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끌어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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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당신과 다시 만났던 봄의 축구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와 같은 쑥스럼 묻은 인사 대신, 서로를 넌지시 살펴보는 눈으로 재회를 확인했다.
- 황금별
- 나비
- Dangerous
- 애국가
dangerous를 이렇게 멀리에서 맨눈으로 보는 경험은 꽤 특별했다.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홍보단 전원이 같은 시야에 있었기에 처음으로 군무 속의 오빠를 보았다. 이목구비를 구별할 수 없는 거리였지만 그를 찾아 헤맬 필요는 없었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움직임을 따라가기만 하면 그 끝에 그가 있었다. 무리 안에 속해 있을 때 그가 발하는 존재감이 체감되는 시야였다.
그 먼 거리에서도 발끝으로 딛는 샤프함이 느껴져서 신기했다.
음향 괜찮았는데 다시 들으니 바람 소리도 같이 담겨서. ㅋㅋ 굉장한 현장음이 되었다.
아아, 황금별로 오빠가 등장할 때는 바람이 무척이나 길고 세차게 불어서 어깨가 움츠러들 정도였는데, 차츰 잦아들다 문득 사방이 고요해진 것을 깨닫고 나서는 꼭 스쳐 가는 바람도 오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듯하여 귀에 닿는 음성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바람도 어루어 만지는 음성.
좋다. 시아준수 충전된 느낌.
가장 기억나는 애국가의 장면은:
제모 드리워진 얼굴에 살짝 올려다보는 각도로 그려 넣은 턱선과 배경으로 깔린 짙은 푸른빛의 조화. 새파랬고 투명했고 참 예뻤다.
제모 드리워진 얼굴에 살짝 올려다보는 각도로 그려 넣은 턱선과 배경으로 깔린 짙은 푸른빛의 조화. 새파랬고 투명했고 참 예뻤다.
서가를 정리하다 문득,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가 애국가임을 깨닫고는 흠칫 웃어버렸다. ㅎ
거듭되는 곡에게는 저마다의 절정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때보다 유달리 좋았던 날, 어느 날보다도 특별한 시간이 하나쯤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날의 나비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나누더라도 지나간 기억이 바래기는 커녕 오히려 그 하나하나의 감각이 일제히 되살아나 한꺼번에 쏟아지는 곡도 있다고. 나비가 그렇다고.
이날에도 그랬다. 4월 23일의 나비, 3월 8일의 나비, 4월 13일의 나비, 2월 4일의 나비..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나비들이ㅡ그러나 동시에 제각각의 선명한 나비들이 3월 13일의 나비와 함께 되살아나 분연히 날갯짓했다. 그 수많은 나비들과 맞이한 18년의 봄은 애쓰지 않아도 청아할 것만 같았다.
이날에도 그랬다. 4월 23일의 나비, 3월 8일의 나비, 4월 13일의 나비, 2월 4일의 나비..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나비들이ㅡ그러나 동시에 제각각의 선명한 나비들이 3월 13일의 나비와 함께 되살아나 분연히 날갯짓했다. 그 수많은 나비들과 맞이한 18년의 봄은 애쓰지 않아도 청아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