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공유의 집 소감을 듣고

 

십 년 만의 예능 출연에 대하여 그는 결실이 ‘맺어질 것만 같다’고 했다. 단단하게 못 박는 대신 가능성을 열어둔 문장이었다. 방송사와 에이전시 양측에서 일제히 배포한 보도자료로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한 일임에도 신중한 태도에 나는 양지 바깥에서 벌어진, 그래서 내가 알지 못하고 오로지 그 혼자서만 감당해야 했을 그림자 속의 좌절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중은커녕 팬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탈길에서 몇 번이고 혼자 넘어졌을 그를 다 헤아릴 수가 없어 속이 상했다.

포기하려고도 했다고 그는 덤덤히 말했다. 

수없이 기워낸 것이 분명한 속을 열어 보이면서도 잔잔하게, 외면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그가 여러분들 때문이라며 눈을 똑바로 마주쳐왔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아파하는 여러분들이 아프지 않도록 상쇄해주고 싶었다면서. 

매주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훠궈를 앞에 두고 젓가락만 애꿎게 움직이며 참 고요하게도 그가 말했다.

지난해 겨울의 웨이백시아에서와는 정반대였다.

자신을 좋아하면서 아프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며 글썽이던 그였다. 자신 때문에 싸우지 말라며 울먹였고, 그것으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동시에 자신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몇 년, 열심히 브라운관을 두드려볼 것이니 여러분은 단지 ‘즐겁게’ 함께 걸어달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드릴 터이니, 웃으면서 보자고.

딱 일 년 후 오늘의 그가 충실하게 만들어가는 지금이 그런 탓에 잠시 기억과 현실 사이에서 오가지 못한 채 감회에 잠겼다. 골몰하던 마음을 일깨운 것은 차분하여 평온하기까지 한 오늘의 목소리였다.

“항상 새로운, 특별한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난관이 되지 않는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소식이라는 전제가 함께 들렸다. 

“그것만큼 제가 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게 없어요.”

단단할 정도로 기복없이 묵묵한 음성으로 그가 계속 말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이 기사만으로 일단 행복한 꿈을 꿨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했어요.”

기억 속 웨이백시아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인 이듬해에 자신의 말이 결코 ‘서투른’ 것이 아니었음을 곧장 증명해 보인 그가ㅡ그래서 꿈속으로 모두를 인도한 그가 덧붙여 수줍게 말했다.

“근데 이게 꿈만이 아니라 정말 손에 잡힐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고저가 없는 음성은 처음과 같았지만 마침표에서 약동하는 마음을 모를 수 없었다. 아직은 외따로 조심스럽게 뭉쳐 둔 그의 설렘이 어서 소리내어 웃을 수 있는 12월이 왔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