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마지막 순간에서 '처음부터 다 보였어'보다도 저미는 부분은 라이토를 재차 겨눌 때의 그. 총구를 끌어올리며 번지기 시작하여, 손목의 떨림과 공명하듯 파들파들 거세지는 숨결. '써진 대로' 된다니까? 는 라이토의 깐족거림에서 절정을 맞이하는 가쁜 호흡. 그러다 그 스스로를 겨누게 되었을 때에서는 '끝' 앞에서 의연하게, 고요하리만치 잦아드는 숨. 이 일련의 과정이 저민다고 해야 할까. 고통스럽다 해야 할까.

더군다나 역시 난 틀리지 않았어. 오늘, 마치 비명처럼 들렸다고 생각했다. 기묘한 음성이었다. 처음 듣는 것 같기도 했어. 흐느낌과 웃음의 교차점에서 피어나, 울음의 방향으로 마구 기울던 소리가 어느 순간 웃음이 꽃피우는 것을 허락하는가 싶다가도 금세 울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는 듯, 웃는 듯. 감정의 교차를 반복하던 얼굴이 어느 하나의 방향으로 귀결되지 못하고 멎었다. 그리고 저물었다.

털썩. 그의 육신이 일시에 허물어지며, 어느 때보다 무겁게 내려앉았다. 쓰러짐의 아픔이 느껴지는 것만 같던 몸. 차가운 바닥으로 온몸을 내맡기듯 저물어, 그대로 시간이 멎은 그의 눈을 오늘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대신 볼을 보았다. 어둠에 잠기고, 석양에 물드는 순간까지 오래오래 (Fine).


*


나른하고도 몽롱했다. 화요일의 나른나른함이 초월한 느낌에 가까웠다면 오늘은 오랜 잠에서 막 깨어나 완전히 의식이 돌아오기 직전의 몽롱한 느낌을 주었다. 명백하게 나-른한 느낌보다는 다소 약한.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본색의 발톱을 감추어 둔 듯한 그였다. 

시작부터 그랬다. 게임의 시작에서 가수면 상태처럼 나른하였던 도입부가 가성의 스타카토에서 전환을 맞아 폭주하던 상승세란! '시작'의 전환을 타고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는 본색이란! 음을 징검돌처럼 밟아 오르며 적의 숨통으로 접근해가는 스타카토는 정말이지 사랑이다.

잠자던 어린 맹수의 분노가 함축되어 있던 오늘의 소절은 '신이 된 것처럼'이었다.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특유의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멀어져가던 뒷모습에서 뚝뚝 흘러넘치는 고요한 분노를 보았다.

(+) '죽'게 되는. 정확해진 발음. 


비밀과 거짓. 나른한 대사 톤으로 전반적으로 몽롱했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에서도 그렇고, 오늘 특히 대사 톤이 이렇게 몽롱하였던 것 같아.
'얼굴이 공개되었는지도'는 어제와 같이 이 부분을 강하게 강조하여 발음했다. 이게 포인트니까, 짚어주는 족집게 탐정님.

의자에 누워 딸기를 물다가는 문득 고개를 일으켜 입술을 그르렁했다. 뇌리에 스쳐 간 단서를 콱 물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재빠르게 자세를 바꾸어 앉았어. 그리고는 마치 류크가 보이는 것처럼, 그들의 대화가 들리는 것처럼 적의 사고 속으로 침투하던 그. 발견을 머금은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의 기운보다 흥분이 강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얼굴을 살짝만 일그러뜨리며 소리 없이 그릉그릉. 

'제가 학생이라 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혼란에 우왕좌왕하는 수사관들을 향해 톡 던진 저 한 마디가, 굉장히 선심 쓰는 말투처럼 들렸다. 선량함을 가장한 느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소이치로와의 듀엣. 오늘도 살풋 웃었다가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무섭게 표정을 지워냈다.
라이토와의 1차 듀엣. 직후에 나직한 숨소리를 흩트려냈어. '하아...' 하고!!!

마지막 듀엣에선, 굉장히 동물 같았다. 소리의 음절마다 반응했어. <꽃>에서처럼. 어반 댄스처럼! 조사 하나를 내리꽂듯 낮은 저음으로 끌어내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돌출 입구에 다다랐을 때 두 팔을 벌리며 허공을 움켜쥐듯 그러쥐었다. 아아. 동물적이고도 본능적이어서 흡입되는 느낌이었다. 그 자신도 본인의 움직임에 취한 것처럼 다소 휘청이는 느낌을 주기도. 막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놀이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하여, 그 여운에 취해있는 것 같기도 했고. 

참. 딸기 집을 때 뽑기 기계처럼 각진 손가락이 일직선으로 내려가 까딱하며 딸기를 집어서 귀여웠당. 


