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제가 학생일 거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되짚는 얼굴이 피식 웃었다(별 다섯 개). 키라를 간파한 눈이 의미심장했다. '건들면 바로 덤빈다'고 생각하는, 딱 그 얼굴이었다. 키라의 유치한 면모를 비웃으면서도,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여기는 듯한. 즐거워 보였어.

게임의 시작은 오늘에서야 비로소 다시 만난 것 같다. 음향 조금 더 힘내주면 좋겠지만 '숫자들과 데이터'의 전율! 재연의, 흑엘의 선전포고로써 손색없었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의 마지막 소절 역시 항상 황홀하다. 그런데 오늘은 그보다 마음을 앗아가는 것이 있었으니 유독 도드라지던 존재감의 쇄골. 빛 받아 하얗게 빛나는 곧은 쇄골이 어찌나 예쁘고 곱던지. 자칫 소리를 놓쳐버릴 정도로 혼을 쏙 빼놓게 예뻐서 혼났네. 정말이지 어깨미남, 쇄골미남, 그럼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오늘의 대사톤은 소이치로의 일갈(키라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알아야 죽일 수 있다고 했잖아! 라이토는 모키의 이름을 몰라!)에 대한 대답ㅡ"그렇죠."의 나지막한 음성. 이런 목소리는 처음. 그거야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랍니다ㅡ하는 듯한 음성이 소이치로의 단선적인 시야를 점잖게 업신여기고 있었다. '점잖게'가 대단한 포인트. 꼭 다시 잘라 들어야지.
그리고 취조신. "이 모든 건 아드님이 한 짓인데요"에서 '아드님'에 강세를 실어 지상으로 시선을 내리꽂았던 것은 오늘이 처음. 마치 두 눈 똑바로 뜨고 내려다보라는 듯이, 가르치듯이. 톡 내던진 고갯짓이었다. 그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느낌이 무척 좋았어.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첫공, 두 번째 공연보다 억양의 가시가 다소 누그러들고 차분하게 변화했다. 사나움을 조금 빼니 훨씬 여유로운 대사톤이 되었어. 이따금은 나른함이 느껴지기까지.

신기한 건.. 극적으로 사실 큰 골자는 다른 게 없는데도, 재연은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크다는 것. 극이 초연보다 훨씬 촘촘하게 맞물려서 주고받는 연기의 합이 살아나서일까? 그의 노래 이상으로 대사 연기에서 심장이 마구 뛰어. 비밀과 거짓말, 브라우니 신에선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대사 연기가 더 더 많았으면 좋겠다. 샤엘의 대사를 더 듣고 싶어.

(+)

레몬, 오렌지.
혼자만 먹어서 치사빤스인가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사진 보고 밤새 쌍코피 터졌어요.
그리고 다이코쿠 부두에서의 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