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NYLON) 2016년 6월호 인터뷰 : 시아의 시야
일자 | 2016-0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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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잡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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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의 시야
김준수가 이달 끝자락이면 네 번째 음반을 띄운다. 그의 시야는 같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 오자마자 미세먼지 얘기한 거, 알아요?
원래 제가 날씨에 좀 민감해요. 오늘은 먼지 없이 하늘이 맑으니까 차 타고 오면서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집에 있을 때도 하늘을 잘 쳐다보는데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날이 흐릴 때가 많잖아요. 우울한 걸 싫어해서 그런가. 그래서 제가 여름을 좋아해요. 기분이 상쾌해지거든요.
그런 좋은 여름에 음반이 나오네요. 아까 촬영하기 전에 스태프랑 얘기하는 걸 살짝 들었는데, 타이틀이 템포가 좀 있는 노래인가 봐요.
비트가 있는 곡이 될 것 같아요. 지난번에 낸 미니 음반은 발라드를 타이틀로 해서 새로운 걸 해보려고도 했고, 저다운 걸 보여주려면 퍼포먼스가 좀 더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규 음반이 벌써 네 번째예요. 나답다는 것에도 이젠 윤곽이 잡힐 때인가요?
그런데 제 색깔이란 게 꼭 장르에만 국한된 건 아니에요. 한마디로 정형화할 수는 없는데 너무 트렌디한 댄스곡은 피하고 싶어요. 일반적인 댄스곡에서는 비켜가는 느낌으로, 스트링이나 오케스트라적 요소를 사용한다든지…. 오히려 매번 같은 스타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제 음악의 소스나 분위기에서 생소함을 느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생소한 음악을 위해 시도한 부분이 있나요?
지난번 심규선 씨가 준 ‘꼭 어제’도 그랬고, 이번 음반에 선우정아 씨와 작업한 노래도 그렇고, 지금 순위 차트에 빈번하게 이름이 거론되는 작곡가보다는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분의 곡을 받는 걸 좋아해요. 피처링도 의외의 뮤지션에게 부탁할 때가 많고요.
지난 음반에는 래퍼가 피처링진으로 많이 참여했죠.
그래서 참여진 이름만 보고 힙합 음반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하. 몇 년 전부터 힙합에 푹 빠졌거든요. JYJ 음반에 칸예 웨스트가 피처링한 적도 있는데, 아쉽게도 그때는 힙합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어려운 장르이기도 했고. 근데 알고 들어보니 다르더라고요. 칸예 웨스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도 느꼈고요. 래퍼랑 작업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동경하기도 했고,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어진 것 같아요.
직접 쓴 곡도 들어 있나요?
일단 어떤 곡을 만들려고 시간을 너무 할애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곡을 만들 수 없는 상황 같아요. 단순하게 해도 좋게 들려야지, 안 좋은 곡을 억지로 좋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해요. 예전 음반에서 자작곡을 많이 채우다 보니 초반에 그런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가진 스타일이란 게 있을 텐데 그 스타일을 계속 깨고 싶은 욕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작곡보다는 작사를 더 많이 했어요.
가사도 작정하고 쓰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오히려 급박할 때 더 잘 써져요. 너무 편한 상태에서 가사를 쓰려고 하면 오히려 빙빙 맴도는 것 같거든요. 지난번에는 중국 가는 길에 공항에서 팬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어서 끄적거리다 가사가 만들어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얼마나 잘 만드는지도 문제지만, 전달하는 방식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비율로 따졌을 때, 음악보다 홍보가 더 큰 부분이 되어버렸다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저는 방송을 안 하기 때문에 그 부분보다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는 게 답변이 될 수 있겠네요. 방송 무대를 생각하면서 곡을 만드는 것과 공연을 생각하면서 곡을 만드는 건 분명 다른 부분이거든요. 방송 무대나 음원으로 듣기 좋은 음악을 하려면 트렌드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겠지만, 저는 공연을 염두에 두다 보니 김준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을 만들게 돼요.
