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공연, 2022. 8. 25 ~ 11. 13
마치 뮤지컬 토드 같은 것
오늘자 위버스 라이브. 본인의 마지막 토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오빠의 전언. 혹여 번복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다 맞는 말씀이지만 한 가지 짚어드리고 싶었던 부분은.. 소년미는 나이에 달린 게 아니랍니다 오빠. 그 사람의 내면에 있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오빠에게서 십 년 전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반짝임을 봐요.
첫공, 그리고 어제 공연을 보는 내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샤죽음의 브랜드를 지키고 가꾸어 왔는데, 왜 제작사는 극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을까. 다시 만난 샤죽음에 감탄하게 될수록 마음이 쓰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펼쳐지는 오빠의 열연이 좋으면서도 그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속상했다. 양가감정 속에서 한참을 헤매다 그림자를 만났다. 샤죽음 십 년의 결실 같던 그림자는 길어지고. 초연의 소년 같은 열정과 십 년의 농익음을 한데 모아 모든 걸 다 토해내듯 노래하는 오빠를 보면서 마음을 바로했다. 오빠가 유종의 미를 위해 선택한 마지막 시즌이라면, 가능한 한 기쁘게 함께 걷자고. 그것이 내가 지금 당장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오빠는 참 왜 그렇게.. 모든 것에 투신하듯 한담.. 물론 당신의 그런 면을 너무나 사랑하지만요.. 사랑해 시아준수..
그러고 보니 이번엔 매번 emk 1차 프로그램북에 있던 배우별 인터뷰가 없었던 것 같네. 아니면 내가 미처 못 봤던가?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행복하신가요 오빠? 뮤지컬의 계절에는 매일 무대 위의 오빠에게서 그 대답을 듣는다. 매번 건네는 질문에 매번 전력으로 대답해주는 사람. 그런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무대 위에서 명징한 그 열연만큼이나 분명한 것이 오빠의 행복이기를 늘 바라요.
9월 4주. 엘리자벳 평일 공연과 웨사스 연습, 신랑수업 촬영과 팜트리 콘서트 연습까지 꽉 채워 바쁠 오빠. 건강 보전하며, 보람차게 행복하셨으면.
오빠는 부산, 천안, 전주까지 함께하신다. 전주는 또 한 번 총막공의 도시가 되었다 (!)
십주년 엘리자벳에서 달라진 죽음 부분
1. 소피 대공비의 마지막 넘버에서 소비의 눈을 감겨주는 죽음 등장 장면 추가
2. 그대로 혼란한 시절들의 “멀기에 가시는 거죠”로 이어지는 동선
십주년 엘리자벳에서 샤죽음의 달라진 부분
1. 론도, 시씨와 인사 나눈 후 본능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가 거두어지는 왼손
2. 마지막 춤의 발 쾅쾅 포인트
3. 내가 춤추고 싶을 때 독수리 동상을 조종하는 우아한 손목 웨이브
4. 엄마 어디있어요의 입맛 다시는 퇴장
5. 마이얼링의 발차기
농익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했었죠. 농염이란 무엇인가, 십주년 샤죽음을 보면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두 눈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4연째 만나는 샤죽음을 대체적으로는 익숙한 편안함 속에서 관람하지만, 중간중간 불현듯이 샤죽음이 너무 잘생겨서 그 얼굴을 두 눈 깜빡여 재차 담느라 심장이 느리게 따라오는 순간이 찾아와요.
나는 나만의 것 reprise 삼중창에서 샤죽음의 나긋하고 품위있는 너는 ‘나-만-의’ 것이 너무나 좋아요. 십주년 들어 달라진 것 중에서 가히 가장. ♡
늘 얼굴로 죽음하시는 분 ♡
소피의 눈을 감겨주는 순간 파랗게 번지는 어둠, 임종 직후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감각 속에 오직 하나 죽음만이 또렷해지는 10여초. 그 찰나를 지나면 참았던 숨을 들이켜는 것처럼 죽음 뒤편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무대장치까지. 십 주년 엘리자벳에서 대공비의 죽음을 구성하는 장면의 모든 것이 좋다.
오빠 십 주년의 침대에서 일어날 때면 목격하는 발끝 끙차가 너무 귀여워요.
4연쯤 되니 할 수 있는 일. 장면 장면에서 오빠 표정을 먼저 상상하고 나서, 뒤이어 오빠에게서 내가 생각했던 표정을 읽어낼 때의 짜릿함을 경험하기.
베일..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막공 가는 길.
베일의 오빠 얼굴을 계속 생각해
그러면서 동시에 이제 대단히 궁금한 건, 토니가 금발일지 죽음이 갈발(혹은 다른 어떤)일지 하는 것.
사랑하는 오빠. 서울의 죽음을 보내고 난 다음 날인 오늘 어떤 기분으로 눈을 뜨셨을까요. 지방 공연이 남아 있지만, 어쩌면, 10년 동안 늘 같은 공연장을 지켰던 블루스퀘어에서의 죽음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그 감회가 유독 남다르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공연한 직후엔 늘 살짝 잠기는 오빠 목소리가 많이 듣고 싶어요.
오늘(7/15)의 새 사진. 죽음의 눈이군요. 죽음의 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눈이 있어요. 12년 2월 15일의 샤죽음. leaplis.com/134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