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오늘은 마리아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시아준수의 Maria요.
‘저기’라고밖에 부를 수 없었던 상대의 이름이 ‘마리아’라는 걸 알았을 때의 환희에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마리아의 이름을 연호하며 사랑의 밀도를 높여가요. 마리아의 이름을 계층 삼아 노래가 흘러요. 한 계단씩, 노래가 비탈을 오르면 사랑이 함께 팽창해요.
마리아에 사랑 하나, 마리아에 또 사랑 하나.
한량없이 흐르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듣고 또 듣다가, 상념 같은 깨달음 속으로 내던져졌어요.
무수히 많은 문학에서 어째서 그토록 많은 의미를 이름에 부여하고, 또 이름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였는지.
왜 김춘수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시로 이름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였는지.
왜 나보코프는 입천장을 따라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건드리는 혀끝의 이름에 각별한 의미를 두며 예찬하였는지.
마리아가 행렬하는 소리에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 이름을 안다는 것은 이토록 낭만적인 일이구나... 하고요.
낭만은 노래를 전달하는 시아준수의 목소리에도 있어요. Maria라는 이름에 사랑이 쌓여갈수록 소리도 색을 입어가거든요.
도입부에서는 음의 고저가 크지 않은 무채색을 고수하다가,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거듭할수록 한올 한올 색이 깃들기 시작하는 목소리가 더할 수 없이 드라마틱해요. 흑백이었던 세상이 소리와 함께 오색을 찾아요. 목소리에서 세상이 잉태되는 것만 같아요. 이쯤되면 Maria를 부르기 위해 이 목소리가 태초부터 예정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노래를 위하여 이토록 적합한 소리가 또 있을까 싶어져요.
천연의 색을 머금고 흐르는 노래가 ‘끝없이 널 불러 마리아-’에 이르면요. 토니의 뒤편으로 무대의 배경이 별빛이 되어 우수수 낙하하고, 토니가 마리아를 향하여 공간 이동하는 듯한 연출이 주는 부유감을 만끽할 수 있어요.
삽시간에 달나라에 도달한 듯한 기분 속에서 오채 찬란한 소리가 계속 불러요.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별빛이 발끝에 채치고, 목소리를 날개구름 삼아 달의 표면을 거닐게 해요.
결국 시아준수의 Maria는 시각과 청각을 모두 동원한 예찬이에요.
그러하니 아름다울 수밖에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특별한 여행의 경험은 그와 비슷한 특별한 순간을 꺼내 왔어요. 그러니까, 팜트리아일랜드로 새 출발을 선언한 이후 팬들에게 이름을 선물한 오빠를요.
공식 팬덤명이 없었던 시간이 셈하면 십여 년에 이르러요. 그래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때그때 오빠가 지어주는 별칭들을 이름 삼아 지내는 현재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덩어리, 당신네들, 미연이. 무엇이든 오빠에게서 나온 임시의 별칭들을 사랑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생기면 뭐가 크게 달라질까? 어떤 것들이 달라질까? 못내 궁금했는데..
이름이 생기고 모든 게 송두리째 변했어요.
오빠가 코코넛 여러분이라 팬들을 불러주었을 때, 다른 누구 아닌 오빠의 사람이 되었다는 소속감을 선물 받았어요.
혀끝이 입안을 마찰 없이 유영하다 세 걸음째에 입천장을 가볍게 건드리는 이름의 동글동글한 만듦새에, 십여 년만의 이름과 함께 ‘의미’를 선물한 오빠의 애정을 똑똑히 느껴요.
아, 오빠와 연결되어 있는 이름이란 이토록 가슴 벅찬 것이구나.
오빠가 준 이름을 되새길수록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담뿍하게 녹아내리곤 해요.
결국 Maria라는 사랑의 행진 속에는 사랑을 깨우쳐가는 토니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얼굴이 있고,
팬들에게 의미를 선물한 오빠가 있어요.
그러니 사랑할 수밖에요.
부르면 노래가 되고 속삭이면 기도가 되는 이름. 우리 모두에게 그 이름을 선사한 시아준수의 Maria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