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넘버는 오랜만에 사라진 아름다움. 그리고 언제나처럼, 도리안 그레이.
 
사랑해 마지않는 10월 8일의 고조였다.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에서 치솟아 오른 감정이 '예뻤겠지'를 딛고 도약하는.
'남아있지 않아'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귀로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아, 역시 10월 8일의 고조에는 아직 면역되지 않았다. 울음으로 웃음하는 그의 얼굴이 모든 상실을 자각하고 무너지는 이 단계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야.
 
그 생을 그어낸 육신에서 눈물처럼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툭, 꺾어지는 소리와 함께였다. 다시금 재연된 시청각적 죽음의 행위. 소리로도 죽음을 확인받은 건, 이것으로 세 번째. 그런데, 눈으로 귀로 그의 죽음의 순간을 목격한 내 고통의 심장에 그가 재차 쐐기를 박았다. 그의 숨결을 타고 마지막 생의 파편이 조명 사이로 튀어 올랐다. 눈물인 듯 땀방울인 듯 알 수 없는 유리구슬 같은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송골송골 잘게 뿌려진 물의 덩이들이 꼭 투명한 각혈처럼도 보였다. 아, 최후의 숨마저 이렇게 흐드러져, 저무는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모든 생을 '토해낸' 그가 기었다. 한 발치 앞으로 쏟아진 안식의 빛을 향하여. 가까스로 그 안에 몸을 뉘인 후에야 바르작이던 육신이 잠잠해졌다. 쏟아지는 빛 안에 이르러 보고, 웃으며, 손을 뻗었다. 아름다운 소년의 환영을 마주한 그 얼굴이 맑았다. 종장에는 언제나와 같이 울음의 '다'로 회귀하였음에도, 맑았다.
 
 
*
 
1. 배질의 화실
자 다시 앉아볼까, 배질의 지시에 헨리 워튼으로부터 눈을 거두고 자세를 잡는 태에 시선을 온통 빼앗기고 말았다. 살포시 내리깔린 두 눈이 새침하게 배질의 요구를 수용하며 주문대로 '살짝 위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아름다워' 헨리 워튼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얼굴이 아닐 수 없었다.
 
나-쁜-영-향? 되새기며 끌림을 가속해가는 얼굴이 반짝거렸다. 딱 찬연한 만큼 안타까워서, 차라리 배질이 그렇게 거듭 경계선을 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되었다. 지금의 배질로서는 그저 그를 부추길 뿐이지 않은가.
 
'따라서' 부르는 찬란한 아름다움에서의 오늘의 얼굴은 자꾸만 웃음을 끌어당기던 입매에. 동그랗게 말리며 음을 자아내는 입꼬리가 끄트머리로 스며드는 웃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웃음을 허락했다. 그 은은한 미소 감도는 노래하는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
 
2. 아름답게 멈춰버린 나
요즈음 배질을 마주 보고 부르는 소절들의 소리가 특히나 좋다. 공기와 안개 어딘가의 한숨결처럼 아릿하고 쓸쓸함 가득해. 그 특유의 '소릿결'을 잔뜩 느낄 수 있어서 좋아.
 
피-할↗거↗야↗의 어미도 계속하여 아름답게 정착되어 간다. 더 높게, 더 처절하게, 더 간절하게.
 
오늘의 아름다움은 '나의 얼-굴'에서 왼 볼을 그러쥐던 오른손에. 자신의 젊음을 어루어만지는 듯한 손길이었다. 손에 닿은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간절함이 볼을 그러쥔 손가락에서 절절하게 드러났다. 잔뜩 확장된 채 눈앞의 어딘가를 향하여 고정된 동공에서 또한.
 
3. 당신은 누구일까
초반 솔로파트가 이렇게까지 살랑살랑 간지러웠던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꽃을 '싸악-틔우듯' 어느새 내 맘에서 활'짝' 피었네. 와, 이건 다시 들어야만 해.
 
4. 최악의 줄리엣
조는 앨런을 깨우며 '아 진짜..' 성내는 입 모양을 보았다. 잔뜩 토라진 얼굴에 속상함이 역력했다.
 
'다신 널 보지 않겠어. 네 이름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릴 거야.' 그 얼굴이 고통으로 경련했다.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에서 비통함이 철철 흘렀다. 처음 겪는 사랑의 '끝'에 미어지는 감각이 버거운 듯이, 그렇게. 다소 놀라웠던 건 그 고통의 감각이 오로지 그 자신을 위한 슬픔이었다는 것. '내 사랑이 끝난 감각'이 슬픈 것일 뿐, 그저 내 감정을 가누기에만 벅찰 뿐인 얼굴이었다. 사랑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두 눈이 매정했다.
 
