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반깐 토드. 

 

한 해의 마지막 장식하기에 걸맞는 공연이었다. 18년 12월의 공연을 회상할 때 꼭 떠올리게 될 법한 마지막 춤과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만났다. 백 퍼센트에 가까운 에너지였다. 큼직한 춤선과 넓은 보폭에서 마지막 공연에 임하는 그의 각오가 보였을 정도로.

 

1막 〈그림자는 길어지고〉의 목소리도 특별했다. 너무나도 상냥했어. 따뜻하기까지 한 음성이었다. 너울너울 피어나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자욱해진 안개처럼, 문득 정신을 차리니 그 상냥한 음성 속에 길을 잃고 말았다. 암전에 가까운 무대에 사방으로 메아리치는 목소리만이 가득하니 그럴 수밖에.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에서는 더더욱. 부드러워 솜사탕 같은 음성이었다. 입 안에서 굴린 것처럼 달달하여 귀를 의심해야 했다. 이렇게까지 사분사분한 적이 있던가. 그의 날개 안에서 한 방울 눈물을 떨구고 마는 엘리자벳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답답한 현실을 집어삼키는 달콤함.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듯한 오아시스. 그런 환영들을 눈앞에 펼쳐주었다.

상냥함을 거절로 되받는 그녀를 향한 분노도 오늘은 크지 않았다. 네가 정히 그리 하겠다면, 나는 다른 방법을 쓰면 돼. 문제 없다는 듯이 내리까는 시선이 진짜 진짜 섹시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 론도에서 갈망을 보았다. 어제 낮공, 신비한 생명체를 관찰하는 얼굴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두 눈이 이글이글했다가, 잔뜩 찌푸려졌다가, 변화무쌍하면서도 아무런 깜빡임도 없이 그녀에게 정확히 박혀 있었다. 이토록 또렷하게 느껴지는 갈망은 처음 보는 듯할 정도로.

 

하지만 이 모든 특별함에도 불구하고 12월 30일의 가사는 삼중창에서 꼽고 싶다. ‘너는 결국 나만의 것’이라던 음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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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김준수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