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롯데의 음향은 프레시 블러드와 내외하지요? 다른 곳에서는 꽤 괜찮은데 프레시 블러드가 곧잘 들쑥날쑥하다. 힘내주세요.
오늘의 넘버는 She 와 The Longer I Live. 특히 더 롱거는 꼭 선율처럼 아름다웠다.
She, 갑자기 너무나 훅 들어왔던 가사: “행복한 날도 잠시뿐.” 찰나의 행복으로 400년을 버텨온 그가 실감되었다. 동시에 400년을 견디게 한 찰나에서 피어난 사랑이란 대체 어떤 걸까 싶어졌다.
앞서서 오늘의 그가 “언제라도 어디라도 그대 곁에 함~께~”를 너무나 어여쁘게 불렀어서 더욱. 평소보다 또렷하게 운율 넣어 물결치듯 흐른 ‘함~께~’에 내 마음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뭐지? 신이시여! 대체 뭐지? 보통은 어미를 비명처럼 흩뜨리는 편이지. 오늘은 달랐다. 신이시여↗︎↗︎ 치솟는 어미였다. 끝 간 데 없이 격양된 소리에 깜짝. 익히 알고 있는 노래에서 이렇게 놀라기도 쉽지 않을 텐데 시아준수가 또 그걸 해낸다. 어느 때보다도 서슬 퍼런 분노에 내내 귀를 의심하며 들었다. 이 기세로라면 초연 9월 2일의 she를 다시 만나게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생각하며.
분노의 쇳소리로 점철된 저주에서 곧장 드라마틱한 노래로 이어지는 구간은, 오늘의 저주가 격했던 만큼 감동이었다. 정말 미치도록 널 저주해! 까지 소리를 다 뒤집어가며 비명 하다 숨 돌릴 틈도 없는 바로 다음 소절 ‘악마에게 팔아서라도’에서 도장 찍듯 음정을 전부 짚어내며 드라마를 완성하는데.. 아, 감탄스러웠다. 새삼스럽게.
떠나가는 엘리자벳사를 끝까지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슬프다. 그를 따라 그녀 한번, 그녀를 바라보는 그를 한 번씩 번갈아 보게 돼. 신을 위한 전쟁 끝에 비극 속으로 던져진 인간의 생이 안쓰럽다.
웨딩의 김수연 루시. 오늘은 홈런 대신 그의 발치로 부케를 던지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걸 보는 그의 표정이 재미있었다. 잡을 생각도 없었던 얼굴이 발밑으로 사뿐히 안착한 부케를 슬쩍 내려다보고는 잠시지만 이게 왜 여기에 떨어져..? 홈런이.. 아니야..? 하는 듯한 표정으로 응시하는데, 귀여웠다. ㅋㅋ
또 귀엽고, 동시에 멋졌던 건 Life After Life. 순결한 피를 맛본 직후 김수연 루시는 대단히 감격한 얼굴로 그에게 폭삭! 안겨드는데, 그녀를 단호하게(멋있게) 돌려세우기 전 흠칫하며 경직했던 일초가 귀여웠어.
It’s Over 에서는 요즘 계속 발목을 보게 된다. 발목을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쓰지? 십자가 공격에 발목을 끌며 가까스로 걸을 때는 물론이고, 얕은 지식 따윈 우습다며 바람 모아 쏠 차례에서 발목을 살짝 꺾어 선 자세의 맵시는 정말..
Finale, 차가운 암흑 속에 저주받은 내 인생. 바닥으로 칼을 내리꽂고 남은 한 손도 바닥으로 쿵 무너져내리는 순간을 좋아하는데, 남은 손이 바닥에 닿는 확률은 반반이다. 오늘은 아닌 날이었다. 대신 허공을 비틀대며 짚던 손이 균형을 찾아 칼자루를 덥석 더듬어 쥐었다. 저주의 400년을 있게 한 그 칼을 두 손으로 붙든 채 꾸역꾸역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아주 느리게 흘렀다. 저주도 구원도 그의 손안에 있었다. 아주 묘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