5. 찬란한 아름다움 reprise
오필리어의 죽음을 맞닥뜨린 순간. 촉촉하게 번진 얼굴이 울음을 밀어내며 경탄으로 걸어 들어갈 때의 표정은 역시 보아도 보아도 좋다. 세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좋아.
왼 어깨에는 주홍빛, 오른 어깨에는 헨리 워튼의 손을 짊어진 그 역시도 (아픈 만큼) 좋아하는 장면. 오늘은 문득 어느 쪽의 죄악의 무게가 더 무거울까, 궁금해졌다. 역시 원죄인 주홍일까? 아니면 직접적 가해자인 헨리 워튼일까.
 
'헨리, 난 냉혹한 사람일까요? 갑자기 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찬란한 아름다움에 경도된 그가 얼굴을 기묘하게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살짝 접힌 눈이 경탄과 혼란을 동시에 입고 깜빡였다. 찬란한 아름다움이 만개한 순간 그에게로 드리워졌던 주홍빛이 저물고 다시금 찾아온 죽음의 초록빛은, 그런 그의 앞에서는 그저 희미한 빛깔에 머무를 뿐이었다. 나설 곳을 잃은 시빌 베인의 죽음의 그림자가 시들어가는 서리처럼 흐릿하기만 했다.
 
6. Against Nature
'신이시여'에 변주가 많았다. 첫 신이'시'여의 파열음. 파도타기 이후 무대 중앙으로 돌아오는 순간의 신이시'여'에서 어미 끝을 걸어 물고 끌어내리던 금속성.
'붉은 내 심장'은 어제의 변주를 이어간 듯 아닌 듯하였던, 하지만 분명 평소와는 달랐던 소리로 들려주었다. 사르르 안개처럼 사그라지는 음성이 숨결인 듯 아닌 듯 사라져갔다.
또 오늘도 양팔을 벌리고 고개 돌리는 순간 씨익 웃었고, 시그니처 음으로 들어가기 직전에도 날선 얼굴로 웃었다. 확장된 동공이 고개를 들어 눈앞의 쾌락을 내립떠보다가, 피시시 웃음을 머금었다. 아, 그 날카로운 잘생김이란.
 
그리고 스모그. 오랜만에 적정한 수준이었고,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죄-악-의 황홀한 절!정! 에서 그의 번쩍이는 안광을 보았다. 기뻤다. 그래, 이 눈이야. 이렇게 날 세우고 이렇게 차가우며 이렇게 희번덕이는 이 눈이야.
 
7. 넌 누구
오늘의 아름다움은 '사악한 얼굴'과 '사라진 향기'에서 음을 그리던 미간.
그가 이렇게 작정하고 얼굴로 노래를 수놓는 넌 누구에서는, 얼빠는 소리를 좇기가 참 힘들다. 내가 넌 누구에 대한 세밀한 기억이 다른 넘버에서보다 적은 것은 이 때문이야. 아름다운 얼굴이 남긴 황홀함에 모든 것이 그저 백지장.
 
오늘의 악동스러움은 '이게, 내 선택이야.'에서. 혀를 입술 안쪽에서 굴리며 발음하는 문장이 평소보다 짓궂었다.
그리고 문닫힘의 소리가 오랜만에 아름답게 맞아 떨어졌다♡ 은근히 어려운 타이밍이야.
 
8. 무엇이 기다릴까
계단 끝 난간. 이제는 아예 뒤로 넘어갈 정도로 허리를 젖힌다. 마치 몸에 굳은 뼈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흐늘흐늘 유연해.
 
넌 누구의 악동미는 '제게 주신 거니까아-'에서 이어갔다. 고개는 살짝 내밀고 어깨는 뒤로 조금 밀어 약 올리는 투로 배질을 올려다보는 얼굴이 웃음을 섞어가며 거절했다. '보여드릴 수~ 없어요~'
 
그리고 찰나의 가운 컨트롤. 소파에 앉을 때, 왼쪽 종아리가 평소보다 가운에 폭 휘감기어 거의 파묻혔다 싶은 정도였는데 앉은 자세 그대로 발끝으로만 가운을 톡 톡 쳐서 밀어냈다. 가운 마스터다운 능란한 솜씨에 감탄과 함께, 귀여움에 살포시 웃음이 났다.
하지만 더 큰 귀여움은 담배를 야무지게 내려놓는 손가락에 있었다. 기다란 검지가 볼링핀을 쓰러트리듯 담배를 톡 밀어 안쪽으로 쓰러트리는데, 세상에 그렇게 새침할 수가 없었다. 마침 그 순간의 대사도 '무엇이 두려워서 그 그림을 보고 싶은 거죠?' 배질을 떠보듯 묻는 한껏 새침한 순간의 그라서 귀여움 공격 두 배.
 
