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6월 2일의 시아준수
근데 여러분들 보고 싶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근데.. 공연.. 지금까지 계속 매일 했는데 보고 싶었다니 참..
어..
“그건 제가 아니었나요?”
“아니에요, 그 모습도 드라큘라를 연기하고 있는 저일 뿐입니다.”
라고 시아준수가 말했다.
보고 싶다는 말이 쏟아지는 댓글창에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연신 갸웃하며, 그가 조심스럽게 웃었다. 웃으면서도 동그랗게 뜬 눈 가득 의문부호를 심은 얼굴이 정말로 영문을 몰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4개월째 주 4회의 공연을 하고 있으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시아준수의 입장에서는 아리송할 법도 했다.
엄밀하게 본다면 그의 의문은 옳다. 그는 매일 공연을 하고 있고,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시아준수다. 그러니까 드라큘라가 상연 중인 지금은 매일매일 시아준수와의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귀한 나날들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정말로 억울해 보이는 시아준수에게 내가 져주기로 했다.
알았어요, 오빠.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면서 ‘드라큘라를 연기하고 있는 시아준수’를 보는 거라고 생각할게요.
하지만 자연스레 반문하게 되는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되겠어요?
그러려면 오빠가 좀 적당히 드라큘라였어야지요.
하고.
그렇지 않나. 공연을 오래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변질되거나 변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모니터링한다는 시아준수의 드라큘라다.
오늘의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사람들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시아준수의 드라큘라 그 어디에도 시아준수는 없다는 건 일종의 명제 같은 것이다.
사실은 물음표투성이인 그의 얼굴을 향해 내가 묻고 싶었다.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제 이름 석 자는 열정천재 (feat. 최파타) 의 불꽃으로 까맣게 지워버리고 오로지 캐릭터로만 존재하는 자기 자신을, 정녕 시아준수 본인은 모른다는 걸까?
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아준수에게는 어려운 구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매 순간 온 힘을 쏟아 자기 자신으로 살아온 시아준수에게는 말이다.
최선을 다해 ‘드라큘라’인 것과 전심을 다해 ‘자기 자신’인 것의 차이를 모르는 것, 아니 아예 차이를 두지 않는 것.
그저 오로지 최선인 데에만 진심인 사람.
이런 사람이기에 그가 창조한 캐릭터는 영생을 살고, 그의 무대를 만난 관객은 그를 잊을 수 없으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아준수를 만나러 갔다가 드라큘라만을 보고 오더라도 그게 그렇게나 행복한 것이겠지.
그러니 이 행복을 주는 당사자가 져달라 하면, 져주는 수밖에.
비록 여전히 뮤지컬 드라큘라 안 그 어디에도 시아준수가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그의 관객이지만, 음 이건 시아준수만 모르는 관객들끼리의 비밀로 두면 되지 않을까?
주인님으로만 영접 ㅠㅠ 시아준수로서 앨범도 얼른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