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앞으로 가주세요, 재촉하는 시큐리티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앞번호 팬님분과 오빠가 아직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고, 나는 그 무대를 침범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오빠로부터 가사지를 받아들고 꾸벅 고개 숙여 건강하시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에야 움직일 수 있었다.
다소 지체된 등장에 오빠가 허리를 살짝 세워 이쪽을 보았다. 빙긋이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이를 마주하는 눈동자가 꼭 반년만이었다. 다가서는 두 번째 걸음에 내가 묵례하는 동시에 그가 인사를 건네왔다. "반갑습니다아~" 고갯짓만이 아닌 소리로도, 상냥하게. 이쪽을 향하여 열린 그의 어깨가 참 다정했다.
to. 를 포함하여 빼곡하게 적어간 포스트잇을 가만 내려다보던 그가, 가장 먼저 나의 이름을 찾아 발음했다.
"ㅇㅇ."
나는 끄덕였고, 그가 다시 말했다.
"ㅇㅇ님."
두 음절을 또박하고도 분명하게, 혀 안에서 다정하게 굴려낸 그가 해냈어! 하는 듯한 손끝으로 펜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조용히 보았다. 집중한 속눈썹과 동그란 코끝, 그의 음성처럼 부드럽게 부푼 머리칼이 눈앞에 있었다.
눈앞의 그 사람을 향하여 내가 말했다.
"오빠, 지니타임 소원이 어느덧 333개를 훌쩍 넘겼어요."
몰두 중이었던 그의 입술이 반 박자 늦게 되물었다.
"....제가?"
"네."
"시,실제로?"
"네, 이번 나고야까지요."
"그렇-게낳ㅎ 많이 했어욯ㅎ? 내가??"
잘생긴 눈썹이 놀라움을 숨기지 않고 크게 휘어 올랐다. 꼬치꼬치 물어오는 얼굴에 물음표와 느낌표가 한 가득이었다. 뾰족한 입술과 사랑스럽게 패인 미간이 눈이 콕 박혔다.
"네, 정말 많죠."
그즈음에서 그와 나란히 웃었던 것 같은데, 그랬던 것 같은데.
"절대 당연하지 않은 걸 알아요. 지니타임도, 콘서트도, 오빠의 노래들도요. 정말 감사합니다. "
고르고 골라 차곡차곡 매듭지어둔 단 한 문장의 차례였다. 무엇보다 전하고 싶었던. 그런데 미처 문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그의 음성이 포개어졌다. 전혀 아니라는 듯이, 당치도 않다는 듯이.
"아우, 감사합니다."
그 마음 안다는 듯이.
부드럽고도 단호한 어투에 잠시 말을 잃고 그를 보는데, 적어둔 마음을 완성한 그가 가사지에서 펜을 떼어내며 나를 보았다. 그리고 되물었다.
"......삼백삼십삼개?"
반짝이는 눈동자가 갸웃하며 마주해왔다. 되새기듯, 살짝 부푼 동공으로 물어오는 얼굴이 못 견디게 사랑스러워 나는 대답하는 것도 잊고 웃었다. 다정하고도 단정한 손길로 가사지를 되돌려받고 나서야,
"네, 오빠."
대답했다.
"삼백삼십삼개요."
그리고 그즈음에는 그와 나란히 웃었다.
8시 0분 32초~ 8시 1분 17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