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래 글의 전문입니다.

 

민사와 형사의 차이를 규명하는 표현은 광범위하다. 이렇게 설명해도 되고 저렇게 설명해도 답이 된다. 범위에 포섭만 된다면 틀릴 건 없다. 물론 모든 개념이 그렇듯이 더욱 핵심적인 표현은 있다. 오늘 그의 대답은 아주 정확한 후자였다. 민형사를 준별하기 위해 제대로 배울 때 가장 먼저 짚는 핵심이다. 교과서적이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방송이 끝나는 즉시 내가 아는 비전공자 모두에게 연락했다. 민형사의 차이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즉각적으로만 설명해달라 요청하니 반 정도는 핵심에 가깝게, 다른 반 정도는 범위에 얼추 맞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절반의 확률로 일반의 상식이 된다는 확인은 어느 정도의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경험적 지식이 일반인의 상식이 된다 하여 속상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그의 설명은 자신의 일상적인 언어가 결코 아니었다. 분명하게 배운 어휘였다. 반면 언어를 구사하는 방식에는 삶으로부터 체득된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영어는 못 한다고 손사래 치며 거리를 두던 얼굴과는 확연하게 달랐음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그가 영어 이야기를 하며 웃고 웃는 대목에서 나는 가장 마음이 아팠다. 인의대로라면 영어보다는 훨씬 더 그와 인연이 없었어야 했을ㅡ그의 삶과는 하등의 관련도 없었어야 할 분야를 그는 너무도 태연히 설명해주었던 것이다. 웃는 얼굴로 선한 문장으로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까지의 그가 그려지는 것이 쓰렸다.

그렇게 한참 마음이 아팠다. 그와의 시간을 보낸 직후에 부정으로 범벅된 마음이 속상하여서도 아팠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을, 그래서 그냥 지나칠 법도 한 조그마한 가시에 찔려 내내 부상당한 채인 스스로가 아픔에 아픔을 더하지 않게 가까스로 제동을 걸어준 건 그ㅡ정확히는 그의 사고방식이었다.

그가 원하지 않을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귀한 일과후 시간을 할애하여 라이브 방송에 임한 그의 마음은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무심코 던진 언어에 다쳐 일어서지 못 할 정도로 우리의 지난날을 가련하게만 여기는 걸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아프지 않을 수야 없다. 마냥 의연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온 길 중에서 사랑만 취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의 웃는 얼굴과 보이지 않는 눈물 전부를 사랑해버리게 된 지금에 와서 지나간 상처라도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하나에 의미 실어 그 사람의 몫까지 마음 아파하는 것도 사랑이고, 기쁘고 아름다운 면에 마음 두어 그 사람과 함께 행복한 것도 사랑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노력해서 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내가 하는 사랑은 그를 위하여 또한 나를 위하여 가능한 한 후자이고 싶다 생각했다. 그래야만 나의 사랑이 그를 닮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맺는다. 무수한 웃음과 유익한 정보가 가득하였던 오늘의 주요기억을 후자에 두기 위하여, 아팠던 마음은 그만 이 글에만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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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12.08

노력해서 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면, 내 마음을 채우는 감정은 언제나 오빠를 닮은 것이었으면 해요. 라고 14년 4월 13일에도 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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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12.08

어려운 일이니 여전히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