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비어가 떠난 자리, 최후의 밤. 어둠이 장막처럼 드리운 하늘, 깜빡이는 희미한 별빛 아래 떨구어진 검을 바라보던 그를 잊을 수 없다. 찬연하면서도 쓸쓸하게 방치된 검을 내려다보는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인생의 가장 큰 지지대를 잃었다. 우정도 보냈다. 사랑마저 깨졌다. 전부 하나의 검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였음을 곱씹는 듯한 찰나의 표정들이 심장을 따갑게 했다. 상처로 얼룩진 육신을 수습할 생각조차 없는 얼굴이 오직 검에 머물러 있었다.

범인이라면ㅡ무릇 사람이라면 그 검 앞에 재차 서게 되는 순간부터 도망하고 싶었을 것이다. 설령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한들 비난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덩그러니 놓인 검을 보던 그가 찬찬히 손을 뻗었다. 칼날을 어루만지는가 싶더니 손잡이를 힘주어잡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눈높이까지 곧게 들어 올린 검을 응시하는 눈동자에 파도 같은 빛이 일렁일렁했다.

그 눈이 다 말해주었다.

그 얼굴이 다 보여주었다.

검을 바라보던 침묵으로는 ‘결단’을, 움켜쥐는 손으로는 ‘극복’을, 끝끝내 들어 올려 가슴까지 끌어오던 의지로는 이것이 스스로의 ‘선택’임을.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의지로 왕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지나간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검을 잡음으로써. 거대한 결단이었다. 고결한 시작이었다.

 

검을 쥔 채 다시 시작의 산을 오르는 이,

한계를 넘어 운명 위에 선 사람,

실로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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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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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리는 강자의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자의 것.” 이라 했지. 그러니 비록 볼 수는 없어도 이후의 그는 승리했으리라 믿고 싶다. 자신의 의지로 이어가는 삶에서 사랑도 행복도 승리도 모두 얻었으리라고. 그래서 말없이 검 너머의 미래만을 바라보던 눈이 결국은 행복을 머금게 되었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