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엑스칼리버 재연, 2021. 8. 17 ~ 11. 7
재연에서 달라지는 점에 대하여 여러 이야기가 공개되었으나 그중에서 의미를 가지는 유일한 것:
아더의 신곡이 단체곡 한 곡, 솔로곡 두 곡. 총 세 곡 추가되었다.
여러 곡이 추가됨에 따라 사라진 곡도, 합쳐진 곡도, 순서가 뒤바뀐 곡도 있다고.
새로운 오프닝이자 아더의 솔로 신곡 '언제일까'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면서, 물론 지금은 너무 힘이 들지만 언젠가 이 찬란한 햇살이 비춰서 이 모든 걸 이겨낼 거야.. 라는 희망찬 메시지로 시작하는 넘버.
단체곡은 찬란한 햇살. 변하지 않을 영원한 연대의 대체곡으로 추정되며, 켈틱풍의 스텝을 볼 수 있다. 랜슬럿과 아더의 대비가 묘미를 줄 것이라고.
왜 여깄어는 부디 살아남았기를.
왕이 된다는 것을 쭉 듣는다. 들으면서 깨닫는 건 아더를 맞이할 그 어떤 마음의 준비도 새롭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냥, 이 넘버만 듣고 있으면 사랑했던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 사랑을 멈춘 적조차 없는 사람처럼 사랑했던 기억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된다.
아더, 흡사 시아준수를 사랑하듯. 샤차르트를 사랑하듯 사랑했던 아더. 그래, 그랬었다.
오, 여기서 더 길어지면 개막도 전에 스레드가 바다에 닿겠어. 이쯤에서 이 글로 개막 전의 모든 그리움을 대체하는 게 좋겠네요.
8월 17일 재연 엑스칼리버 첫공, 샤아더의 첫인상:
1. ‘언제일까’로 다 말할 수 있는 감격.
2. 카돌그(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의 몰락
3. ‘왜 여깄어’의 알쏭달쏭함
4.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의 천재적인 가창
5. 걸음마 하는 ‘눈에는 눈’
6. ‘심장의 침묵’의 생생한 눈물
7. 반토막 난 ‘이게 바로 끝’
8. 모든 것들이 변화한 가운데 오롯한 고전미의 ‘왕이 된다는 것’
극에 대한 첫 평가:
초연 엑스칼리버는 1막이 대단히 재미있었고, 2막이 그런 1막만큼이나 재미있는 균형의 극이었다. 넘버 배분, 배역의 분량 등이 1-2막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러나 재연의 엑스칼리버는 2막을 견뎌내야 하는 극이 되었다. 1막에서 2막의 아더 파트를 상당 부분 끌어다 쓴 탓에 재연의 2막에서 아더는 거듭 실종되고, 그의 빈 자리에는 남녀 두 쌍의 서사만이 가득하다. 심장의 침묵 이후부터는 그저 왕이 된다는 것만을 기다리는 2막이 되어버린 것이다.
헛웃게 되는 부분은 불륜의 서사에 그토록 공을 들여놓고, 그 끝이라 할 수 있는 ‘이게 바로 끝’을 반토막 내버렸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끝에서 아더의 분노가 모두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장면과 연출을 할애하지 않으면 그만큼 불륜의 설 자리가 넓어진다. 랜슬럿과 기네비어의 관계가 도대체 불륜인지, 어쩔 수 없었던 비극적인 사랑인지 불분명해지는 순간 아더의 분노는 탄력을 잃는다. 그리고 딱 그만큼 아더의 입지가 잘려나간다. 이게 엑스칼리버 재연 연출이 지향하는 바인가? 그렇다면 낙담할 수밖에 없다.
