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의 수요일.
〈빈에 남겠어〉에서 〈내 운명 피하고 싶어〉로 이어지는 찰나의 웃음에서
“아니, 난 자유다.”
엄포 후의 선명한 웃음. 눈과 입술을 찡그리며 구겨 넣은 웃음은 처음에는 분명 가벼웠다. 산뜻하고 기꺼운 웃음이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웃음을 그렸던 입꼬리가 점차 일그러지며 무겁게 가라앉았기에.
그 표정 변화가 어느 날보다 본격적이었다.
자유를 찾아 환희한 직후에 까맣게 내려앉는 그의 내면이 투명하게 비추어질 만큼.
모든 속박을 마침내 떨쳐냈다 여겼는데, 자유를 얻고 보니 비로소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걸어온 천재라는 운명의 길 외에는,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함을.
아버지가 정해준 세상 밖의 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음을.
그래서 캄캄하고 그래서 치솟는 두려움을 그는 솔직하게 마주하기로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난 알고 싶어.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고 아직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보기 좋게 포장한 껍데기를 벗겨낸 자리에 무엇이 있을지 부딪혀 보기로.
세상이 입혀준 천재라는 외피 이외의 운명을 찾아,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로.
그리하면 이 여정의 끝에서 모든 속박의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자유’에 닿을 수 있으리라.
7월 4일의 토요일.
〈빈에 남겠어〉에서 〈내 운명 피하고 싶어〉로 이어지는 찰나의 웃음에서
흐-하-하-하.
톤이 높아 귀를 긁는 웃음소리. 분명 햇살 아래의 웃음이었다. 그러나 기구하게도 자유를 외치고 나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발목을 잡아채듯 코앞까지 다가온 그림자를 발견한 얼굴이 웃음의 흔적을 모두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일그러져 있기까지. 자유를 만끽할 시간조차 불충분한 그가 안타까웠다.
7월 12일의 일요일.
자유 선언 후의 표정 변화, 이제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그간의 그가 자유에 도달한 직후 자유 너머로 펼쳐지는 광대한 세계 앞에서 말을 잃었다면, 오늘은 덤덤했다. 올 것이 왔음을 이미 각오한 눈이 굳건했다. ‘자유’라는 이름의 책임감 또한 내가 감당할 몫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허망해하지도, 허탈해하지도 않았고 일말의 두려움마저도 크지 않았다.
그저 내 운명 안으로 묵묵하게 걸어 들어갈 뿐이었다.
이 단단함이 오늘만의 심지일지, 앞으로도 이어질 변화의 시작일지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
7월 16일의 목요일.
12일에 시작된 내 운명으로의 표정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 자유를 선포한 후 아마데를 발견하는 순간, 동요하기보다는 각오하는 얼굴의 그다. 동요를 표면화하며 수렁에 빠진 듯한 아찔한 절망감을 표현해낼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다음 순서의 난관을 빠르게 인정하고, 감내하며, 각오한다.
모든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유로의 싸움을 마침내 시작할 수 있어 비장하게 기쁜 얼굴이기도 한 나날들.
이 정도면 내 운명으로의 시즌 2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