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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성균관 스캔들 OST 감독의 녹음 후기 - 아이돌 스타를 만나다

일자 2011-01-08
분류 후기
일정 성균관 스캔들 OST 감독의 녹음 후기 - 아이돌 스타를 만나다
  • 정보
  • 2011-01-08
  • 후기
  • 2011 0108.jpg


    아이돌 스타를 만나다

     

    난 아이돌 문화에 대해 제법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좀 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이돌로 편중된 한국의 음악 시장을 꽤나 경멸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아이돌의 음악을 쓴다는 건 상상을 해 본적도 없다. 그런 내가 2010년 가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OST 를 위해 영웅재중과 시아준수를 만나 그들과 작업을 하고 함께 녹음을 하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고 그날은 10년 남짓 그럭저럭 음악하며 살아오던 내게는 매우 인상적인 날이 되고 말았다. 그 동안 내가 너무 고정관념속에 빠져 있었던 탓일까? 나는 진정 우물안의 개구리였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친구들은 너무 훌륭하게 주어진 시간안에서 보여줄수 있는 최대치의 감정을 끌어냈다. 그들의 호흡은 어떤 가수보다도 더 길었고 표현력은 탁월했다. 가수에게 있어서 호흡이 길다는 것은 그저 잠수를 오래하기 위해 들숨과 날숨의 사이를 길게 가져가는 그 호흡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문장의 마지막줄이나 애드립의 끝 부분 등의 쉽게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지점들 즉, 소리의 끝자락을 얼마나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놓을줄 아는지에 대한 테크닉을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그저 자신의 목청을 사용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 것은 노력과 경험에 의해서만 완성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가수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난해하고 해결하기 힘든 숙명이기도 하다. 그들과의 녹음을 마치고 이제 나는 급기야 포화된 아이돌 위주의 기형적 시장구조가 이렇게 완벽한 아이돌을 만들었다며 사람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말하고 다니기에 이르렀다. 이제까지 내가 반 아이돌 주의자였다면 한번의 녹음으로 인하여 친 아이돌 주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녹음후 내 트위터를 통해  언급했던 짧은 멘션은 그들만의 갤러리에 수천건의 게시물로 캡처되어 떠돌다가 심지어 다음 날에는 여러차례 신문기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그들 팬들의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수많은 여느 발라드 가수들의 팬과는 확실히 다른 구석이 많다. 팬들을 이렇게 운집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이라는 장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석하자면 아이돌이 아닌 다른 장르 뮤지션들도 자신의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치가 확실히 필요하다.

     

    녹음을 하러 온 영웅재중군은 자신이 작업한 곡들이라며 몇몇 곡의 음악을 내게 들려주었다. 웬만한 가수들에게선 들어볼 수 없는 댐핑과 그 신선함은 마치 한 명의 새로운 편곡자의 작품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할 만큼, 완벽한 일렉트로니카 그 이상이었다. "이건 연습하면서 만들어  본 거라서 발표하기 쑥스러워요." 작곡은 어렵고 편곡은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의 눈동자가 훤칠한 그의 외모보다 빛나보였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만의 철학을 지니기 시작한 아티스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가 부른 '너에겐 이별 나에겐 기다림'이라는 곡은 가수 김경호씨를 위해서 만들어뒀던 곡이었고 시아준수가 부른 'Too Love'라는 곡은 노래를 잘하는 그저 그런 외모의 신인가수를 위해서 만들어둔 곡이다. 곡을 불러달라 의뢰했을 때 거절당한 곡을 나는 '미안 당한 노래'라고 말한다. 가수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내곡을 거절할때 늘 "너무 좋은데 미안하지만..."이라고 입을 떼기 때문이다. 다른 가수에게 그렇게 미안 당했던, 나만알고 있는 곡은 이렇게 좋은 주인을 만나 빛을 보게 되기도 하고 작곡을 한 나조차 잊어버리는 곡이 되기도한다. 그리고 하나더 고백하자면 지금 나는 3인조 아이돌 밴드를 기획하고 프로듀싱 중이기도 하다.

     

    박성일, 노르딕 라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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