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아버지가 그를 부르며 왼쪽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른쪽 어깨가 익숙한 그가 일순간 굳었다. 그쪽 어깨여야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오른팔을 휘둘러 쳐내면서 아버지와 거리를 벌렸을 텐데, 그만 평소와는 다른 쪽 어깨에 닿은 감각에 버퍼링이 걸린 그를 보았다. 앗, 앗차, 탁! 이 장면이 눈에 익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버퍼링이었어. 귀여웠지.

 

용의 불길을 다스리는 숨소리, 조심스럽게 쌕쌕. 호흡을 고르며 진정되어가는 그가 소리로 선명했다. 오늘도 들을 수 있어 기뻤다.

 

〈검이 한 사람을〉. 기사 서임을 기다리며 무릎 꿇은 랜슬럿에게 ‘모야~?’ 묻는 입 모양을 보았다. 세모꼴로 벌어지는 입술이 삐약삐약.

 

〈이렇게 우리 만난 건〉. 자꾸 오버하는 이지훈 랜슬럿을 바위 안쪽으로 밀고 때리고 투닥투닥. 귀여워. 

증폭된 음향을 따라 마이크를 타고 나온 선명한 소리들: 졌어 졌어, 에헤이.

발각되고 난 뒤에 두 사람이 떠밀려지는 장면은 오늘따라 합이 매우 좋았다. 하나 둘 셋, 세기라도 한 것처럼 양쪽에서 일시에 떠밀린 아더와 기네비어. 시작부터 쿵짝이 좋았다. 

 

대관식, 〈기억해 이 밤〉의 웃는 얼굴. 카멜롯 사람 한 명 한 명을 새기듯. 

결혼식부터는 오늘도 깐아더. 3일 중 가장 머리를 높게 세워 올렸으며, 가장 예뻤다.

피로연. 아버지에게 새 헤어스타일링을 자랑하는 아더. 한껏 멋은 냈지만 귀여움은 여전해. 

살짝살짝 동생과의 춤에 응한 신영숙 모르가나. 막공에서 본격적인 춤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심장의 침묵〉. 아버지, 침잠하는 음성. 두 눈은 고통으로 그렁그렁, 갈 곳 잃은 손은 바닥으로 무너지며 부들부들. 머리를 넘겨 이마를 드러내니 외양은 한껏 성숙해졌지만, 속은 그저 아이일 뿐임이 여실히 보였다. 껍데기가 어떻듯, 아버지를 잃은 18세 소년인 것. 그에게는 너무 무거운 십자가였다. 

 

〈이게 바로 끝〉. 널 기다렸다는 모르가나의 대답에 ‘이런 곳에서?’ 되묻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바위를 손끝으로 매만지기도. 그때부터 영 수상함을 느낀 아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의 어미가 굳세어졌다. 거의 느낌표가 되었을 정도로. (문장 자체도 짧아졌고)

“세상이 무너져내려”에서는 사시나무 떨듯 분노로 파르르 떨리는 손을 불끈 주먹 쥐었다. 7월 28일 이후로 처음. 그 순간 김소향 기네비어가 두 눈으로 떨구는 눈물방울을 함께 목격하고 기분이 묘해졌다. 저렇게 후회할 것을 왜.. 안타까운 동시에 책망하는 마음이 함께 왔다. 그도 비슷한 심정이었을지, 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움켜쥔 주먹이 그렇게 울부짖는 듯했다. 

그리고 음정이 새롭게 튀는 소절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야 기억이 날 것 같당. 는 상처만 남아 끝! 없는 고통.

두 사람을 추방하는 순간에는 고통이 가득했다. 얼굴에 올올이 아로새긴 듯한 참혹함. 찢어지는 마음이 갈래갈래로 드러나서 모를 수가 없었다. 최후의 “이게 바로 끝”은 그 얼굴을 그대로 청각화한 소리였다. 찢겨져 파쇄된 마음, 짖이겨진 채 사위로 튀는 파열음. 먼지가 되어 폐허만 남은 카멜롯 그 자체였다.

 

“멀린, 왜 나를 혼자 버려둔 거야.” 무너진 손이 바닥을 박박 긁었다. 땅에 쓸리면 상처 입을 것이 뻔한데도, 개의치 않고 땅을 쓰는 손에는 경황이 없었다. 절박했어.

이어서의 멀린아더, 오늘은 “모르-가나”를 부르면서도 웃었다. 사르륵.

 

깐아더의 잘생김을 보여준 오늘의 〈왕이 된다는 것〉..ㅎ 노래적으로는 단단한 계열이었다. 깐아더일 때 보이는 고단함과 단단함이 함께하는. 

 

깐아더가 되면 랜슬럿의 죽음에서 살짝 곤란하다. 망자의 행렬을 따라가는 옆모습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이마를 타고 떨어지는 콧등이 가리지 않고 다 보여서 너무 예뻐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까지도 보석 같고.

음 아무튼. 랜슬럿의 육신을 수습해줄 때, 차가운 손에 검을 포개어준 후 제 이마를 묻었다. 마음을 박듯이. 이어 멀어지는 망자의 행렬을 따라가다 손을 뻗어보기도.

 

엔딩, 곧 〈기억해 이 밤 리프라이즈〉.

검은 울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얼굴이 다변했다. 검을 쥐고 순간 그릉, 날을 세우며 뾰족해지는 표정을 보았다. 곧이어는 그래, 알겠어, 하는 것처럼 작은 끄덕임이 이어졌다. 또 웃어 보려고 노력하다가도 울컥하고, 울컥하다가도 웃음으로 그 감정을 덮으려 했다. 바위산을 향하여 홱 돌아서는 찰나에는 질끈 눈을 감으며 재차 울컥하는 것 같았다.

 

+)

이지훈 랜슬럿의 막공. 커튼콜, 한쪽 무릎 꿇은 로미오 자세로 막공을 축하해준 시아준수. 엑스칼리버를 뽑아서 넘겨주기까지. 상냥해. 스윗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