찬란한 햇살에서의 등만 견뎌내면, 재연 엑스칼리버의 서사(곧 얼굴)은 무조건 왼블. 언제일까, 이렇게 우리 만난 건(이 넘버에서는 사실 반반), 심장의 침묵, 오래전 먼 곳에서까지 전부 왼블에서 정면의 얼굴을 본다. 심장의 침묵은 왼블 사이드일수록 아버지와 대면하는 얼굴이 잘 보일 것.
혼자서 가에서 호기롭게 엑스칼리버를 버렸다가 수세에 몰리니 다시 찾아들고 덤비는 아더, 첫공 때는 눈을 의심했고 오늘은 부정할 수도 없게 똑똑히 보았다. 오늘의 치명상이었다.
‘이게 바로 끝’이 반토막 난 만큼 아더의 분노가 설 자리 줄어들었음을 누구보다 오빠가 잘 안다. 그래서 첫공에도 이미 비명 같았던 아더의 클라이막스가 점점 더 단계를 밟아 오르고 있다. 잘려 나간 부분만큼을 살아남은 소절에 전부 덧씌우며 기적적인 회생을 시도한다. 그리고 해낸다. 반절만 남았어도 ‘역시 이게 바로 끝’이라는 감탄은 시아준수가 있는 한 유효하다.
오늘도 언제일까에 내 마음 전부를 얹는다.
넘버들이 유기적이지 못한 채로 그저 나열만 되는 2막에서 시아준수는 서사가 해야 할 일마저 대신한다. 순간적인 몰입력과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일시적으로나마 아더의 둘레 안으로 끌어당긴다. 재연의 왕이 된다는 것에서 글썽이게 되는 건 오직 배우의 열연에 절반의 덕이, 배우에게 모든 걸 전가하는 무책임한 서사가 절반의 탓을 도맡는다. 양자의 공헌이 참으로 크다.
근데 생각해보면 1막에는 행복하고 2막에는 불행한 것, 아더랑 똑같아. 아더도 1막에는 행복하지만 2막에는 내내 불행하지. 아더의 행불을 온 마음으로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괜찮을지도 몰라.
언젠가 파도처럼 바람처럼 말 쌍둥이 기원해봅니다. 둘이 꼭 같이 와야 하는 거 알지이?
스레드 사진 드디어 바꿨다😇 http://leaplis.com/726273
극이 더는 나를 흔들지 못한다. 시아준수가 극을 깨고 나오는 찰나에만 반응할 뿐이다. 그러나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분투하여 내 안의 눈물이 되는 시아준수가 아니다. 좋은 음악과 맞물리는 대본으로 날개 달고 만개하는 그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고로 '극'이란 건 그래야하는 게 아닌가.
21일 결코 질 수 없는 싸움 시작 전에 안돼, 아빠, 안돼라고 했음을 의식했나. 오늘은 아버지, 아버지, 안돼! 굳이 아버지를 정확하고 또박또박하게 두 번씩이나 발음하는 시아준수가 귀여웠다.
나의 지큐가 드디어 왔으므로 드디어 운신할 수 있다.
갑자기 연대를 듣는 중. 연대랑 햇살이랑 연령대 다르게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햇살은 너무나 디즈니 유년기야. 굴곡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배포 큰 꿈을 반짝이는 희망. (그런데 놀랍게도 전쟁을 이미 겪었음)
왜 여깄어와 오래전 먼 곳에서 리프라이즈. 24일에도 느꼈지만 오늘 더욱 확실해진 것. 시아준수가 극을 깨고 나오고 있다.
극에서 받을 충격이 더 남아있을 줄 몰랐는데 전쟁씬.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닥 조명이 이렇게 조악할 줄이야. 심미안에 대한 고려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직관적인 점등에 경악했다. 상업영화를 보는 줄 알았어. 엘리자벳의 '당신 엄마야 아님 나야'라는 가사로 대표되는 EMK 감성스럽기는 합니다.
http://leaplis.com/728363
드라큘라를 보낸 지 일주일. 아더가 오기까지 일주일. 이제 새로운 스레드를 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