배질의 고해 같은 고백에 끅끅 흘려내는 육성의 웃음소리는 없었지만 대신 '당신이 만든 나'로 배질을 몰아가기 직전 혀로 입술을 부드럽게 축였다.
 
그리고 오늘의 소리들. '영원한 삶 선사한 또 다른 나'에서 부드러이 음을 펼쳐내던 두 팔과, '내 영혼의 비밀'에서 있는 대로 긁어내며 위협하던 금속성.
찬란한 아름다움은 28일의 퇴폐를 이어갔으나 다만 '타락한'에서만큼은 12일의 격정을 닮은 거센소리를 심어 넣었다. 이 부분에서 이렇게 강한 소리는 오랜만. 반가웠다.
 
무엇보다 오늘 두 눈에 콕 박힌 것은 가운을 내릴 때의 컨트롤.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차츰차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내려지는 가운과, 그 가운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위해 조금씩 힘을 빼는 양팔 근육의 움직임. 조명에 반사되어 더욱 아름답게 빛을 내는 팔의 잔근육과 그 안에 스며든 섬세한 힘조절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침실 안쪽. 자켓을 벗기기 전에는 오늘도 배질의 턱 끝을 부드러이 감싸며 쓸어내렸다. 은밀하고 또 위험한 미소와 함께.
그리고 오랜만에 아름다운 각도로 보았다. 배질의 등을 감싸 안는 그의 손. 두 팔이 꽃잎처럼 부드럽게 말리며 배질의 등으로 감기는 그 움직임. 매일 이 각도로 볼 수 있었으면.
 
9. 또 다른 나
최후의 계단에서 긴 코트 자락을 움켜쥐며 올라 딛는 찰나의 섬세한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아직 적은 적이 없지. 또 문을 여닫기 직전에 그가 보여주는 굉장한 표정들에 대하여도. 이를 악물고, 콧등을 있는 대로 찡그려 올려세우며, 두 미간을 양껏 모아 잔뜩 결연한, 비장미 넘치는 그 얼굴과 눈맞춤 하는 기분에 대하여도!
 
10. Life of Joy
계단을 내려오는 오늘의 그는.. 마치 빙상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 같았다. 내려 딛는 걸음에 어떤 장애물도 없는 사람처럼 스르르르 미끄러지는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거침없었다. 언뜻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을 정도로.
 
안개가 사물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거죠ㅡ의 또 크나큰 변화. 아예 문장의 쉼표가 바뀌었다. 헨리 워튼에게 멎은 채로, 무언가를 되새기는 듯이 띄엄띄엄, 하지만 정확하게 발음해냈다.
또 어제와 같이 배질에 의해 몸이 완전히 돌려지기 전까지 헨리 워튼에게 고정된 채 떠나려 하지 않는 집요한 시선을 보았지. 마치 그곳에 자신의 이정표를 박아둔 것처럼 떠날 줄 모르는 시선에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처럼.
 
배질의 노래가 시작하는 순간에는 샐쭉, 비웃음이 샜다. 소리 없이 웃음을 박아넣은 입매가 비틀린 웃음을 한껏 표현해내고 있었어.
그의 어긋남 못지않은 기세로 배질도 그에 맞섰는데, 오늘도 저만치 내팽개쳐진 육신을 그가 발끝으로 툭, 툭, 끌어 급제동해낸 장면은 단연코 오늘 실랑이의 백미. 급발진에 맞불을 놓는 급제동이었달까.
 
찬란한 아름다움에서는 더한 비릿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배질의 모든 소리들을 물리쳐내고, 비로소 들을 만한 소리를 듣는다는 것 같던 그 웃음. 아, 그 어그러진 모양의 웃음이란. 유난히 타락의 건배에 깊이 감응하던 그는 오늘 심지어 두 손으로 주먹을 쥐었지. 타락 충만한 두 주먹으로 배질을 향해 달려들어서는 또 전에 없는 크고 거친 팔 동작으로 자기주장을 했다.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환희와 절망, 추락과 부활. 내가 만든 결국 나-의 선택!
 
