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는 데 쓸수록 너무 신이 나서 이것 쓰다가 저것 쓰고, 저리 쓰다가 이리로 돌아오고, 반말했다가 묘사하고, 서술하다가 훅 와서 그 문장은 모조리 눈물바람 되고, 그러다가도 금방 좋아서 푸스스 웃고, 그러면서 계속 생각하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좋아서 너털웃음이 나. 생각이 거듭될수록 끝문장은 언제나 시아준수..ㅜ 가 되는데 마치 십년 전을 그대로 다시 사는 것 같고, 어떻게 꼭 그때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변함없을까 감격하고, 역시 시아준수를 사랑하지 않는 삶이란 건 상상할 수 없겠다 하면서 오늘의 사랑에 이불을 덮고. 이례적으로 개막도 전에 몇 번이나 추천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과연 그럴 만 했구나 싶어서 뭉클하고, 그렇게 말하는 본인이 오죽 뿌듯하고 설레고 기대되었으면 그랬을까 싶은데, 프리뷰 커튼콜에서의 얼굴이 그 설렘과 기대를 전부 보상받은 것만 같은 감격을 머금고 있어서 또 그게 너무 애틋하고 오빠를 위해 내가 다 기쁘고, 그런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진실로 축복받은 이 나날들에 행복하고.
주인공의 비중이 6-70%에 육박하는 원톱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롤로 데뷔한 오빠가 그때와 똑같은 바로 그 극장에서 이제는 아예 오빠만을 바라보고 오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들과 함께 그때 그 배역의 비중과 무게를 심정적으로는 압도하는 것만 같은 새로운 극을 직접 만들어서 오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라이선스의 대성공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아예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 극을 쌓아 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된 경이를 십년 전 그때와 같은 곳에서 목도하게 되다니, 십년을 사이에 두고 전후가 하나같이 놀라운데, 그동안 놀라우리만치 변화하였는데 정작 그 자신은 어쩌면 이토록 한결같을 수가 있나, 어떻게 한결같은 경탄을 주나,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틱하면서도 일관되는가, 끝이 없는 재능과 노력의 콜라보란 이런 것일까, 시아준수는 실재하는 것이 맞을까, 사실 천재성과 열정이라는 관념의 형상 같은 건 아닐까 싶어지는데 새삼 시아준수랑 동시대에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의 청중이 될 수 있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
아니 대체 시아준수는 왜 이렇게까지 잘하는 건지.. 연습실 텐투텐이라며 웃으며 하던 그 말이 생색이나 투정이 아니었음을, 부단한 노력이 물밑에서 진행중이었던 것임을, 그래서 볼프강도 백작님도 지욱이나 도리안도 아닌 제8의 인물을 보란듯이 탄생시켜 왔음을. 아니 정말 그렇잖아, 엑터의 죽음에 안돼 안돼! 하며 울부짖는 순간은 영락없이 엄마 잃은 모차르트인데, 기네비어에게 운명을 믿어요? 물어보는 목소리는 준이고, 눈에는 눈에서 피의 전쟁을 노래하는 순간은 너무나도 드라큘라인데, 난 실패한 거야라며 신음 뱉는 음성은 누가 봐도 도리안이건만, 이 개성 넘치는 하나하나를 모두 아더화해냈어. 프리뷰에서 앗 이건 모차르트다, 싶었던 것도 첫공에서는 모차르트가 조금도 떠오르지 않게끔 만들어냈어. 아더가 되었어. 일곱 인생의 통일을 이룩해낸 거야. 나아가 여덟째를 창조해버린 거야. 제각각 특별하게 빛나는 여럿을 한데 모아서 아더만의 색으로 칠해버림으로써. 누구도 하지 못한 것, 진짜 아더처럼.
그런데 또 하필 이 아더가 너무나 변화무쌍해. 해맑고 구김살 없는 소년이 운명의 선택을 받아 청년왕이 되고, 사랑에 빠진 청년이었다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되고, 12명 원탁의 기사의 정점이었다가도 지휘능력이 남아있기는 하냐며 의심받고, 신이 선택하고 사람들이 인정한 왕의 자리였는데도 자신의 가치를 재차 증명해야 할 상황에 몰리고, 그 와중에 누구도 이해 못할 불길에 휩싸이고, 믿고 싶었던 누이를 잃고, 스승을 잃고, 우정을 잃고, 사랑을 잃고,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주는 기사조차 없이 나라의 명운을 건 전장을 짊어진 왕이 되고, 기어코 사명은 완수해내지만 정작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졌던 것은 전부 잃어버린 채 남고.. 끝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현신이 되어 홀로서는 서사가 너무나 거대해. 행복할 때는 행복해서, 아플 때는 아파서 눈물 마를 곳이 없는 삶을 살아. 매번, 무대 위의 시아준수가 이런 삶을 보여줘.. 보기만 해도 더워 보이는 가죽조끼를 입고 땀 한가득 쏟는데도 빛나는 얼굴로 생기를 잃지 않으며 그곳에 서 있어. 어느 하나도 허투루할 수 없는 장면들로 조합된 극에서 매번 백프로 이상을 쏟아내며 온몸으로 말하는 것이 보여. 무대에 설 수 있는 이 순간이 감사하여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각오가. 배우의 그런 자세가 아더가 스스로의 운명을 살아가는 모습과 겹쳐지는데 어떻게 울컥하지 않을 수 있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것을 전부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그를 따라 이 극에 투신하지 않고 견딜 방법 같은 건 없어. 한 명의 왕, 한 명의 배우, 그러나 이 세상 모든 것이 되는 사람. 이 사랑을 하는 나를 세상 가장 축복된 존재로 만들어주는 사람. 오직 하나, 오직 시아준수.. 어쩌지 써도 써도 마음이 덜어지질 않아.
시아준수를 사랑하며 지나온 시간들은 여타의 기억보다 선명한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오늘의 것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 아더를 처음 만나 열병을 앓듯 사랑했던 이때가 그렇다. 사랑하기가 벅차서 눈물이 되곤 하던 시절, 이 사랑을 건너면 저 사랑이 눈앞에 도사리고 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