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아준수, 오늘의 드라큘라. 미나를 너무너무 사랑하여서, 너무너무 안쓰러웠고, 그래서 너무너무 비극적이었다.
트레인 시퀀스. 미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흠칫 고개를 틀어 그녀를 찾더니, 글쎄 앞으로 팔을 뻗는 게 아닌가. 음성이 마치 그녀인 양 애틋하게.
마지막, 최후에도 그랬다. 칼을 찌른 직후 울면서 멀어지는 그녀를 향하여서도. 빨갛게 물든 손이 힘없이 그녀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더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손이 닿지 못한 채로 접혔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감긴 눈과 함께.
‘사랑만을 위해’ 살아왔다 했지. 그 말 그대로인 공연이었다.
*
주 마지막 공연임을 일깨워주는 파워의 음향이었다. 솔리터리 맨부터. 음향이 제 몫을 하니 노래는 자연히 탄력을 얻어 만개했다. 그중의 으뜸으로는 역시 fresh blood와 life after life.
프레시 블러드의 파워란. 영원한 삶은 듣는 나도 영생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한편으로는 영생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따라나서게 만드는 마력을 품고 있었다.
기차역에서는 또 새로운 애드립을 들려주었다. “예전엔 먹혔었는데..”
백작님 요즘 매일매일 재치가 흘러넘치신다. 백작님과 대화하는 미나도 꽤 즐거워 보여서 뭉클. 이대로 도란도란 행복할 수 있었더라면..
평화로운 한때도 잠시, 곧이어서는 눈물의 At Last. 유난히도 물기 어린 목소리였다. 한껏 물 머금어 여린 음성이건만, 그마저도 왜 자꾸 잦아들어 가는지. 그녀 앞에서 움츠러드는 그의 어깨가 가여웠다.
동그랗게 말린 등이 안타까워 시선을 뗄 수 없었는데,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소 산만하기 마련인 주말의 객석마저도 숨죽여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느꼈다.
Loving You Keeps Me Alive, 노래가 섬세했다. 촉촉했고, 고요하기도 했다. 특히 ‘그댄 나만의 숨결, 아물지 않는 내 상처, 지난 시간조차도 지울 수 없던 사람.’ 속삭이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조심스럽게 그녀를 두드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그 태도에서 오늘의 그가 얼마나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애원하고 있는지 느껴졌는데, 그래서였을까. 외면하려고만 하는 그녀의 등 앞에서 평소와는 달리 저린 심장을 양손으로 움켜쥐는 그가 있었다. 한 손으로는 차마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하지만 두 손으로 부여잡고도 결국엔 고개를 푹 숙이며 울었다. 입술을 네모지게 구겨가며, 펑펑.
Mina’s Seduction, 오늘 오랜만에 망원경을 들어서 굉장히 새롭게 보았던 장면 하나. 그녀를 위해 가슴을 긋는 그의 눈. 그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흡혈에 대하여, 흡혈 이후에 대하여, 흡혈 이후의 ‘우리’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담고, 깜빡임도 없이 진지한 눈이었다. 굉장한 빛을 품고 강렬하게 쏟아지는 시선이 오롯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The Longer I Live. 관 바닥의 문이 열려있었다. 관 뒤로 돌아 나온 그가 평소처럼 관에 지그시 손을 댔는데, 힘을 주어 미는 것이 아닌가? 또 관은 밀리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관 바닥 문이 열려있던 것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
줄리아의 죽음. 반헬싱의 힐난에 퍼뜩 발끈한 듯이 ‘나는!’ 그녀에게 영원한 삶을 주려고 했을 뿐이야. 버럭하는 ‘나는’을 29일부터 들려주었는데, 오늘 더더욱 분명해졌다.
Finale. ‘나의 절망 속에 널 가둘 수 없어. / 피와 고통의 세계!를 떠나 줘요.’
‘절망 속에’에서부터 시작된 절규가 이제는 다음 문장으로까지 전이되었다. 역시 삼연의 피날레는 아직 고조 중인 듯하다. 그날그날의 감정에 맞춘 피치를 택하여 피날레를 수놓으면서, 그가 계속 어떤 지점을 찾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완성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해요 제발. ‘내게’ 밤을 허락해요. / ‘내게’의 삽입, 스스로를 가리키는 가사가 들어가자 훨씬 강조하는 느낌이 되었다. 뒤이어지는 문장은 두 음절씩 쪼개어지며 파도처럼 출렁였다. 불안하고 절박하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처럼.
덧. Loving You Keeps Me Alive (Reprise) 에서 아이컨택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