그리고 첫 life of joy 직후의 웃음소리. 힛, 하고 명확하고 분명하게 새어 나온 실웃음. 드디어 만났다. 오늘과 같은 볼륨을 기다렸어. 작지만 선명하게 존재하는 소리가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듯, 아주 알맞게 아름다웠다.
 
11. 악의 꽃
뒷짐 진 채 박자를 밟는 그는 사랑이다. 뒷짐 진 팔을 바꾸고 자세를 새로 하여 샬롯 베인에게 다가서기 위한 박자를 밟는 그는 사랑이야.
 
12. 너를 보낸다 reprise
난 그녀를 용서해주었어요ㅡ직후의 마른 침묵이 고통스럽다.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그와 그를 비켜난 배질의 텅 빈 눈동자, 모든 빛이 죽어버린 방안의 고요가 고통스러워.
베/푼/거/예/요는 그래서 더 아득바득 뱉어낸다. 평정을 가장하며 그렇게 뱉어내. 그런 그가 온통 쓰릴 뿐이야.
 
'배질' 제발 내 선행을 폄하하지 말아줘요ㅡ는 배질도 변하고, 이 문장을 담는 얼굴도 변했다. 소리 없는 으르렁거림이었다 하면 될까.
 
똑바로 봐! 똑바로 보라고! 절규하는 그의 빗발선 소리 틈새로 배질의 비명을 들었다. 어느 때보다 강하게 처절한 배질이었다. 도리어 그를 몰아세울 정도로 절규했다. 여전히 아름다워! 몸부림치듯 내뱉은 후에는 '네 영혼은!' 되물으며 그를 향해 성큼 한 걸음 다가서기까지 했어. 마치 추궁하듯이! 그 기세에 궁지로 몰린 그가 뒷걸음쳤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지푸라기를 찾아 몸을 숨겼지.
 
그래서였나. 그 격정을 고스란히 이어간 오늘의 살인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가 배질을 향하여 돌진한 순간 칼을 맞은 배질이 스러지며, 그의 것인지 배질의 것인지 모를 생명의 파편이 조명 사이로 솟구쳐 올랐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그 무수한 방울들이 꼭 그가 뿌린 배질의 핏방울처럼 보였고, 그 핏방울이 긁어낸 그의 눈물처럼도 비추어졌다.
 
13. 사라진 아름다움
극 내내 그가 햄릿에서만큼 자기 자신을 잃는 순간이 있을까. 배질에게 소리치는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는 않는 그인데.. 햄릿에만 이르면 배질의 죽음과 헨리 워튼의 존재 앞에서 산산이 부수어진 그의 정신이 고스란히 보여 괴롭다. '심장이 없는 얼굴.' 떨리는 그 목소리만큼이나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심장 부근을 그러 쥐는 얼굴이 쓰렸다.
 
오늘의 소리는 '깊은 고통'. 헨리 워튼의 멱살을 바짝 쥐며 매달리는 그 육신이 두 눈에 희미해질 정도로 고통 어린 소리였다. 이렇게까지 끊어지는 가는 음성으로, 동시에 바락바락 악을 쓰며 호소하는 그를 본 적이 없다. 깨져가는 심장처럼 연속된 파열음에 마음이 따가웠다.
넌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
마침내의 선언.
헨리..
부르는 목소리가 어리고 또 여렸다. 특히 그 발음이. 넘쳐 흐르는 얼굴의 울음을 손등으로 닦아낸 뒷모습이 재차 불렀다. 헨리, 헨리.
그러나 그가 문득 주위를 돌아볼 즈음에는, 온통 어둠 속에서 혼자 남겨진 채였다.
 
 
(+)
오늘도 칼날면으로 그었다.
아 이게 배질이 말한 나쁜 영향.. 뱃 보이!
배질. 그레이와 워튼이 돌아왔다. 역시 다시 들어도 웃겨.
세상이 바뀐 시간. 오늘 약통의 대폭발. 통에서 퉁겨져 나온 약 알맹이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고, 브랜든 부인과 앨런은 매우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주워 담으며 연기를 이어갔다. 심지어 뒤늦게 발견한 알맹이 하나는 앨런이 손가락으로 콕 가리키며 집어 올리고는, 입속으로 낼름하기도.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빚어진 재미있는, 또 배우들의 센스 있으면서도 능숙한 대응이 빛났던 오늘의 우연한 에피소드.
최악의 줄리엣. 배질이 안 온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걔 왔으면 싸움 났어.
그런데 오늘, 앨런의 죽음에서 보았던 소매 아랫단의 온통 빨간색은 무엇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