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 앞에 소리가 사라지는 얼빠당을 본 적이 있겠지. 피스가 사라진 얼굴을 보는 순간 음향으로 인한 번민이 모조리 사라지고 말았다. 아예 소리가 지워지고 말았어. 훤히 보이는 잘생긴 이마와 드러난 얼굴의 아름다움, 또렷하게 보이는 표정에 모든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잖아. 세상에. 잘생김 최고야. 아름다움 최고야. 

표정이 잘 보여서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이마가 고스란히 보여서 정말 좋았다. 짧게 올려세운 앞머리 아래로 유려하게 흐르는 옆얼굴이 너무나도 그림이라 비밀과 거짓말에서 그가 옆얼굴을 보여줄 때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헤어스타일에 관한 그의 고충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지만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 일단 덮쳐오는 시각적 황홀함이 너무 강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 잘생겼어.. 잘생겼어.. 그 생각만 했어.

드러난 이마, 이제야 바로 보는 표정. 그 덕분일까. 죽음의 게임이 처음으로 황홀했다. 내가 엘이야, 하는 그 표정을 재연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본 것을 시작으로 오늘에서야 죽음의 게임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어. 내가 사랑한 잘생김, 여기 다 있네. 오늘 다 이루었네. 하하.
뿐 아니야. 가림 없이 그의 표정들을 보니, 눈을 덮은 앞머리카락 아래로 그가 얼마나 섬세한 표정 연기를 하고 있었는지 이제야 전부 보았다. 하나하나 전부 짚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엘'의 얼굴들이었다. 그늘 속에서 형형한 눈빛만으로 그 얼굴을 짐작하였던 그간과는 판이하게 달랐어. 피스의 전후는 흡사 프리뷰와 첫공의 간극과도 같았다고 하면 될까. 비로소 막이 올랐다고 한다면!

표정을, 얼굴을 요목조목 뜯어보며 또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도리안’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아무리 봐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도리안의 얼굴이 아니다. 얼굴이 아니야. 아예 다른 사람ㅡ그저 엘일 뿐. 가면을 바꾸듯 새로운 캐릭터를 완전히 입어버린 그가 찬탄스러웠다. 

*

“조울증이 있는 나르시스트라고도 하죠.”는 점점 더 나른해진다. 재연 들어 가장 나른하게 변화한 톤이 바로 여기. 한껏 나른하여 한숨결 같은 음성을 수사관의 귀 가까이 가져다대어 속삭이는데.. 그 음성을 지척에서 바로 들으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브라우니를 맞이하는 혀마중은 매우 본격적이었던 어제(01-10)와 달리 얌전해졌다. 왠히 귀여웠네.

취조신. 렘ㅡ을 포착한 그의 흥분을 읽었다. 달랑이던 발목과 입안으로 도로로 굴리던 사탕이 일시에 멎었다. 살짝만 확장된 동공이 무섭게 집중하고 있었다. 기다렸던 순간에 마침내 이른 맹수처럼, 조금만 더 있으면 고지에 다다르리라는 확신에 찬 그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그 흥분이 내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순간을 방해받으니 당연히 화가 나는 것이다.
“아니죠, 이건 아드님이 한 짓인데요.”는 화를 전혀 숨기지 않아. 오늘은 특히나 또박또박 정석적인 억양이었는데, 잘라서 들을 것.

그리고 다이코쿠 부두 창고로의 등장. 올라오는 그 눈을 정면으로 만났다.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눈이라고 생각했어.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가눌 수 없었다. 공허한 눈에 생기가 없었다. 번뜩이는 의지와 종종 살기마저 띠는 그 고유의 생명력이 전무한 눈은 그저 ‘이끌려 오고’ 있었다. 불가항력적인 힘에 저항 없이, 터덜터덜 곤들어지는 걸음걸이로 그렇게.

자기 자신이 아닌 그 눈으로 저의 승리를 확신하는 변함없는 진실 reprise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마음이 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신의 노트가 강제한 운명을 피동적으로, 동시에 능동적으로 수용하며 죽음에 다다르는 순간까지도 공허한 reprise의 잔상이 곁에 맴도는 것 같았어. 사신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폐허를 보면서도, 석양 아래 지는 레퀴엠에서도 내내 그랬다.


(+)
레몬, 딸기.
경찰이.. 참 겁이 많군요. 나오세요.
이것 좀 드세요.
테니스 시합 몸풀기 후 폴짝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사진 보고 다크서클 생겼어요.
그리고 변함없는 진실에서 개사 두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