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샤토니 세 번째 공연
매 공연의 후기는 큰 이변이 없는 이상 그 다음 공연 가는 길에 업로드될 것 같아요. 오늘의 토니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 설레는 마음의 부록 삼아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할 거예요.
1. 삼대칠은 유지하면서 차분해진 앞머리. 포슬포슬까지는 아니지만 일요일에 정비해온 토니스러운 느낌은 물씬 간직한, 여전히 예쁜 오늘의 얼굴.
2. 참 이렇게 예쁘고 보송한 얼굴로 믿기지 않는 말을 하더라니까요.
“나 또 사고 쳐서, 인생 꼬이기 싫어.”
세 번째 공연인 오늘 처음 추가된 이 대사로, 직전의 토니가 모종의 사고를 쳤음을 극 중에서 유추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반문하게 되었죠. 저 예쁜 얼굴로 무슨 사고를 쳤단 말이에요. 당신 얼굴이 사고라면 그건 인정합니다..
* 극에서 추가된 대사가 아니라 샤토니의 선택이었다는 속보를 전해 들었어요. 다른 토니는 하지 않았다고 해요. 정말이라면, 샤토니만의 디테일인 거라면… 또 너무나 감동인 거예요. 늘 캐릭터의 초기 설정부터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고심하고 그 부분에의 고려를 아끼지 않는 시아준수가 또 이렇게 문장 하나로 인과를 만들어 온 결과물인 거니까요!
** 그리고 이 글을 게시하는 시점에서 또 다른 토니는 같은 대사를 했다고 해요. 어쨌거나 토니의 인과가 탄탄해진 게 중요하죠.
3. 토니의 말투요. 가볍게 날아가는 저 말투, 나풀나풀 왜 이렇게 산뜻하지요.
“가서 제트 애들이랑 놀아아.”
나긋한 듯 대수로울 건 없다는 듯 문장 자체가 가벼이 흘러가는 말투에 귀가 녹아요.
“겁이 나야 되나”
이따금 어절을 늘린 지점에 높낮이를 달리하는 물결까지 심으면… 어쩜 이렇게 사람을 두 주먹 꽉 쥐게 만드는지요…
4. 귀여운 순간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일요일에 가게 정리하면서는 탁자의 바퀴 하나를 박살 내더니(닥 아저씨가 냉큼 주워 원래 그런 척 수건으로 닦아주신 덕에 느닷없는 기물 파손이 매우 자연스러운 디테일이 되었답니다) 오늘은 탁자 들고 창고로 진입하다 쾅. ㅎㅎ 저가 박고는 놀라서 우씨 하던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요. ㅎㅎ 우리 좌충우돌 배달부 케어하는 닥 아저씨도 참 고생이 많으세요.
일요일에 애먹었던 게 하나 더 있죠. 혼자서 가방 지퍼도 못 닫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해 준, 가방 지퍼요. 오늘은 아예 일요일에 닫는데 성공했던 쪽으로 먼저 손이 가지 뭐예요. ㅎㅎㅎㅎ
여기서 항상 마음이 급한지(이해는 가요. 마리아가 기다릴 테니까) 지퍼 찾는 손가락이 꼭 한 번씩은 허공에서 헛손질하는데, 그조차도…귀여운 거죠.
5. 닥 아저씨의 염려 어린 “네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에 고민도 없었던 칼답, “네”가 첫공에서는 언뜻 도리안 같았는데요. 일요일에 그새 천진한 자신감의 토니가 되었고 오늘은 완연한 토니 그 자체였어요. 웃음기까지 살짝 깃들어서 발 구르는 듯한 음성이 정말 너무나도 달나라 여행을 하고 온 토니였거든요.
6. 잔망잔망 마네킹 역할 놀이. 매일 매일 똑같은 것에 질색하는 우리 샤토니를 위한 애드립 구간! 아니나 다를까, 매 공연 조금씩 달라져서 와요.
“붕! 떠 있는 기분이에요!”
부웅! 에 맞추어 온몸을 다한 쩜프를 깃들인 게 시작이에요.
“음- 예쁘네.”
“지금 당장 데려가렴~”
어머니 톤을 따라 하는 잔망 스킬이 나날이 늘어요.
특히 두 번째 대사는 엄마롤의 마네킹에서 살짝 떨어져서 어깨 딱 펴고, 손으로 턱 딱 쥐고, 자세 아주 각 잡아서 척. 이 귀중한 애드립 구간이 공연을 거듭하며 어디까지 날아갈지 기대가 됩니다.
