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이 완성되었다. 마지막 남겨둔 단추였던 Life After Life 에서. 11일보다 13일의 Life After Life 가 좋았지. 14일의 인스타를 보고 15일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일까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단연코 오늘 1막의 넘버.
짜릿한 파열음의 달콤한 ‘피’. 보완 중인 음향에 올라탄 소리가 날아오르는 듯했다. 귓가로 가득 차오르는 핏물에 숨이 막히는 느낌. 정말 최고.
그런가 하면 감성페어의 2막이었다.
아주 선명한 눈물을 보았다. 리프라이즈의 러빙유 마지막 소절, 그의 왼쪽 볼을 반으로 가르듯 흐르는 눈물에 오늘의 공연이 전부 담겨있었다. 이어지는 앳 라스트와 피날레에서도 삼연 들어 처음으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감성과 감정의 만남이었다. 그와 임혜영 미나, 손준호 반헬싱의 조합은. 첫 만남부터 이러니 앞으로는 또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것.
오늘의 그림은 Mina’s Seduction. 두 사람이 침실에서 부둥켜안고 있을 때였다. 문득 두 사람 너머로 침실 커튼에 비치는 그림자가 보였다. 드라큘라 성의 (지금은 사라진) 조각과 꼭 닮은 형상으로 뭉쳐 있는 그림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4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지금에 와서도 되살아나는 사랑을 목격하는 것만 같았기에.
She. 오블이었고, 미나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래서 진실된 동화를 들려주는 그를 미나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처음도 아니건만,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엘리자벳사를 잃고 우는 그를 보며 고개를 떨구고, 십자가를 찌르려 드는 그를 향해 고개를 내젓는 미나와 마치 일체가 된 듯한, 아주 묘-한 기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다 마침 극적으로 귀엽게도, 제단까지 단숨에 뛰어온 그가 멈칫하는 게 아닌가. 원래대로라면 내팽개쳐진 칼을 곧장 낚아채어 제단으로 뛰어올라야 하는데, 글쎄 그가 멈춰선 자리에 칼이 없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칼이 없자 흠칫, 칼을 찾아 두리번. 1초 남짓한 버퍼링이 못 견디게 귀여웠다.
그래서였나. 십자가를 찌른 후의 절규가 대단히 격양되어 있었다. 음을 순차적으로 짚고 올라가는 절규가 아니라 이미 최고조에 이른 비명과도 같은 소리로 그가 울었다.
At Last 의 마지막 대사: “당신은! 나와 결혼했어..”
오늘은 어미를 깊이 내려서, 마치 도장을 찍듯. 반쯤은 체념한 사람처럼.
어제와 시야가 거의 같은 자리라서 오늘은 망원경을 들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려고 했는데, 앳 라스트에서 굴복하고 말았다. 울먹울먹하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홀린 듯이 그만.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며 짐짓 매몰차게 일어서는 미나를 따라 고개 드는 얼굴에서 눈망울이 그렁그렁 반짝였다. 후회는 없었다.
또 후회 없었던 트레인 시퀀스. 미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왜 이렇게 어여쁘게 웃지요? 눈썹은 갸웃한 채로 입꼬리만 올려 사르르 웃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뻤다. 상처 받은 심신을 이끌고 망망대해를 건너는 중이면서도 그녀 목소리 한 번에 이렇게나 예쁘게 웃는 그가 너무너무 안타까웠다.
삼연의 미나들은 트레인 시퀀스 이후로 드라큘라와 감화된 뱀파이어 노선을 공통적으로 채택한 모양인데, 임혜영 미나는 셋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 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어서는, 반헬싱을 향하여 기묘한 날을 세우는 데 이어지는 촛불송(Deep in the Darkest Night)에서 넋을 놓고 드라큘라를 찾아 헤매는 일련의 흐름이 매우 좋았다.
특히 임혜영 미나는 가장 드라큘라 가까이로 다가서기도. 벽 너머의 드라큘라를 찾는 듯 몽롱한 눈에서 총기 대신 어떤 절박함이 엿보였다. 노래 말미에서 촛불을 끄지 않는 유일한 미나이기도 한데, 그의 기척을 좇느라 촛불을 끄는 것조차도 잊어버린 듯했다.
그리고 대망의 임혜영 미나와의 피날레. 피날레는 역시 김준수, 임혜영. 나의 눈물은 이 두 사람의 몫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드라큘라의 죽음 이후 관 앞에서 무너지며 신을 책망하기까지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엇보다.
덧붙이는 말
피날레의 감쪽같았던 개사: 내가 구원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It’s Over. 십자가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 미나에게 상처받고 퇴장하는 무대 뒤편의 모습을 보았다. 기운 잃고, 상처 받고, 휘청휘청.
The Mist. 임혜영 미나, 나 사실은.. 하고 말 줄였던 것. 그녀의 톤에서 다음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졌다. 생략된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순간.
이예은 루시. 드라큘라의 위치를 확인하고 부케를 던졌는데, 명중률이 아주 정확했다.
오늘의 달라진 점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intro. 오늘은 두 눈동자가 아예 영상으로 나오지 않았다. 왜지? 이렇게 바뀔 것인가?
마스터송의 핏빛도 ‘그 빛’이 되었다. 이것도 이렇게 바뀌는 건가?
마스터송의 그 빛은 16일에는 원래대로 핏빛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