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8개월 동안 이어진 21-22 엑스칼리버의 최종의 최종 막공. 긴 긴 여정의 종착점이 되는 날.
마지막으로는 어떤 자연이 간택될지, 혹 시아와 준수를 다시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시아준수의 선택은 “하나야, 별아~” 듣자마자 울컥했던 건 왜일까. 아더와 이별하는 날에 김준수와의 예정된 재회를 그의 목소리로 예고 받는 느낌이라 그랬을까? 전역 이후로 처음으로 대면하는 앨범(콘서트)를 그 역시도 몹시 고대하고 있노라고, 상냥하게 귀띔해주는 것 같아서? 뭐가 되었든 마음을 왈랑왈랑하게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작이었다.
〈찬란한 햇살〉에서 귀여웠던 건 갈라하드에게 질색하던 얼굴. 시아준수 온 얼굴을 다 써서 표정을 만들 때 정말정말 귀엽게 귀여운 거 알죠. 케이와 쌍으로 아더를 골탕 먹여놓고는 화해의 몸짓으로 가볍게 툭 건드는 갈라하드에게서 질색팔색 제 팔 빼내는 찰나가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어요.
세종과 시아준수가 만났을 때 가장 체감하는 건 소위 그의 ‘비거리.’ 오늘은 사이드 구역이라 더욱 절절하게 체감했다. 〈내 앞에 펼쳐진 이 길〉 시작 전에 망연하여 무대 계단에 털썩 걸터앉아있다가, 결심을 시작하며 돌출로 두 걸음 만에 뛰어나오는 날랜 몸짓을. 단번에 뛰어넘는 거리가 크고도 넓어서 돌출을 향하여 꼭 날아드는 것만 같았다. 시아준수, 역시 여러모로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사람.
〈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에선 오늘따라 한쪽 무릎까지 깊이 꿇어가며 날아온 낚시통을 받아낸 아더. 스스로가 뿌듯한 얼굴로 대번에 아버지를 돌아보는데, 이종문 엑터는 홍경수 엑터와는 달리 항상 이 대목에서 아더의 시선을 받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래서 칭찬을 바라는 아더의 시선이 무색해지는 일련의 상황이 몹시 귀엽다. 이 부자는 마지막까지도 그랬네요.
애드립 구간에서는 손준호 멀린이 준비해온 비장의 애드립이 터졌다. 그간 참아둔 것을 터트리는 듯이 이 악물고, “이 정도면 탑티어지.” 성큼성큼 다가오(려다 가로막히)는 손준호 멀린을 보고 황망해 하던 시아준수의 뒤통수. 잠시간 말이 없던 뒤통수에서도 표정이 보였다. 아더, 어안이 벙벙했죠? 말 잃은 머리통이 또 그렇게 귀여웠다.
성당 공터에서는 오늘도 아웅다웅 사이좋은 아더와 랜슬럿 형제. 그런데 아더, 나무 뒤에 바짝 붙어서서 몸을 숨기고 있는 거잖아요? 들키지 않기 위해 그토록 노력하고 있으면서, 와중에 한 손 올려 배시시 인사 건네는 귀여움에 죽었다. 기네비어는 그를 못 봐도 아더는 너무 반가운 거지. 휴. 누구네 아더인지 귀엽다 정말.
〈오래전 먼 곳에서〉는 오늘, 앙코르의 첫 A구역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블루스퀘어에서는 일부러 사이드로 찾아가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두 눈을 정면에 가깝게 마음에 담아 행복했다. 반짝반짝 쏟아지는 따뜻한 눈빛, 밀빛 금발에 황금관을 쓰고, 다사로운 노란빛 조명 아래에서 누구보다 예쁘게 빛나는 사람..♡ 얼굴로 왕이 된 사람..♡
그 아름다운 얼굴로 다감한 눈을 하고 기네비어의 뺨을(정확히는 뺨으로 흐른 눈물 한줄기를) 한번 쓸어주는데.. 넘쳐흐르는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좋았다. 아름다웠다.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의 음향 밸런스는 8개월 중 손꼽을 정도로 좋았다. 특히 마지막 절정 부분. 아더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순간 그 위에서 뜀뛰듯 솟구치는 시아준수의 열창. 소리가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 생생한 와중에 앗. 찰랑찰랑한 앞머리를 분노 가득 실어 그렇게 쓸어넘기시면.. 머리끝까지 불길을 지피는 듯한 손짓이 극적으로 아름다웠고, 마지막답도록 절정이었다.
〈혼자서 가〉 랜슬럿의 힘에 밀쳐지다 원탁 짚어 가까스로 균형을 지켜낸 아더, 심기일전하며 자세를 새로 잡을 때 왼쪽 발끝으로 한 번 몸을 통 튕기는 게 얼마나 가벼워 보이던지. 무게감 없이 일순간 통! 하는 느낌에 두 눈이 번쩍.
장면을 넘겨, 멀린인 아더. 굉장히 복합적인 표정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결심한 이의 초연함이 있으면서도 꽤 많이 슬퍼 보였고, ‘이런 끝’을 맞이하게 된 것에 대한 회한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승리감에 도취한 모르가나 너머 여러 감정이 겹겹이 쌓인 얼굴의 그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명과 암을 한 번에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둘이 한데 겹쳐지며 사위가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는 마지막의 A에서 가장 쓸쓸했던 전후의 평원.
“괜찮을 거야.”
아더의 울먹임에 랜슬럿이 가볍게 웃었다. 힘겨워 기침처럼 샌 웃음 끝에서 랜슬럿의 시선이 복부의 손에 닿았다.
“이번엔 아닌 것 같아.”
형의 시선을 아더도 따라갔다. 랜슬럿의 손이 얹어진 복부, 아마 그의 상처를 보았겠지. 동생의 두 눈이 흐려지며 형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얹었다. 죽어가는 아버지 등의 꿰뚫린 상처를 막아쥐고 울었던 그 언젠가와 꼭 같이.
죽음을 예감한 형제는, 그렇게 이마를 맞대고 눈물의 이별을 나누었다.
“형, 혀엉…”
평원의 런웨이 끝에서 아더가 마지막으로 형을 불렀다. 떠나가는 그 누구도 제 곁에 붙잡아두지 못했지만, 소용없을 것을 알면서도, 어김없이. A에서는 그런 아더의 어깨너머로 랜슬럿을 본다. 아더가 바라보는 것과 흡사한 각도. 울음 묻은 어깨너머로 환한 빛이 드리우고, 그를 향해 웃어주던 랜슬럿이 천천히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더의 등 뒤에서 아더로부터 멀어져가는 랜슬럿을 보는 기분이 묘했다. 아더도 같은 것을 보고 있겠지. 자신만을 두고 영원의 안식 속으로 사라지는 친우를.
랜슬럿을 전부 삼킨 눈부시게 쨍한 빛이 아더에게는 닿지 않는 것까지도 무척 쓸쓸한 이별이었다.
*
8개월 동안 극 하나를 견인하며 수고 많았던 우리 샤아더, 이제는 정말 안녕. 아더와의 이별은 곧 배우 김준수와의 잠시만 안녕. 오랜 시간 있는 그대로의 최선을 다 보여준 배우 김준수를 잠시 보내고, 곧장 새로이 만날 준비를 한다. 이별의 섭섭함을 금세 밀쳐둘 만큼 바쁘고도 기쁘게.
돌아오는 가수 김준수를 만날 준비를.
그리고 무대인사 하는 내내 시아준수 얼굴 정말 짱짱이었음을. 소감 말하는 배우들 바라보는 눈빛, 얼굴, 내 눈을 그대로 녹화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