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며 이 게시판 초반의 글들을 조금 읽었다. 시간과 감정을 응축하여 적지 않고는 흘러넘치겠다 싶은 즈음에서야, 조그맣게 읊조리듯 종이 한구석에 가만히 적어둔 듯한 글들이었다. 독자 없는 글은 글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덜어두는 독백에 가까워 아주 조용한 대신 가득하고 단단했다. 덜 여물어 조심스럽지만 그만큼 풋풋하여, 글자 하나하나에도 신중하고자 했던 그 시절의 내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 초심이란 건ㅡ처음의 어린 마음이란 건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과 함께 흘러 저만치 가 있었음조차 모르게 되는 것인가 싶었다. 마음을 단련하고 생각을 정갈히 하는 일을 늘 처음과 같이하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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