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후부터 홈에 게시하는 자료들의 면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홈의 모든 글과 자료들은 전부 ‘내가 다시 보기 위해’ 시작하게 된 것들이다. 시아준수의 활동은 나라를 넘나들 정도로 넓고, 장르를 오갈 만큼 방대하기에 그 하나하나를 내가 다시 찾아보기 쉽도록 내식대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분류도 짜임도 모두 나의 필요와 선호에 기반한다. 내가 편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두는 과정에서 그 결과물을 타인과 나눌 수 있게 되면 더불어 좋은 일일 뿐 애초에 공유가 목적이었던 건 아니다.
음, 하지만 기왕에 비슷한 노력을 들인다면 보탬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하는 건 아닐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우물 안의 세계, 내 눈 안의 사랑을 깨고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차피 정리하는 작업을 거치고, 어차피 게시하는 노력이 동일하다면 조금이나마 더 유의미한 결과로 재생산될 수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리되도록 이제는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아니, 진작에 달리했어야 하는 걸까.
대략 이런 고민을 약 4개월 동안 심사숙고한 끝의 결론은 달라질 필요도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요해진 변화이기도 하고, 버드맨이 남긴 벼락같은 깨달음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유용 계정을 만들었다. 텍스트를 비롯해 검색에 노출되면 좋겠다 싶은 자료들을 직접 공유해보기로 했다. 검색결과에 노출되는 경우의 수를 틈틈이 실험해보며 마음을 굳혔다. 애초에 검색에 최적화된 네이버 블로그 등의 툴에서 새로 시작해볼까도 싶었으나, 그쪽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유계는 변화의 시도이면서 나름의 타협점이기도 하다.
사실 사진 이외의 것ㅡ특히나 텍스트를 내 손으로 홈 바깥에 공유한다는 사실이 아직은 못내 면구스럽기는 하지만. 익숙해져 보기로 했다. 바깥의 온갖 입들이 그에 대해 한 마디씩 보태는 세상에, 시아준수를 사랑한다고 떠들지 못할 이유는 뭔가. 시아준수를 사랑한다는 어떠한 흔적을 세상에 내보이는 일에 용기를 가져보기로 했다.
어쨌든 좋은 것은 쌓일수록 좋고,
결국 사랑이란 것은 때로는 시끄러울수록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지난겨울의 버드맨이 알려주었으니까.
이 글은 미래의 나에게 쓰는 글. 다짐이 약해질 것 같을 때는 이 글을 보고 용기를 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