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가지로 다 말할 수 있다. 하나, 드라큘라를 너무나 사랑하는 시아준수와 둘, 팬을 너무나 아끼는 시아준수.
막공의 앳 라스트. “운명을 피해 방황한 끝에.. 내 앞에 그대..”까지 먹먹하게 잠긴 노래를 이어가던 그가 뜸을 들이며 문장을 맺지 않던 그 때에.
러빙유의 1절, 본디라면 미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을 그가 차오르는 감정을 다스리느라 시선을 떨구었던 찰나에.
이미 잘 알고 있다 여긴 사실 앞에서 새삼 벼락 치는 깨달음을 얻으며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오빠 당신. 이렇게나 드라큘라를 사랑하는구나.
기억은 곧바로 엘리자벳 초연 막공의 베일을 이끌어왔다. 그때에는 이유가 많았다. 당시만 해도 그가 엘리자벳만큼 오랜 기간 참여한 작품도 처음이었고, 죽음이라는 역할이 그에게 남긴 것도 많았다. 그도, 나도 어렸고 많은 것들이 아름다운 시작선에 있는 시기였다. 그러니 초연 베일의 눈물에는 여러 이유를 어렵지 않게 꼽아볼 수 있다.
그러나 드라큘라 사연 막공은 그때와는 다르다. 벌써 네 차례나 올린 극, 그러니 이별도 이번으로 네 번째. 처음의 특별함을 간직한 초연의 드라큘라와도 다르고, 상연 기간이나 횟수로 봐도 3연에는 이르지 못하는 4연이건만.
아직도, 여전히, 드라큘라를 보내기 아쉬워 노래를 선뜻 맺지 못하는 시아준수가 무대 위에 있었다. 드라큘라의 얼굴을 하고서는 러빙유의 소절 하나하나 떠나보내기가 애달파 눈물에 잠겨가던 시아준수를 보았다. 그저 사랑, 사랑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얼굴을 한 그가 있었다.
훠이훠이 또한 같다.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마자 코트조차 벗지 않고 걸어 나오던 시아준수. 시국 상 무대인사조차 생략되어버린 막공이기에,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을 오래 붙잡아두지 않을 요량으로 그 어느 훠이훠이보다도 일찍 등장한 시아준수. 객석에서 그를 기다리며 손뼉 칠 시간조차도 주지 않았던 시아준수.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천천히 무대를 가로지르며 구석구석 인사해주던 시아준수. 16일 뒤에 보자며 이별의 눈물보다도 재회의 기약을 남겨준 시아준수. 이 모든 것들을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맑게 웃는 얼굴로 꽉 채워 안겨준 시아준수.
시아준수, 시아준수, 시아준수.
막공의 눈물도, 훠이훠이도 결국에는 단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었다.
오직 사랑, 그뿐.
네 번째로 맞이하는 김준수 드라큘라와의 이별에는 그 하나밖에는 없었다.
사실 드라큘라를 보내는 게 서글프도록 아쉬웠는데. 막공 러빙유에서 꾸역꾸역 눈물을 눌러가며 노래하는 오빠를 보는 순간, 오빠의 그 거대한 마음이 보이는 순간에 왈칵하면서도 진한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