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미스터트롯 방청 후기
시아준수의 눈은 크고 깨끗하며 흰자가 동공만큼 반짝인다.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은 턱을 살짝 눌러 고개를 내린 각도가 기본이며, 앉아있을 때의 기본자세 역시 참 곱다. 이따금 목을 앞으로 빼서 어깨를 새롭게 편다. 자세가 굽지 않도록 단속하는 움직임마저 단정했다. 모든 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정돈되어 있었는데, 카메라를 대하는 일련의 숙련된 모습에서 새삼 그의 직업이 상기되었다.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을 때의 고요한 얼굴은 사뭇 진지하여 숨죽여 보게 된다. 하지만 흥의 임계점이 대단히 낮아, 표정 없는 고요함은 금세 사라지기 일쑤였다. 잘 웃고 자주 웃는데, 한 번 웃을 때마다 무표정이 상상되지 않게끔 온 얼굴로 웃는다. 출연자가 등장할 때는 예외 없이 일어나 손뼉쳐준다. 출연자의 등장마다 기립하는 마스터는 그와 붐 씨 단둘이다.
장윤정 씨와 많이 친해진 듯하다. 바로 옆자리의 붐 씨보다도 장윤정 씨와 긴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어느 결과를 듣고 장윤정 씨가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마주 본 두 사람이 한참을 속닥거렸다. 또 한 번은 그의 심사평에 깊은 공감을 표한 장윤정 씨가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엄지를 세우고 꿋꿋하게 기다리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즐거워 보였다. 어떤 영감을 받는 듯도 하고, 흠뻑 몰입하다시피 경청하곤 했다. 어느 무대에서는 한껏 집중한 나머지 두 손을 내내 기도하듯 모았다. 두 손을 모으고 미간도 모은 얼굴이 상냥할 만큼 진지했다.
턱을 괴고 집중할 때도 있다. 한 번은 그린 듯한 무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눈을 뗄 수 없게 예뻐서 감탄했다.
마스터 채점표만큼이나 전광판을 많이 본다. 다른 마스터들의 심사평을 들을 때 주로 그랬다.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출연자처럼이나 경청한다.
자주 기립한다. 일어서서 큰 박수를 보내곤 했다. 다만 기립이 유지되는 시간이 긴 편은 아니다. 시종일관 서 있는 붐 씨와는 달리, 그는 흥이 치솟는 순간이나 흥겨움이 유지될 때만 기립한다. 흥겨움에 반응하는 척도가 마치 메트로눔처럼 정확하다. 그래서 일어났다가도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 스르륵 도로 앉는 모습을 무척이나 자주 보았다.
춤을 많이 추었다. 힘 뺀 동작들이 살랑살랑 가볍다. 지니타임에서도 드물게만 보는 가벼이 추는 동작들에서도 귀티가 난다. 주로 붐 씨와 둘이 추었으나, 한두 번은 뒷자리의 박현빈 씨를 톡톡 두드려 셋이 군무 같은 안무로 흥을 더하기도 했다. 뒤돌아 박현빈 씨를 콕콕 두드리는 손동작이 귀엽다. 장난스럽게 반짝이는 눈 아래로 입술이 기대감을 숨기지 못한 채 벌어져 있었다. 사랑스러웠다.
좋았다.
내 안에 시아준수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렇게나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꼈다. 시아준수를 보며 자생하는 감각이 따뜻하여, 구름 틈에 안락하게 감싸이는 기분이었다.
시아준수가 좋았다.
보기만 하는 것이 그렇게나 좋았다.
사실은 이 장면을 간직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헤어질 적 팔랑팔랑 손인사를 건넸더니 (나?) 눈으로 되묻고는 곧이어 수줍게 웃는 얼굴로 허리 숙여 답례해주던 모습, 꿈에서도 간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