싸움에 질색하는 마리아를 위해 엄지로 자신을 척 가리키며 “그럼, 내가 가서 막을게” 하던 디테일도 오늘 새로 보는 것 같았는데, 믿음직한 엄지가 참으로 잘생겼어요.
7. Tonight (Quintet and Chorus)
시아준수, 제 귀에 오빠 목소리만 확성기로 달아준 건가요..? 어떻게 이렇게 귀를 통과해 심장으로 목소리가 직격해오게 탄탄하죠..? 요동치는 탁류 속에서 딱 버티고 선 태풍의 눈 같았어요.
8. The Rumble
이 무슨 소동일까요. 모든 것이 엉망진창. 그러나 누구도 탓할 수 없어서 그저 마음 아프기만 한 밤.
첫공 때는 황급히 자리를 떴던 토니가 경찰차 소리에도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마리아 부르며 그대로 무너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더 사고 치기 싫다더니.. 경찰차가 도착하면 인생이 이제 어떤 식으로 꼬이게 될지 눈앞이 캄캄한 와중인데… 토니, 토니, 가야 해. 어느새 저는 제트가 되어 토니의 소매를 붙잡고 외치고 있었어요.
9. 마지막으로는 이번 시즌의 오블을 처음 만난 감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요. 새로운 각도에서 가슴 벅찼던 순간들이 참 많아요. 중앙에서는 옆얼굴이어서 비켜 보였던 얼굴이 정면으로 오니, 역시 너무나 황홀하더라고요.
Maria 이야기부터 할게요.
이 극에서 프레시블러드와 견줄 수 있는 가로횡단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왼쪽 끝에서 등장한 토니가 무대를 오른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기나긴 동선을 오블에서 너무나 황홀하게 경험해요. 마리아를 향한 사랑이 다가오는 걸음에서 점차로 피어나요. 그 목소리도, 그 얼굴도 걸음걸음에서 꽃이 피어요.
걸음걸음에 꽃 피는 이 얼굴의 이야기에 반드시 시간을 할애해야 해요. 어떻게 이렇게 예쁜 얼굴이란 말이에요. 우리 리안이, 예쁜 얼굴의 타이틀을 토니에게 물려줘야 하는 건 아닌지. 그만큼 토니의 얼굴이 예뻐요. 사랑에 물든 황홀함이 예쁜 그 눈에 가득해요. 그 눈을 하고 왼쪽 끝에서부터 오른쪽 끝으로 다가와요! maria의 가로횡단을 맞닥트리는 순간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의 전원은 강제로 꺼진 것만 같았어요. 다른 감각까지 제대로 기능했다면 과부하로 관람에 지장이 생겨버렸을걸요. 한도를 초과하는 사랑스러움 앞에서 나약한 인간은 어쩔 수가 없어요. 얼굴이 너무 예쁘다고요. 얼굴이 노래를.. 이긴단 말이에요.
역시 오블의 Tonight. 벽 타고 오르는 모습을 그림 같은 각도에서 만났어요. 정면을 언뜻 비추는 옆얼굴의 각도라, 이대로 스크린에 담으면 더할 나위 없는 미장센이 되겠다 싶었던.
아니 그런데, 다 내려갔던 벽을 우당탕 다시 올라갈 때 토니.. 몸이 거의 공중에 있던데요? 계단에서 붕 떠 있어. 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서 놀랬다가,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싶어서 웃어 버렸지요.
이어서 환상적이었던 조명의 순간, 너무나 아쉬운 잠시만 안녕을 나눌 적에.
“떼아도로 안톤.”
절반쯤은 그림자 져 있던 토니의 얼굴에 빛이 들고,
환한 금빛 조명 속에서 애틋하게 웃는 얼굴이 답해요.
“떼아도로 마리아.”
사랑의 섬광이 드리운 얼굴은 그 어떤 감동보다도 거대한 울림을 주었어요. 이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주기적으로 오블 나들이를 해야겠다 다짐했지요.
이토록 예쁜 사랑의 얼굴, 싱그러운 말씨, 의리있는 친구이자 리더.
우리 토니는요. 완벽해요.
샤토니 기준 3회 공연하는 커튼콜이 3번째로 바뀌었어요. 이제 노래하는 토니를 만날 수 있답니다. 투나잇 리프라이즈의 감격을 커튼콜에서도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