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 라운드 인터뷰 일문일답 02
일자 | 2023-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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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분류 | 2023 뮤지컬 드라큘라 |
출력 제목 |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 라운드 인터뷰 일문일답 02 |
김준수, “애정 가득했던 빨간 머리는 이번이 마지막”
뮤지컬 '드라큘라'에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피'를 부각하기 위해 '빨간 머리'를 고수하는 것도, 관객의 재미를 위해 넘버 'She'의 가사 수정 및 애드리브를 하는 것도, 실감 나는 드라큘라를 위해 몸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도, 모두 그가 드라큘라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400년 넘게 한 여자를 사랑하는 드라큘라처럼 10년 넘게 뮤지컬 '드라큘라'를 사랑하는 그를 만나 10주년 소감과 뮤지컬을 향한 그의 애정을 들어봤다.
드라큘라 10주년 소감은 어떠한가?
10주년이라는 것은 뮤지컬에 있어서 엄청 뜻깊은 것이다. 매번 사랑을 받아온 작품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는 것은 배우로서 영광이다.
처음 드라큘라 섭외가 왔을 때 굉장히 놀랐다. 외국에서 공연한 드라큘라들은 대체로 중년남성들이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섹시함이 가득 묻어나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10년 동안 이 역할을 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초연 때 드라큘라와 10년이 지난 지금의 드라큘라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드라큘라를 연기하면서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또 가끔 관객분들 중에는 드라큘라의 갑작스러운 심경변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셨다. 이에 조금씩 나만의 디테일함을 추가했다. 결국 드라큘라와 함께 보낸 10년의 시간들은 내 자신 또는 관객들을 이해시켜나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만의 디테일함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드라큘라 백작이 기차역에서 미나를 만나는 장면에서 애드리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또한 연기의 디테일을 위한 것인가?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그 부분은 드라큘라에서 관객을 웃길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다. 초연 때는 애드리브 대사를 한 달에 한 번 바꿨고 3연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바꿨고 4연 때부터는 매회 바꿨다. 드라큘라는 한 번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관람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애드리브를 하게 됐다. 시나리오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것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이번 공연에서도 애드리브를 할 생각이다.
해당 장면은 인간이었던 드라큘라의 과거를 노래로 풀어내는 장면이다. 따라서 드라큘라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큘라가 인간이었다면 좋아하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황당한 농담을 던졌을 것 같았다.
또 이 장면은 드라큘라가 남자로서 미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두드러져야 결말의 비극이 관객에게 더욱 잘 다가오리라 생각했다.
드라큘라를 연기할 때 가장 신경쓰는 점은 무엇인가?
초연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드라큘라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할 때 가장 부담되는 것은 걸음걸이, 목소리 등 어떻게 몸을 써야 하는지가 어려웠다. 인간이 아닌 것처럼 걸어야 했고 인간이 아닌 것처럼 서 있어야 했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 외의 원초적인 모든 걸 다 신경 쓰고 있다.
드라큘라 넘버 중에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
'She'라는 넘버를 가장 좋아한다. 앞서 말했던 드라큘라가 미나를 기차역에서 만날 때 부르는 노래가 'She'이다. 'She'는 한국에서 초연을 올릴 때 새롭게 쓰인 곡 중 하나다. 가사 수정에 나의 의견이 반영돼 더 애틋한 것도 있다. 원래 드라큘라의 대사였는데 내가 이를 노래 가사에 넣자고 제안했었다. 가끔 외국에서는 'She' 넘버 없이 어떻게 공연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 'She'는 서사를 잇는 매우 중요한 넘버라고 생각한다.
'She' 넘버는 미나가 드라큘라에 대한 경계를 푸는 장면이자 관객들의 긴장감을 푸는 장면이다. 드라큘라는 사실 모든 장면이 긴장감이 넘치는데 바로 이 넘버에서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수 있다. 사실 가장 행복할 때 오는 비극이 가장 처연하지 않는가. 미나와 드라큘라가 행복한 장면을 이 넘버에서 마음껏 보여줄수록 결말의 비극이 더욱 슬플 것이라고 생각한다.
샤큘(시아준수 드라큘라)하면 빨간 머리가 떠오른다. 빨간 머리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빨간 머리는 초연 때 내가 낸 아이디어였다. 단순히 드라큘라는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니까 빨간 머리로서 드라큘라의 섬뜩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어 시작했다.
사실 4연 때부터 빨간 머리를 안 하려고 했었다. 빨간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염색해야 한다. 또 염색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베갯잇이 물들 뿐만 아니라 피부까지도 안 좋아지더라.
다음에 드라큘라 뮤지컬을 하게 된다면 빨간 머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샤큘의 빨간 머리는 이번이 마지막이니 이번 시즌에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뮤지컬은 김준수 배우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뮤지컬은 내게 하나밖에 없는 동아줄이었다. 소속사와의 소송 등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며 기나긴 은둔 생활을 했을 때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대중들을 만난 활동이 뮤지컬이었다. 내가 뮤지컬을 통해서 힘을 얻었듯이 뮤지컬도 나를 통해서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
정통 뮤지컬 배우들이 틀리는 것과 아이돌 출신인 내가 틀리는 것은 대중의 평가에 있어서 확연히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이럴 줄 알았어라고 대중들이 평가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를 더 채찍질하며 노력했다. 이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준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방신기로 있었던 시간은 6년이고 뮤지컬 배우로서 있었던 시간은 12년이다. 젊은 친구들은 이젠 동방신기 시아준수보다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더 잘 알더라.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의 내가 익숙해진 것 같다.
올 한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김준수는 어땠나?
주어진 것에 몰두하는 편이다. 그렇게 매년 매 신마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20년 동안 군대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공연을 쉰 적이 없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리를 꽉 채워준 관객들에게 매 순간 감사하다. 열심히 달려왔기에 올 한해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렇게 뮤지컬 배우로서 나의 역할을 다하며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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