죽음 후. 라이토의 낄낄대는 웃음과 류크의 경망스러운 히죽임로 범벅된 공간. 사방에서 그에게로 달려드는 듯한 청각적 자극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노트에 적힌 대로 라이토를 쏘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그에게 마치 위해를 가할 것처럼 달라붙던 그 웃음들. 키득대는 소리들이 그를 포위하고 농락하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는 노트가 정해놓은 운명에, 나머지 삼위로는 그 웃음에 전위되어 양손으로 시선을 떨구던 그의 모습은.. 상상 이상의 시각적 심통까지 떠안겨 주었다.
그의 머릿속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데스노트, 사신, 살인병기, 운명, 정해진 결말, 끝, 패배, 죽음.. 이물질과도 같은 생각의 파편들이 그의 사고 속으로 침투하여 증식을 거듭하는 혼란으로 부풀었다. 그러나 정복에 이를 수는 없었다. 그렇게까지는 허락하지 않았어. 총을 내놓으라는 말에,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눈빛이 형형하게 되살아나더니 곧장 라이토를 겨누었다. 이번에는 노트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뜻대로 되게 둘 줄 알고? 가쁘게 흩어지는 호흡과 부릅뜬 두 눈이 결사적인 저항을 선언했다.
마지막일 대치. 그의 선택을 터부시하며 라이토가 깐족거렸다. 써진 대로 된다니까? 거칠게 흩뿌려지던 그의 호흡이 '써진 대로'의 네 음절이 뱉어지는 순간 격렬하게 흩어졌다.
써진 대로. 결국은 운명이 이끄는 대로 그 스스로를 겨누게 되었을 때 잦아들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감쪽같이 고요해진 호흡으로 그가 정면을 응시했다. 여기까지인가. 잠잠한 눈동자가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죽음 너머의 진실을 눈에 담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가장 처음부터의 변함없는 진실을.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달달한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오렌지와 핑크의 반. 오렌지와 하양의 반.
참 브라우니 봉투의 L 글씨가 하얀색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