방송 활동을 했던 가수로서, 공연 무대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그 부분이 숙련되었다기보다는 무뎌진 것 같아요. 사실 심리적 문제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건 분명 다른 문제니까요. 물론 지금 방송을 할 수 있다 해도 예전 동방신기 활동할 때처럼 할 자신은 없어요. 그럼에도 방송에서 제 노래를 한 번 정도 선보일 수 있는 무대에 서고 싶을 때가 있죠. 재밌는 예능 프로에도 나가고 싶고요.
공연을 자주 하기 위해 음반을 꾸준히 발표한다는 말 같기도 하네요.
요즘 10트랙 이상이 들어간 음반이 거의 없잖아요. 저는 지난 음반도 8트랙인데 미니 음반이라고 적었어요. 그게 제 자부심인 것 같아요. 콘서트를 하는 가수로서 디지털 음원 하나만 내고, 기존 음악을 어레인지 정도만 바꿔서 할 수는 없거든요. 음반을 내는 건 제가 하는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믿고 오는 분들이 그럴 만한 가치를 느끼고 돌아가게 해드려야죠.
연간 스케줄이 짜여 있을 정도로 바쁜데, 그 와중에 자극은 어디서 받아요?
아주 작은 것까지 저한테는 다 자극이에요. 심장이 엔진이라면, 20대에는 더 빨리 뛰었겠죠. 그러다 가끔은 천천히 뛰기도 하고, 멈춘 것 같을 때는 위기감도 들고요. 최근에는 Mnet 〈프로듀스 101〉을 보다가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101명 안에 들기도 힘든데, 그 안에서 11명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음반이 처음 나온 것 자체도 얼마나 기쁘겠어요. 새삼 ‘나는 정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구나. 주어질 때, 더 열심히 하자’라는 다짐도 한 것 같아요.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팬 외의 대중을 움직여보고 싶지는 않아요?
연예인이라면 모두가 생각한 부분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는 팬이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에 반하는 음악을 만들기도 했어요.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움직인 건 아니었어요. 결과를 알고 움직인다면 저는 더 많은 히트를 쳤겠죠. 그런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음반을 낼 때마다 그 안에서 제 틀을 깨려고 했다는 거예요.
지금의 김준수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뭐든 좋아요. 팬이나 제 팬이 아닌 대중이 저를 바라보는 관점에 어떤 편견도 없어요. 서른한 살이 된 지금의 저를 아이돌로 봐주는 게 쑥스러울 때도 있는데, 나쁘진 않아요.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가 가질 수 없는 아이돌만의 대단한 힘도 있거든요. 반대로 저를 아티스트나 뮤지션으로 본다는 건 음악적으로 제가 진보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거니까 감사하죠. 어떤 수식어든 그게 대중이 저를 알게 된 계기이고, 시점이기 때문에 다 마음에 들어요.
10대에 데뷔했는데 이제 서른을 넘겼네요.
20대 말에는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있었는데, 막상 서른이 되니 나이는 먹었는데 실감이 나지를 않네요. 음악적 행보보다도 삶 속에서 여러 책임과 부담이 늘어가는 건 확실해요.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라는 관점으로 봐줄 수 있는 나이는 지났으니까요.
폭발적 팬덤을 누린 가수로서, 정점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나요?
동방신기로 활동하면서 굉장한 인기를 누렸고, 이후에 홀로서기를 하면서 안타깝게도 방송 활동은 전혀 못했지만, 그 안에서 저만의 행보는 잘 다져왔다고 생각해요. 제가 최고였다는 게 아니라 그 시기에 대한 감사함이 있어요. 나머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죠. 뮤지컬 배우로서도 새로운 정점을 구축하고 싶고, 솔로 가수로서 또 한 번의 정점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가 아닐까요.
오래가는 사람이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인기라는 것도, 그 안에서 요동은 있겠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잖아요. 내려가는 시간이 온다면 아름답게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렇다고 그 시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건 아니에요. 내 음악을 아직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내고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과연 그런 사람들이 없다는 걸 느꼈을 때, 내가 멈출 수 있을까란 고민도 하는 거죠. 약속드릴 수 있는 건 하나예요. 저라는 가수가 있었고, 누군가에게 회자될 수 있는 가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속에서 음반을 하나씩 낼 때마다 최선을 다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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