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 토드.
머리ㅡ특히 뒷머리에 볼륨을 예쁘게 잡고, 내린 앞머리는 중앙으로 곱게 빗어모아서 황금사과 같은 얼굴에 소년미가 한껏 돋보였다. 세 번의 공연 중 가장 어린 얼굴이었다.
〈베일은 떨어지고〉에서 흐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눈물일까 싶은 것이 왼쪽 눈가에 맺혀있었다. 엘리자벳을 바라보는 눈썹이 힐끗 미끄러졌고, 그녀를 향하여 손을 뻗음과 동시에 눈가에 맺혀있던 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순간의 그는 언뜻 아파 보였다.
누구보다도 환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서 한없이 처량해 보였다. 풀죽은 눈썹과 서글픈 눈꺼풀이 어찌나 먹먹하던지, 볼을 타고 흐른 것이 정말로 눈물이라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을 정도로.
‘기다려왔던 순간’이 찰나에 그치고 엘리자벳의 고개가 뒤로 꺾이고 말았을 때, 그의 시선도 그녀를 따라 떨구어졌다. 영원히 잠든 그녀를 두 눈으로 어루어 보다, 조금씩 조금씩 시선을 일으키는 눈동자가 정면을 향하여 가장 부풀었을 때 그 안에서 생생한 의문을 보았다. 눈동자 속에서 피어나는 오만 가지 생각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천사에게는 환희, 악마에게는 고통. 세상에서는 사랑.
‘이것’은 과연 무얼까, 하고.
동시에 백년 후의 〈프롤로그〉가 곧장 리플레이 되었다. 베일에서의 죽음이 눈빛으로 던진 의문에서부터 프롤로그로, 프롤로그에서 다시 베일로, 그렇게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에 자칫 갇혀버리겠다 싶은 순간 막이 내렸다.
(+)
1. 〈전염병〉. 오늘의 ‘휘청’은 의도한 동작인가 싶을 정도로 더욱 기묘했다. 소파 위로 착지한 후 곧장 몸의 무게중심을 뒤로 밀어 ‘휘청’을 의도한 후에 소파 앞으로 뛰어내린 것..처럼 보였는데 선뜻 확신할 수 없다. 다음의 공연을 보면 알 수 있겠지.
2. “해시태그 엘리자벳”의 음성에서는 너무나 죽음 모드라던 이번 콘서트의 그가 떠올랐다. 더불어 12년 초의 그도. 12년의 초연 당시 표정과 말투 전부에 샅샅이 죽음이 드리워져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16일의 눈동자에 가득했던 ‘의문’이 정말이지 좋았다. 사랑 그 자체를 완전히 깨달은 것도 아니면서, 사랑에 가까운 감각에 소름 끼치게 낯설어하는 듯한, 갖은 혼란으로 뒤섞인 채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 눈이, 두고두고 곱씹어 떠올리고 싶을 만큼. 그리고 이번 공연 기간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하여 보고 싶을 만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