키라는 당신의 아들. 모-든-걸의 놀리는 말투 중독적이야. 상냥하면서도 진짜 놀리는 말투인데 밉지 않아. 더 놀려줬음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브라우니 모퉁이가 촉촉한 걸 보았당. 귀여워ㅠㅠ


죽음의 게임. 라이토, 아버질 존경하고 정의감도 강하고. 어제부터 느꼈던 건데 여기 이 부분에 미세한 비웃음을 섞어 발음한다. 강해진 억양과 살짝 느껴지는 웃음기가 그래. 마치 네가 바로 키라인 주제에, 아버지를 기망하는 네가?ㅋ 처럼. 이어지는 내가, 엘이야ㅡ는 바로 내가 이제부터 너의 가면을 벗겨주겠노라 하는 선언같았다.

시각적으로 눈에 콕 박혔던 장면은 마이크에서 내려오며 비스듬히 살짝만 젖혔던 고개. 아.. 멋있었음...

비척비척 끄는 걸음걸이와 피실피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에선 그의 여유로움이 가득 느껴져서 좋다. 포식자의 식전 미소와도 같은 그 얼굴. 자신만만하여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


변함없는 진실. 갇혀버렸다면ㅡ에서 치고 오르던 의식. 거기서 더욱 도약하였던 받아들인다ㅡ의 강세. 받아들인다의 목소리, 오늘 정말 잘생겼었어. 선하고 정의감 넘치게 잘생겼었다. 그리고 찾아낸다 (씨익)에서 넘쳐흐르던 자신감. 그 자기확신에서 엿보이던 나르시시즘까지. 
증식을 하면ㅡ은 대사화가 굳어져 가고, 정복해버려 직전 소절인 본체를 밀어내고ㅡ에도 이를 앙물고 발음하는 변화가 추가되었다. 

경-계-선의 용솟음에 이어 오늘의 쐐기는 '너의 존재'였다. 최후의 순간에 단도를 찔러넣듯 두 눈을 찡긋이며, 웃음을 거의 털어내듯이 그려 보였다. 이렇게 너의 심장을 거머쥐겠다는 것처럼.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모욕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오늘의 억양은 다소 새침했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어쨌거나 유감이네요. 하는 느낌으로. 


캠퍼스. 오늘 엄지를 문 그를 보는데, 어제 그가 몸을 일으킬 때 검지에 침이 묻어 반들거렸던 것이 생각났다. 그 검지 손톱이 길고도 예뻤던 것도, 그래서 계속 보았던 것도 생각해냈어.

당신은 참 운이 좋네요 라이토. '당신'에 웃음을 섞어, 동시에 혀를 끌끌 차는 듯했던 발음. 
그리고 유난히 귀여웠던 여보세요. 실밥!의 강세.
정말 미사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해? 묻는 라이토에게는 네가 시켜서 그런 거 맞잖아? 그렇게 되묻는 것이 분명하던 웃음과, 너 날 정말 키라라고 생각하는구나? 끝까지 가면을 벗어던지지 않는 라이토에게 다소 심술이 난 듯, 그래 그렇게 생각해ㅡ하며 대화에 마침표를 찍던 나도 괴로워요. 


취조신. 미사가 걸려들자, 그럼 사신은? 라이토를! 몰아가며 흥분으로 쌕쌕 오르내리던 가슴. 


마지막 순간. 최후의 심판놀이를 한 거겠지! 에 이어, 사신은 판단하지 않아! 에서도 버럭 화를 이어갔다. 여기서 이렇게 강하게 으르렁댄 것은 오늘이 처음. 가장 첫머리, 게임의 시작에서 '신이 된 것처럼' 으스대던 건방진 멍청이를 비웃던 억양이 떠올랐다. 너 역시 한낱 인간일 뿐이야. 네가 하는 것은 유치한 심판놀이일 뿐. 처음부터 다 보였다. 그런 너를 놓치지 않을 거야. 

위장죽음 후. 내 손이 나를 배신하였구나. 꼭 그렇게 책망하는 것처럼 왼손을 내려다보던 시선. 곧이어 혐오감이 뒤섞인 채 오른손의 총으로 옮겨가던 동공. 꼭 총 너머 노트의 존재를 노려보는 것처럼. 노트를 등에 업고 으스대는 라이토가 총을 건넬 것을 재촉하자,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듯한 결의로 굳은 얼굴.


이후는 도돌이표(Dal Capo).


*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달달한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연분홍과 하양, 샛노랑.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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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8

키라는 당신의 아들. 캠퍼스에서 라이토를 감시할 겁니다/거예요. 그날그날의 대사 톤에 따라 달라지는 어미를, 앞서의 말투로 예측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 오늘과 같은 톤으로는 거예요, 어제와 같은 톤으로는 겁니다ㅡ가 된다.

는 이렇게 쓰면 약간 어이없어 보이지만 진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